어떤 세미나길래…주최측 “中 공산당 대리인이 살해협박”

켈리 쑹
2022년 07월 22일 오전 11:09 업데이트: 2022년 07월 22일 오후 2:05

미국 뉴욕주 북부지역에서 열린 세미나 주최 측이 자칭 “중국 공산당 대리인”이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에게서 살해 협박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협박을 한 인물이 실제로 중국 공산당과 관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미국의 작은 마을까지 중국 공산당이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최 측과 마을 주민들은 충격을 나타냈다. 현지 경찰 당국은 이번 사건을 심각한 사안으로 여기고 조사 중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각) 뉴욕주 북부에 소재한 인구 7천 명 규모의 작은 마을 ‘마운트 호프 타운’의 중국인 교민단체 관계자 청(程)모씨는 “전날 세미나 준비로 바빠 전화를 받지 못했는데, 음성 메시지를 확인하다가 협박 메시지를 듣게 됐다”고 말했다.

청씨가 공개한 음성 메시지에는 영어로 “안녕한가, 나는 중국 공산당의 대리인이다. 우리는 당신들의 터무니없는 헛소리를 들어왔다. 우리 중국 공산당은 특별한 기술이 있는데, 당신들을 통닭구이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당신들을 찾아내고 죽여버리겠다. 저녁 7시라고? 결과를 감당할 수 있겠나? 그러면 또 보자”라는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음성은 자연스러운 목소리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처리 과정을 거친 소리처럼 들렸다. 신원을 확인할 수 없도록 변조된 듯했다.

청씨가 속한 교민 단체와 ‘글로벌 공산당 탈당센터’는 20일 오후 7시부터 마을 청소년 센터에서 약 1시간에 걸쳐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중국 공산당의 침투에서 우리 지역 학교·기업·공동체를 보호하는 법’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음성 메시지에서 말한 ‘터무니없는 헛소리’, ‘저녁 7시” 등은 세미나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청씨는 “이번 세미나를 준비하며, 문의 전화를 받기 위해 3주 전쯤 새로 전화를 개설했다”며 “발신자 전화번호는 영국 국가번호(+44)로 시작하는 열두 자리였지만, 추적할 수 없도록 임의 생성한 전화번호 같았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고 판단해 경찰에 신고하고, 마을 주민자치 위원회와 관할 시청, 시의원, 관련부처 공무원들에게도 알렸다.

미국 뉴욕주 북부에 위치한 인구 7천명의 작은 마을 ‘마운트 호프 타운’의 타운 홀(마을회관) | 구글맵 캡처

경찰은 해당 전화번호로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봤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며 계속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세미나 당일에는 경호 병력을 파견해 현장과 주변을 지켰다.

20일 경찰의 경호 속에 세미나는 주민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예정대로 진행됐으며 별다른 돌발상황 없이 마무리됐다.

세미나 발표자로 참석한 작가 겸 영화 제작자 케이 루바섹(Kay Rubacek)은 “중국 공산당은 공포와 뇌물로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다. 이는 주장이 아니라 이미 충분히 입증된 사실이다”라며 “그들은 우리가 두려워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루바섹은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진실을 옹호하고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용기와 도덕심을 발휘해야 할 때다. 공산당과 타협하며 우리의 기준과 가치관을 낮춰서는 안 된다. 두려움에 굴복해서도 안 될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행사 관계자 쉬(徐)모씨는 “중국 공산당의 손길이 이처럼 평온한 산골 마을에까지 뻗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만큼 중국 공산당의 침투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민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쉬씨는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이 세미나가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최근 수년간, 특히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 공산당이 미국의 학교·기업·지역사회에 침투한 사례를 살펴보고, 대응 방안에 대해 발표자와 마을 주민들이 자유롭게 토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