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애리조나 카운티, 선거 조사팀에 인터넷 공유기 제출 합의

하석원
2021년 09월 19일 오후 4:03 업데이트: 2021년 09월 19일 오후 6:54

미국 애리조나 주(州)상원이 2020년 대선 개표에 문제는 없었는지 규명할 핵심 증거물인 인터넷 공유장비(라우터) 관련 데이터를 입수할 수 있게 됐다.

애리조나 최대 인구 거주지역인 마리코파 카운티 운영위(행정부 격)는 주상원과 선거 관련 증거물 제공 여부를 놓고 수개월간 이어진 분쟁에 합의했다.

공화당 소속인 애리조나 주(州)상원 케런 판 의장은 17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애리조나 상원의 큰 승리다”라며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판 상원의장은 “마리코파는 역사상 가장 포괄적인 선거 감사에 라우터와 스플렁크(splunk) 로그 검토를 완료하는 데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스플렁크는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으로 선거 관리에 흔히 사용된다.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보안 솔루션으로 스플렁크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그(log)는 소프트웨어 작동이나 다른 사용자와 교신 내용 등을 기록한 파일이다.

스플렁크 로그를 검토한다는 것은 선거 과정에서 다양한 네트워크 장비와 보안장비, 서버에서 발생하는 각종 기록을 통합 분석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데이터가 어디서 들어오고 나갔는지 훤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판 의장은 “필요한 것 이상으로 모든 것을 갖게 됐다”며 “마리코파 카운티는 다리 사이로 꼬리를 감추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공화당이 장악한 애리조나 주상원은 작년 11월 대선 투표 이후 선거 관리에 문제가 많다며 선거 감사를 추진했고, 마리코파 카운티 운영위를 상대로 투표 시스템 관련 증거물을 제출하라며 증거물 소환장을 발부했다.

마리코파 카운티는 이에 반발했다. 주상원이 포렌식 감사를 의뢰한 ‘제3자’인 사이버 닌자스 등 민간 사이버보안 업체에 대해 “전문성이 없다”며 증거물 제공을 미루거나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카운티는 라우터와 스플렁크 로그 자료에 대해 카운티 주민들의 개인정보 등이 담긴 ‘기밀 정보’라며 민간 업체에 절대 제공할 수 없다고 완강히 버텨왔다.

이번 합의안 역시 해당 자료를 사이버 닌자스 등 민간 조사관들이 직접 들여다보지는 않게 하는 조건으로 타결됐다.

양측은 또다른 제3자인 ‘특별 감독’을 선정해 이 특별 감독이 자료를 검토한 뒤 주상원 측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특별 감독에는 존 사덱 애리조나 공화당 전 하원의원이 선정됐다.

마리코파 카운티는 이번 합의 후 성명을 발표해 “사이버 닌자스는 라우터를 만지거나 우리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독립적인 제3자(특별 감독)가 선거 장비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았고 표 바꾸기도 없었다는 우리의 주장을 사실로 확인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상원과 합의하게 된 이유에 대해 애리조나 주법무부가 증거물 소환장에서 요구하는 증거물을 제공하지 않으면 6억7600만 달러의 주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판 의장은 별도 성명을 통해 “오늘 마리코파 카운티는 수억 달러의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주상원과 함께 선거의 진실성과 납세자의 승리를 위한 합의에 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리코파 카운티를 신뢰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는 않는다”며 “법의 힘이 떨어질 때마다 그들은 합의한 것을 벗어난다. 이번에는 정치적인 ‘특별 감독’이 개입하게 됐다. 실제로 그들이 애리조나 주상원에 무엇을 제공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CNN은 판 의장의 발언을 인용해 “주상원은 마침내 수개월 전 카운티를 상대로 발부한 증거물 소환장에 대한 응답을 받게 됐다”고 전하면서 애리조나주의 선거 감사를 당리당략적 감사로 폄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