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수익 감소…중국 경기 침체 신호

FAN YU
2018년 11월 7일 오후 5:26 업데이트: 2019년 10월 24일 오후 4:51

한때 주가가 고공 행진 하던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그룹은 지난 6월 14일 사상 최고치를 찍은 이래 최근 30% 가까이 주가가 하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앞날에 빨간불이 켜졌다.

11월 2일, 알리바바가 2019년 3월까지의 4분기 자사 매출 성장 예측치를 하향 조정함에 따라 투자자들이 불안에 휩싸였다. 상장기업은 향후 매출 전망에 관해 분석가 및 투자자를 상대로 주기적인 업데이트를 하게 돼있다. ‘선제적 안내’에서 낙관적이지 않은 전망을 내놓으면 주가 하락이 뒤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 3분기 알리바바의 매출은 124억 달러(약 13조9천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으나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였다. 소매업, 클라우드 컴퓨팅, 배송 인프라 등으로 설비 투자를 늘린 탓에 순이익은 더욱 적었다.

알리바바 CEO 다니엘 장은 11월 2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에게 하향 조정된 매출 관련 선제 안내는 “늘어나는 사용자 및  참여로 인해 증가하는 재고를 현금화하지 않겠다”는 결정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알리바바가 사용자 수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입점 셀러들에게 광고 압력을 주지 않겠다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에게는 실망스런 발표여서 하루 만에 뉴욕거래소 알리바바 주가를 2.4% 끌어내렸다.

항저우에 본사를 둔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마켓플레이스와 티몰은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 스토어다. 알리바바는 최근 엔터테인먼트, 클라우드 컴퓨팅, 금융 서비스 등으로 비즈니스 부문을 새롭게 확장했다.

알리바바가 내는 성과는 중국 소비 지출의 가늠자이자 중국 내수 경제의 중요한 지표로 여겨지곤 한다. 알리바바는 심혈을 기울여 11월 11일 ‘솔로의 날(광군제)’ 기념 쇼핑 이벤트를 열 예정인데 이날 외국인 판매자 및 소비자 참여까지 더해져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수 경제 둘러싼 우려 목소리

현재 알리바바가 맞닥뜨린 어려움은 미중 무역전쟁 때문이라기보다, 점점 심화되는 경쟁과 중국 내수 경제의 침체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알리바바 CFO 매기 우는 3분기 실적 평가에서 분석가들에게 “입점 업체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CEO 다니엘은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 상태에 있다”고 덧붙였다.

알리바바 창립자 마윈의 곧 있을 은퇴와 더불어 매출 감소가 주식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알리바바에 있어 올해는 그야말로 잔인한 해다.

중국 경제와 소비 지출을 둘러싼 최근의 우려가 알리바바와 관련 사업 부문에 미칠 영향은 훨씬 더 오래 지속할 전망이다.

과거 주식시장 하락세 속에서도 중국 소비자는 변함없이 밝은 전망을 제공하는 원천이었다. 지난 10년간 수억의 중국인들이 중산층으로 진입해 높아진 소득을 자동차, 의류, 전자제품, 양질의 식품 구매에 지출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중국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고 있다. 알리바바 임원들은 실적평가에서 전자기기, 가전제품 및 고가 상품의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의 흐린 매출 전망은 중국의 경기침체가 중국의 중산층 소비자를 포함해 내수 경제의 비금융 부문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내에는 신빙성 있는 소비자 신뢰 지수는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부정적인 언론 보도가 급증하며 중산층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험 상품부터 P2P 대출에 이르기까지 최근 정부가 그림자 금융 부문에 가한 강력한 조치로 인해 소비자 소득이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 심화하는 전자 상거래 업체 간의 경쟁과 더욱 복잡해진 쇼핑 행위 또한 e-커머스 기업들의 점유율을 지키기가 더욱 어려워진 요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관세부과로 인한 영향은 머지않아 피부에 와닿을 것이다. 생산 공장 부문이 침체하고 있고, 일부 업체는 이미 생산라인을 남아시아로 이전하기도 했다. 이는 곧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중산층의 소비 지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중국 정부 지도부도 드리워지는 먹구름의 존재를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11월 1일, 중국 최고 정책입안자들이 민간 기업가들과 흔치 않은 고위급 심포지움을 갖고 부가가치세 인하 및 자금 조달 용이성 증대 등 민간사업 부문에 보다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약속했다.

모건 스탠리 소속 분석가들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 10월 말 있었던 3분기 정치국 회담과 이번에 개최된 심포지엄은 기업 신뢰도 진작 및 성장 하락세 저지를 위해 보다 많은 정책이 완화될 것이라는 우리의 예측을 확인해주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발표에 따르면, 고려 중인 추가 완화 조치에는 자동차 구매 시 부과되는 세금을 절반으로 줄여 5%로 완화하는 것과 개인 소득세 하향 조정 등이 포함된다.

경쟁 심화

알리바바가 직면한 문제는 개인의 소비 지출 감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알리바바의 내수시장 최대 라이벌 제이디닷컴(JD.com)과의 치열한 경쟁뿐만 아니라 핀둬둬(Pinduoduo)와 메이퇀디엔핑(Meituan Dianping)등 신생 경쟁업체도 알리바바의 앞날을 위협하고 있다.

2014년 이래 수익이 300% 이상 증가한 제이디닷컴은 알리바바의 가공할 만한 경쟁자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제이디닷컴은 상하이, 광저우, 베이징에 자사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해 소비자나 기업 등 이용자들이 메신저앱 위챗으로 자사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택배 운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제이디닷컴의 비즈니스 모델은 알리바바와 사뭇 다르다. 알리바바가 일반적으로 제휴업체 제품을 판매하는 일을 한다면, 제이디닷컴은 자사 재고 및 운송 인프라를 관리하기 때문에 아마존닷컴과 유사한 방식으로 사업을 운용한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 1월 알리바바의 나스닥 주가 또한 50% 이상 감소해 최고가 50.50 달러(약 5만6천 원)에서 24.05 달러(약 2만7천 원)로 떨어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할인 소매와 소셜네트워킹을 결합한 판매 방식을 취하고 있는 e-커머스 플랫폼 핀둬둬는 지난 7월 뉴욕거래소 기업공개(IPO)로 16억 달러(약 1조8천억 원)를  수혈받았다. 중국 기술정보 사이트 테크노드에 따르면, 빠른 성장세를 보여온 핀둬둬는 월 1억9천500만 명의 방문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케터에 따르면 올해 알리바바의 e-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58%로 업계 최고점유율을 보인다. 제이디닷컴이 16.3%로 알리바바의 뒤를 이었고, 핀둬둬가 5.2%로 다소 격차를 둔 3위에 머물렀다. 흥미로운 점은 제이디닷컴과 핀둬둬는 모두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의 투자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의 팀 쿨판은 11월 2일 사설을 통해 “경쟁이 점점 치열해진다는 것은 알리바바가 힘든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입점 셀러의 광고 구매를 지속적으로 압박하면 곧 다른 셀러들도 살아남기 위해서 광고를 구매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 있다. 그럴 경우 일부 판매자들이 한꺼번에 해당 플랫폼에서 이탈해버릴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다른 방법은 먹고 먹히는 치열한 경쟁을 완화해서 e-커머스 입점 업체들이 자사 플랫폼에 머물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또 자사 광고를 수익 극대화의 도구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경영진의 결정은 “추후 공백을 메울 기회가 생길 것이라 확신하며 후자를 선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