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스리랑카, 중국은 ‘일대일로’ 해외 주둔지 확장 지속

앤 장
2022년 07월 28일 오전 10:56 업데이트: 2022년 07월 28일 오전 10:56

해외로 탈출한 후 이메일로 사임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스리랑카 대통령의 귀국 가능성이 보도되면서 스리랑카의 경제위기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BBC 등에 따르면 반둘라 구나와르데나 스리랑카 내각 대변인은 26일 기자들에게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는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망명설을 부인하고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숨어있는 것이 아니라면서 정확한 귀국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론이 일자 지난 13일 스리랑카를 탈출, 몰디브로 향했으며 14일 싱가포르에 도착해 사임의사를 밝혔다. 15일 스리랑카 내각이 이를 공식화했다.

도망간 전 대통령의 귀국설이 벌써부터 제기되는 것은 새로 임명된 라닐 위크레마싱헤를 신임 대통령의 인기가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전임자가 남긴 전례 없는 경제위기를 타개할 묘책이 마땅치 않다.

스리랑카의 경제위기 원인으로는 중공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관광산업 침체가 거론된다. 2019년 3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활절 연쇄 폭발 참사’도 스리랑카 관광산업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

외국에 진 빚은 경제난에 허덕이는 스리랑카에 치명타가 됐다. 관광산업이 급속하게 나빠진 상황에서도 중국 공산당은 스리랑카에 인프라 개발 명목으로 돈을 대출해주며 ‘구원투수’를 자처했다.

중국에서 발간된 ‘2019-2020 해외 계약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말까지 스리랑카에서 중국 기업이 계약한 수주 금액은 총 260억 달러(약 34조원)를 넘어섰고 누적 매출은 195억 달러(약 25조원)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완료된 프로젝트에는 고속도로 4개, 주요 항구 2개, 국제공항 2개, 스리랑카 내 최대 화력발전소, 수자원 통합관리허브가 포함된다.

스리랑카 남부에 중국 자본으로 건설된 철도. | 신화통신=연합뉴스

싱가포르의 전략 및 시장조사 기관인 OOGSA가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스리랑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3852달러로 세계 평균 1인당 GDP인 1만910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스리랑카 국민 상당수는 해외로 나가 취업한 가족이 보내주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중동 및 기타 지역에서 스리랑카인 약 150만 명이 일하고 있으며, 외국에서 일하는 스리랑카인이 매년 본국에 송금하는 외환은 25억 달러(약 3조3천억원) 수준이다.

이러한 경제구조로 인해 스리랑카의 내수 경제는 상대적으로 부실하다.

따라서 중국 공산당이 자금을 지원한 호화로운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는 스리랑카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규모만 거대할 뿐 실질적 효용 가치는 없어 비현실성의 상징인 ‘하얀 코끼리’ 프로젝트로 여겨졌다.

중국의 차관을 받아 건설된 함반토타 지역에 건설된 마탈라 라자팍사 국제공항은 공항이 완공된 이후 이용량이 적어 ‘세계에서 가장 텅 빈 국제공항’으로 불려왔다.

주요 관광지가 아닌 함반토타는 처음부터 사업성이 떨어졌지만 라자팍사 전 대통령 가문의 근거지라는 이유로 사업부지로 선정됐다.

항공 관련 정보제공 전문업체 ‘아시아태평양항공센터(CAPA)’의 2020년 7월 보고서에 따르면, 이 공항은 워낙 이용자가 없어 코로나19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몇 안 되는 국제공항의 하나에 뽑히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의 대출 지원으로 함반토타 공항 주변에 건설된 공항 고속도로, 주요 국제 컨벤션 센터, 경기장 및 쇼핑몰은 모두 사람이 없고 방치된 상태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CNAS가 지난 2019년 4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완료된 일대일로 프로젝트 중 상당수가 초기 투자 결정을 이끌었던 기대 요소를 충족하는 데 실패했다.

이러한 고비용 프로젝트는 차입국인 스리랑카의 재정 악화로 이어졌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국제 일대일로 협력 포럼 행사장에서 보안요원들이 일대일로 포럼 광고판을 지나가고 있다. 이 행사는 2017년 5월 14~15일 열렸다. 2017.5.13 | WANG ZHAO/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일대일로’ 통한 공산당 인민해방군 주둔지 확장

중국 공산당이 주도하는 일대일로 사업은 고의적으로 참여국에 막대한 채무 부담을 지게하고 채무를 탕감해주는 대가로 인프라 운영권을 넘겨 받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도 채무를 돌려받지 못할 리스크를 안고 차관을 제공하는 만큼, 담보가 필요하다는 옹호론을 펴기도 한다. 그러면서 결국 책임은 중국 공산당이 아닌 감당하지 못할 사업을 벌인 참여국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참여국의 인프라 건설사업을 들여다보면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국의 수익이 기대되지 않지만 중국 공산 정권에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인프라가 상당수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놀라운 우연’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워싱턴DC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크레이그 싱글턴 연구원은 지난 8월 ‘미국의소리(VOA)’를 통해 물자수송이나 군사작전상 중요한 길목 혹은 지정학적 활용가능성이 높은 국가에 항구를 건설하는 것이 중국의 글로벌 핵심 전략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 항구를 통해 중국은 항구를 지은 국가뿐만 아니라 그 주변국에게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컨설팅회사 부즈앨런해밀턴(Booz Allen Hamilton)은 2005년 1월 미 국방부 의뢰로 작성한 ‘아시아의 에너지 미래’ 보고서에서 중국 공산당의 유라시아 대륙 남부 해역 전략을 ‘진주 목걸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 공산당이 중동에서부터 남중국해에 이르는 석유 해상 수송로에 있는 미얀마,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의 항구 운영권과 사용권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이 항구들을 선으로 연결하면 진주목걸이처럼 보인다고 이 같은 용어를 사용했다.

보고서는 또한 중국 공산당이 인민해방군 함선들이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을 마련하려 한다고도 지적했다.

2017년 스리랑카 항만공사는 99년간 함반토타 항만 운영권을 중국 국영 항만기업 자오상쥐(招商局)에 넘겨줬다. 항만 건설에 들어간 건설비용 11억2천만 달러(약 1조5천억원)을 갚지 못한 결과였다.

중국 언론은 함반토타 항구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민해방군이 함반토타 항구에 항공모함을 배치하면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인도양 전역으로 확대해 에너지 수송 안보를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