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2층에서 투신한 친구를 두 팔로 받아낸 유도부 여고생

황효정
2020년 03월 4일 오전 11:10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05

가정불화를 비관하며 아파트 12층 옥상에서 투신한 친구를 1층에서 두 팔로 받아내 살린 고등학생이 있다.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9년 전 보도된 두 고등학생의 이야기가 재조명됐다.

“지금도 둘이 함께 사이좋게 지내면서 행복하길 바란다”며 누리꾼들이 입을 모은 사연은 지난 2011년 3월 1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천 중부경찰서는 인천 중구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가정불화 등을 비관해 뛰어내린 고등학생을 아래에서 대기하던 학교 친구가 기적적으로 받아 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인천 남구의 한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성모 양은 이날 새벽 절친 김모 양으로부터 “하늘에서 지켜보겠다. 잘 지내고 운동 열심히 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이상한 느낌을 받은 성양은 전화를 걸어 보았다. 그러나 김양이 받지 않자 성양은 다른 친구들 3명과 함께 김양의 집인 인천 중구 한 아파트로 달려갔다.

오전 6시가 넘었을 무렵이었다. 아파트에 도착한 여고생들은 12층 옥상 난간 바깥쪽에서 김양이 뛰어내리려고 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다급하게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김양은 난간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몸을 아래로 던졌다.

평소 유도부였던 성양은 곧장 건물 아래로 달려가 떨어지는 친구를 온몸으로 받아 목숨을 구해냈다.

이후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투신한 학생과 받은 학생 모두 멀쩡해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아이들은 “괜찮다”며 병원에도 가지 않으려 했으나 경찰은 설득 끝에 두 사람을 인근 병원으로 보냈다.

병원 검진 결과 투신한 김양은 팔다리가 다쳤으나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양 또한 오른쪽 팔다리를 삐었지만 부목만 댔을 뿐 무사했다.

경찰 조사에서 학교 측은 “김양이 평소 집안 식구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며 “이를 비관해 투신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학교 유도부에 소속된 운동선수라 반사신경이 뛰어나 큰 사고를 면한 것 같다”며 “친구들의 우정이 한 목숨을 살린 셈”이라고 전했다.

자칫 자신 또한 위험할 수 있었을 텐데, 친구를 위해 본능적으로 움직였던 18살 고등학생. 뒤늦게 재조명된 사연에 누리꾼들은 “너무 대단하고 감동이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