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내 택배 차량 진입금지 조치에 ‘배송 거부’로 맞선 택배기사들

이서현
2020년 07월 22일 오전 10:29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1:56

최근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에서 택배를 둘러싸고 아파트 주민과 택배기사가 갈등을 겪고 있다.

아파트 내 택배 차량 진입 금지 방침이 잇따라 내려지면서 택배 기사들은 배송 거부라는 초강수를 뒀기 때문이다.

지난 1일,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 후문에 수십 개의 택배 상자가 쌓였다.

이 아파트가 이날부터 택배 차량의 지상 진입을 제한하자 기사들이 이에 반발하고 나선 것.

대신, 물건을 주문한 주민들에게 ‘차량 진입이 안 돼 집까지 배송이 어렵다. 후문에서 찾아가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기사들은 쌓인 택배물 앞에서 주민들이 오면 물건들을 찾아줬다.

뉴스1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벼운 물품은 그냥 찾아갔지만, 무거운 생필품을 주문한 주민은 손수레를 빌려야 했다.

한 주민은 “몇 달 전부터 택배회사 측에 ‘지상 차량 출입이 안 된다’고 안내했다. 아무 조치도 안 하다가 당일 갑자기 이러는 게 어딨느냐”며 “주민들을 협박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택배기사들은 “일방적인 출입 제한 통제에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아파트 측에서 모두 거부했다”라며 여건상 집까지 배송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로 택배량이 곱절은 늘어난 상황이다 보니, 논란이 알려진 후 택배기사들의 고충에 대한 동정 여론이 확산됐다.

결국 아파트 측은 다시 제한적으로 택배 차량 출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 2018년 4월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놓인 택배 | 뉴스1

2년 전, 이 지역 인근 아파트에서도 똑같은 문제로 ‘택배 대란’을 겪은 바 있다.

당시 택배업체는 실버택배 요원을 배치해 아파트 입구에서 집까지 배달하는 방법 등을 제시했지만 비용문제로 무산됐다.

또, 실버택배에 정부·지자체의 지원이 일부 포함되는 만큼 택배에 국민 세금까지 써야 하냐는 반발도 상당하다.

결국 상황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고, 그동안 택배 기사들은 카트 등을 이용해 배송을 해왔다.

다산신도시에서 택배 차량 출입을 금지한 아파트 단지는 2년 새 17곳으로 늘었다.

아파트 측에서 안전을 이유로 지상 차량 진입을 통제할 경우, 이외 다른 곳에서도 ‘택배 대란’이 일어날 소지는 다분하다.

지난 3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 정문 인근에 놓인 택배 물품 | 연합뉴스

최근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에서도 비슷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주민들이 겪는 불편함에 대한 원망은 현장의 택배 기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이런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지하주차장 높이를 높이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은 예외 조항이 많아 한계가 지적됐고, 손을 놓은 사이 우려했던 대로 택배 대란은 재현됐다.

비슷한 상황에서 택배회사와 아파트 측이 한발씩 양보해 해법을 찾은 곳도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에서는 논의를 거쳐 아파트 내 외곽 지역에 택배 차량이 이동할 수 있는 별도의 이동 동선을 만들었다.

택배 기사들의 활동 반경을 고려해 지상에서 차량 이동이 가능하도록 허용한 것.

대신, 택배 기사들도 후진 금지와 속도 준수 등 단지 내 운전 수칙을 준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