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짜로 드립니다” 中 연교 신도시 게시물 화제

류지윤
2021년 02월 9일 오후 7:00 업데이트: 2021년 02월 9일 오후 7:22

최근 중국 인터넷에 ‘공짜 부동산’ 소식이 돌고 있다. 진짜로 공짜는 아니다. 주택 융자금을 갚지 못하게 된 이들이 남은 대출금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증여하는 것이다.

북경에서 차량으로 한 시간 떨어진 신도시 연교(燕郊)에서는 70만 위안(1억 2천만 원)짜리 아파트를 증여받을 사람을 구한다는 게시물이 온라인에 나붙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한참 뜨거웠던 북경 위성도시 주택 가격의 거품 붕괴 전조라는 주장도 나온다. 여기에 금융권에서 대출 공급이 제한되고 대량 실업사태가 발생하리라는 전문가 전망이 더해지면서 주택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연교 시내 고층아파트 단지인 천양성(天洋城)에 주택을 가지고 있다는 위챗 아이디 후토(厚土)는 “4년간 대출금만 갚고 있다”며 “차라리 계약금을 날리더라도 좋으니 누구든 받아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 화하시보(華夏時報)에 따르면, 해당 주택 소유주는 2016년 40㎡(약 12평) 주택을 108만 위안(약 1억 9천만 원)에 샀다. 평당 약 1,540만 원 꼴이다.

매매대금의 20%를 계약금으로 내고 기타 비용을 포함해 약 24만 위안(약 4,160만 원 )을 낸 후 4년간 주택 융자금을 매월 납입했지만, 아직 1억 원 이상의 대출금이 남았다.

문제는 현재 이 지역의 부동산 시세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면적의 주택 거래를 기준으로 매매금액은 78만 6400 위안(약 1억 4천만 원)으로 매입 당시보다 30%가량 떨어졌다. 여기에 4년간 대출금 이자비용을 더하면 소유주의 손실은 7천만 원에 육박한다.

중국의 한 금융권 인사는 “연교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북경 위성도시 주택 가격 풍향계 역할을 해 확실히 하나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신호인가. 주택 구매자들은 부담을 계속 감당할 수 없고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잃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실종됐다. 대다수 서민은 당장 오늘 먹고사는 게 문제다. 재테크와 부동산 투자에 눈 돌릴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애초 공급 과잉이었다. 상승 모멘텀 없이 그림의 떡으로 가격만 부풀려왔다”고 주장했다.

중국 경제를 관찰해온 미 UCLA 경제학자 윌리엄 위는 “지금 이 지역에서는 거품 때문에 집값이 실제 합리적인 가치를 훨씬 상회하고 있는데, 정부가 거래 억제책을 쓰면 곧 주택 가격이 정상적인 수준으로 급락할 것”이라고 했다.

윌리엄 위는 가격 거품이 유지된 이유를 중공 당국의 가격 떠받들기 정책에서 찾았다. 대출 규제를 느슨히 하면서 주택시장으로 돈이 유입되도록 했으나 지난 1년간 중공 바이러스 확산으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유동성 압박이 심해져 더는 같은 방식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교는 지난 2017년에도 아파트 가격이 평당 1,100만 원 가까이 치솟았다가 당국의 구매제한령으로 반 토막 난 전례가 있다. 불과 3년 만에 다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윌리엄 위는 “중국 정부는 집값 거품이 살아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당장은 부동산 시장에 악재가 되겠지만 거품을 꺼뜨릴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금융권 인사는 “전염병의 영향을 받아 실물경제와 서비스업이 위축되고, 기업이 줄도산하면서 서민들은 실업으로 소득이 줄었다. 여기에 신용카드 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등이 일제히 중단되면서 금융업과 부동산 시장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연교 사례는 중국의 국가경제 전체가 경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올해 악성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