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혐오 반대’ 시위 현장서 터져나온 “미제 타도” 구호

한동훈
2021년 03월 26일 오후 6:00 업데이트: 2021년 03월 26일 오후 10:42

미국에서 아시아계 혐오 반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 중국계 남성이 반미 친중(친 중국공산당)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23일(현지시각) 트위터에는 미국의 한 거리에서 열린 ‘아시아계 혐오 중단’(Stop Asia Hate) 시위 현장을 촬영한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을 보면, 중국어 간판이 즐비한 상점가에서 아시아계 대다수인 시위대가 아시아계 혐오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곧 붉은색 옷 차림의 한 남성이 자전거를 끌고 나타나 시위대를 향해 중국어로 ‘미 제국주의 타도’, ‘마오쩌둥 주석 만세’ 등 구호를 외친다.

시위대 다수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몇몇은 박수를 치거나 손을 흔들어 환호하기도 했다.

영상에는 언제 어디서 벌어진 일인지 정확히 나와 있지 않았지만, 여러 네티즌들은 해당 장소를 뉴욕 브루클린의 차이나타운으로 지목했다.

이 남성이 왜 이런 구호를 외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인 시위대를 비꼰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트위터 이용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해당 트윗에는 “중국으로 돌아가라”, “FBI(연방수사국)는 어딨나, 이런 사람들을 미국에서 쫓아내야 한다” 같은 중국어 댓글이 달렸다.

중국계 이민사회 최대 이슈…시위 참여 참여 독려 활발

아시아계 혐오 반대 시위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21일 미국 동부 뉴욕 맨해튼과 브루클린, 퀸스 등 여러 지역에서는 아시아계 혐오 반대 시위와 집회가 열렸다.

전날에는 미국 서부 워싱턴주의 벨뷰시 중심가에서 같은 시위가 열렸다. 일부 중국계 이민자들은 SNS를 통해 시위 개최 소식을 퍼나르며 참여를 독려했다.

시위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연쇄 총격사건이다. 총격으로 사망한 8명 가운데 6명은 아시아계였다. 나머지 2명은 백인이었다.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성중독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총격범 로버트 앨런 롱은 성중독을 벗어나기 위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가 과거 재활원에서 성중독 재활치료를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언론에 “인종적 동기에 의한 범행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 사건을 아시아계 혐오 사건으로 보고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시아계 혐오 중단’(Stop Asia Hate) 집회 현장에서 한 집회 참가자가 ‘미제국주의를 타도하자(打倒美帝)’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 트위터

앞서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은 아시아계 인종차별 규탄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인종차별 철폐를 강조한 바 있다.

미국 유력언론 역시 과거 아시아계가 적으로 취급당하거나 공격당한 사례들을 들춰내며 인종적 측면에서 이번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다만, 언론들은 아시아계를 향한 백인의 증오에만 초점을 맞추고 흑인이 아시아계를 공격한 사건은 외면했다.

이 때문에 소셜미디어에는 미국 내 좌파가 아시아계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번 총격사건을 아시아계 혐오로 몰아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적 올바름(PC)를 내세워 다른 이슈를 덮으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미국의 여러 차이나타운에서는 아시아계 혐오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시위 참가자 중에는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개선되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받아 나온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도 있다.

미국에 있는 중국 공산당 당원들이 중국인들에게 아시아계 혐오 반대 집회에 참여할 것을 권유하는 전화를 걸었다는 누리꾼의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