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보수 시민들 “증오 반대 물결에 휩쓸리지 말자”

리 메이
2021년 04월 20일 오전 11:29 업데이트: 2021년 04월 28일 오전 9:51

미국 주류 언론이 연일 ‘아시아계 증오 반대’를 공론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사회 분열 움직임으로 규정하고 거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서는 ‘우리는 모두 미국인(One People One America)’, ‘모든 증오 반대(Stop All Hates)’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아시아계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종에 대한 혐오는 잘못된 것이라며 특정 인종 증오만을 부각하며 인종 갈등을 부추기는 주류 언론의 행태를 고발했다.

또한 참가자들은 인종 증오와 갈등을 멈춰야 한다면서 “법과 질서 준수”, “강도죄 완화법안(SB82) 반대”, “비판적 인종이론(Critical Race Theory) 교육 반대” 등을 촉구했다.

이날 오렌지카운티의 어바인시 정부청사 광장에는 한국계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스티븐 최와 중국계 앤서니 쿼, 베트남계 테드 부이, 어바인 재무 담당관 존 팍(John Park) 등 10여 명이 참석해 연설했다.

집회는 아시아산업협회(AIB2B)의 마크 앙 회장과 브리스톨 베이츠의 제임스 마이 최고경영자(CEO) 등 현지 아시아계 기업인들이 주최했다.

오렌지카운티의 아시아계 지역 인사들인 이들은 주류 언론이 ‘아시아계 증오 범죄’를 과장해서 보도하고 있으며, 아시아계 증오 범죄 반대 운동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활동가인 중국계 조지 씨는 “사람들이 미국에 이민을 오는 것은 개인에게 평등과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라며 “어떤 사람들은 아시아계 증오 범죄 반대를 외치면서도 증오 범죄의 원인에 대해서는 따져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정부 청사 광장에서 ‘우리는 모두 미국인(One People One America)’ 집회 참가자들이 강도죄 규정 완화 법안(SB82)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리 메이/에포크타임스
지난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정부 청사 광장에서 열린 ‘우리는 모두 미국인(One People One America)’ 집회 참가자들 | 리 메이/에포크타임스

그는 “문제는 인종 갈등이 아니라 진보좌파가 추진한 악법 때문에 치안이 나빠진 것”이라며 “증오 범죄만이 아니라 모든 범죄가 다 같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주 법안 47호는 950달러(약 106만원) 이하의 절도를 경범죄로 규정해 강도를 체포하더라도 풀어줄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범죄를 저지르고도 가벼운 처벌만 받도록 한 법이 문제라고 했다.

이어 “현재 지방의회에 발의된 SB82 법안은 일부 강도죄를 경범죄로 규정하고 재판이 끝난 범죄자에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며 “범죄자들을 보호하는 말도 안 되는 법안”이라고 질타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의 민주당 중진 위원인 낸시 스키너 상원의원이 발의한 SB82 법안(일명 강도죄 규정 완화 법안)은 현행법상 중범죄로 규정되는 강도죄를 ▲흉기 미사용 ▲피해자 무상해 시 경범죄로 낮춰 처벌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판 측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법망을 교묘히 피해 흉기 이외의 각종 위협 수단을 동원하는 강도 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스키너 상원의원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범죄자의 “사회 복귀를 지원한다”며 관련 법안을 수년간 지속적으로 발의해왔다.

청소년 구속을 중지하고 위탁가정에 송치하도록 한 AB2607 법안, 청소년 수감 기간 단축한 AB999, 미성년 피고 이동계획인 SB394, 경찰 집행기록 공개하도록 한 SB1421, 중범죄인 살인을 재정의하는 SB1437, 중범죄자의 배심원 구성을 허용한 SB310, 강도죄 형사책임 경감을 골자로 한 SB82 등이다.

아시아산업협회 마크 앙 회장은 “여러 집회에서 피해자들이 고통과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는 많이 봤지만, 왜 범죄자들이 캘리포니아 거리를 활보하게 됐는지 핵심을 파고드는 목소리는 없었다”며 이런 법안들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증오 범죄’ 등 사회적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정부 청사 광장에서 열린 ‘우리는 모두 미국인(One People One America)’ 집회 참가자들 | 리 메이/에포크타임스
지난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정부 청사 광장에서 열린 ‘우리는 모두 미국인(One People One America)’ 집회 참가자들 | 리 메이/에포크타임스

“증오 범죄 증가? 캘리포니아 범죄 전부 늘었다”

캘리포니아의 민주당 진보좌파 정치인들은 정상적인 시민들의 생활 안전보다는 범죄자들의 사회 복귀에 더 신경을 써왔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해 교도소 내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2만여 명의 수감자를 보석금 없이 석방했다. 사회로 복귀한 이들 수감자 일부는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중공 바이러스 대유행 기간, 교도소 내 사회적 거리두기로 수감 인원이 줄어들어 체포된 범죄자들이 그대로 석방되는 일까지 다수 벌어졌다.

2020년 말 부임한 개스콘 LA 카운티 검사장은 취임하자마자 보석금 제도를 종료하고 사형을 무기징역(20~30년 이후 가석방 가능)으로 바꾸는 등 대대적인 정책 변경을 단행했다.

검사가 범죄자의 범죄 이력이나 조직범죄, 증오 범죄 등을 고려해 가중 처벌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블랙라이브스매터(BLM·흑인생명도 소중하다) 시위가 겹치면서 치안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 시위가 경찰 반대 시위로 번진 까닭이다.

지역 활동가 조지 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경비 삭감과 경찰 부서 폐지, 경찰 인원 감축 등 경찰의 법 집행을 제한하기 시작했다”며 “경찰이 체포한 범죄자가 소수인종이면 차별 논란이 일어났다”고 했다.

그는 조지아주 안마시술소 총기난사사건을 언급하며 “백인 남성이 아시아계 6명과 백인 피해자 2명을 사살한 사건을 언론은 ‘아시아계 증오 범죄’로 몰고 갔다. 하지만, 범인은 범행 동기를 인종 증오가 아니라 성중독이라고 자백했다”고 덧붙였다.

베트남계 정치인 테드 부이는 “통계적으로 봤을 때 미국 전역에서 캘리포니아와 뉴욕만 아시아계 증오 범죄가 증가했는데, 사람들은 왜 그런지 생각해 봐야 한다. 텍사스나 콜로라도 등은 증가하지 않았다”며 캘리포니아와 뉴욕의 범죄 증가와의 관련성을 지적했다.

지난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정부 청사 광장에서 열린 ‘우리는 모두 미국인(One People One America)’에서 발언하는 어바인시 재무 담당관 존 팍(John Park) | 리 메이/에포크타임스

주류언론 보도하는 아시아계 혐오, 사실과 다르다

이날 집회에서는 주류 언론이 떠들썩하게 보도하는 아시아계 혐오에 대해서도 일부 사건을 크게 보도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참석자인 오렌지카운티 주민 중국계 제이드는 “지금 한창 떠들어대는 그런 인종 혐오는 존재하지 않는다. 난 중국계라고 말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또 치파오도 입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정치 성향을 따지는 게 아니라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만, 중국 출신으로서 민주당이 점점 공산주의로 향한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라고 말했다.

한국계인 스티븐 최 상원의원은 “바이든 정부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법 집행 강화”라고 호소했다.

최 의원의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가 겉으로는 평등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인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직후 예일대의 아시아계 차별에 대해 제기된 소송이 취하됐다. 이들 명문대는 오랫동안 입학생 전형에서 아시아계를 차별하고 특정 인종을 우대해왔으나 이런 관행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 의원은 또한 올해 성범죄자 등록 법안(AB892)을 발의했지만 의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통과하지 못했다. 성범죄자들에 대한 ‘차별 해소’가 일반 시민들에게는 역차별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계 주민 요니 문 씨는 좌파 언론이 아이들을 망치고 사회를 분열과 대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좌파가 젊은이들에게 급진적인 사상을 주입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우리 아이들을 인도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모두에게 아이들과 꼭 대화를 해서 ‘독소 배출’을 도와주고, 우리가 어떻게 미국에 왔으며, 그들이 어떤 행운을 누렸는지 알려줘야 한다고 격려하고 있다. 내 조부는 북한군한테 거의 죽임을 당할 뻔했는데, 미국 비행기가 날아와 조부는 살아남을 수 있었고 미국으로 이민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역 활동가 조지 씨는 “캘리포니아에서 시행될 민족학(Ethnic Studies) 교육과정은 사람들을 인종, 성별 등에 따라 억압자와 피억압자로 분류하고, 백인은 억압자로 인식하는 반면 아시아계는 백인의 가까운 이웃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비판적 인종이론(CRT) 아래 ‘미국이 인종차별과 억압 위에 지어졌다’는 민족학 교육과정의 주장은 거짓말이다. 우리같이 중국의 전제주의에서 탈출한 사람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계급투쟁이나 끊임없이 사람들을 구분해 서로 싸우게 하는 것에 미국인들보다 익숙하다. 우리는 지방 교육 당국을 저지해 그들이 이 나라를 분열하지 못하도록 하고, 또 그들이 우리 아이들을 공산주의라는 아젠다로 세뇌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계 주민 문 씨는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혼란에 대해 “언제나 새벽이 오기 전에 가장 어두운 법이니 난 이 나라가 부흥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 모두는 지방 정부의 일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하며, 무엇보다 지방에서 우선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