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국방장관들, 외국어선에 발포 허용한 중국 해경법에 우려

2021년 06월 19일 오후 3:43 업데이트: 2021년 06월 19일 오후 9:33

외국 선박의 불법 침임에 발포권을 부여한 중국 해경법에 대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들이 재차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15일(현지시각) 화상으로 진행된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필리핀 국방부 장관은 “일부 참여국은 중국 해경법의 남중국해 적용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델핀 로렌사나 필리판 국방부 장관은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이른 시일 내에 ‘남중국해 행동규칙(COC)’을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중국해 행동규칙은 아세안과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 억지를 위해 행동기준을 마련하자는 내용으로 양측 사이에 20년 가까이 지지부진한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인 필리핀 등 아세안 회원국과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제사회는 남중국해는 국제수로이므로 항행의 자유와 상공 비행의 자유 등 국제법상 원칙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국은 남중국해의 80~90%를 차지하는 수역은 중국의 바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맞서고 있다.

중국의 해경법에 대해서는 일본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국방부 장관)도 성명을 통해 “중국의 해경법이 다른 국가의 합법적인 권익을 해치는 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번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는 미국과 중국의 국방장관이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소리(VAO)에 따르면 양국 국방부 장관이 국제회의에 함께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과 중국 외에도 한국, 일본, 호주, 인도, 뉴질랜드, 러시아 등 비(非) 아세안 국가의 국방장관들도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청사진을 밝히며 이 지역 안보 도전에 대한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의 공동 대응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중국해서 중국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명확히 언급했다.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장관)은 이를 직접 맞받아치지는 않았지만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국가적 이익은 반드시 충분히 존중되고 보호받아야 한다. 중국은 대만·신장·홍콩·남중국해와 관련해 핵심이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미 국방장관이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불법행위를 재차 지적한 것은 지역 안보에 대한 미국의 결의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국방부는 중국에 대응하는 미군의 결심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 미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부보좌관으로 근무한 중국 전문가이자 대중 강경파인 엘리 래트너를 국방부 인도-태평양 담당 차관보에 지명했다.

래트너는 의회 청문회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 내놓은 잠정 국가안보전략지침에 담긴 중국에 대한 묘사에 공감한다”며 국제사회의 기존 질서에 장기적으로 군사·외교·과학기술을 이용해 도전하는 유일한 경쟁자로 중국을 지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1월 20일 취임 후, 국방부에서 중국 업무팀을 설립하고 미국의 전략, 작전 개념, 과학기술, 군사력 태세를 재조명해 갈수록 커지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한 국방부 관계자가 밝힌 바에 의하면, 미 국방부는 태평양 지역에 상설 해군 특파 함대를 설립해 날로 커지는 중국의 군사력을 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올해 2월 새 해경법을 발표했으며, 중국이 주권을 주장하는 해역에서 중국 해경이 외국 선박에 치명적인 무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 주변국의 반발을 샀다.

/강우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