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빚 때문에 온 집안에 ‘압류 딱지’ 붙은 걸 본 연세대 대학생이 쓴 글

김연진
2020년 08월 14일 오후 1:53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전 9:30

“집에 빨간 압류 딱지가 붙었다”

연세대학교 학생 A군은 담담하게 자신이 겪은 일을 고백하며, 아버지를 향한 마음을 털어놨다.

A군은 “며칠 전 아침,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던 시간을 방해하는 초인종이 울렸다”라며 입을 열었다.

택배가 도착한 줄 알았던 A군의 예상과는 다르게,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분들이었다. 법원에서 왔다고 하셨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아버지가 카드빚을 장기간 연체하셨어요”

“집안 물건들에 가압류 딱지를 붙여야 해요”

A군은 그 상황을 담담하게 써 내려갔다. 무슨 영화나 드라마처럼 폭력배들이 쳐들어와 물건을 부수고 협박을 하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

매우 정중한 태도로 설명해주셨으며, 친절히 절차를 설명하고 가압류 스티커를 붙였다. 빚을 갚지 못하면 이 물건들이 경매에 넘어갈 수도 있다고 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A군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설명했다.

“아빠의 젊은 시절은 지금의 나와 상당히 닮아 있다. 돌려 말하기와 숨기기를 모르는 솔직한 성격,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 글쓰기를 좋아하고 영어를 잘하는 것 등등”

“아빠는 과거에도, 지금도 나의 우상이다”

“50이 넘으셨지만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 가장 노래를 잘 부르시고, 웬만한 20대보다 더 좋은 몸을 가지고 계신다”

“어떤 상황에서도 할 말은 하시는 아빠. 그런데 그런 아빠가 위축되어 있는 모습을 봤다. 나에게는 빚보다, 스티커보다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는 게 더 고통이더라”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이어 A군은 자신의 다짐을 밝혔다. “내가 할 일은 단순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 하나 해나가는 것. 인턴을 구해 돈을 벌고, 남는 시간에 일을 더 해서 추가 수입을 올리고, 공부를 하고, 남는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나는 그냥 지금에 충실하면 된다. 그러면 된다”

그러면서 “돈이 다시는 아빠를 위축시키지 않게 하겠다. 그런 종이 쪼가리에 휘둘리기엔 우리 아빠는 너무 위대하고 존경스러운 분이다”라며 “내가 어린 시절부터 아빠에게 사드린다고 했던 고급 외제차도 사드리고, 아빠가 즐길 수 있으신 것을 마음껏 즐기시게 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지금에 충실한 삶으로 돌아가자. 파이팅”이라고 남겼다.

A군의 사연은 수많은 학생, 누리꾼들을 울렸다. “아버지를 원망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말하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특히 한 누리꾼은 “아버님은 부자시네요. 이런 보물 같은 아들을 두시고…”라며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