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형에게 ‘대리 시험’ 치게 한 ‘신의 직장’ 한국은행 신입직원 적발

황효정
2023년 05월 23일 오후 4:57 업데이트: 2023년 05월 23일 오후 4:58

‘신의 직장’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신입직원 채용에 동시 지원한 뒤 본인은 한국은행 시험을, 쌍둥이 형에게는 금융감독원 시험을 대신 보게 한 한국은행 신입직원이 들통났다.

지난 17일 한국은행은 한은과 금감원 두 기관 신입직원 채용에 모두 지원한 사실이 파악된 직원과 그 쌍둥이 형에 대해 공동으로 형사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은이 이달 자체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입행한 신입직원 A씨는 지난해 하반기 한은과 금감원 신입직원 채용에 둘 다 지원했다.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어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꼽히는 한은과 금감원의 지난해 신입 채용 필기시험은 2022년 9월 24일 토요일로 같은 날 진행됐다.

사실상 한 군데만 지원할 수 있던 것인데, 이날 A씨는 한은 시험장에 갔다. 같은 날 A씨의 쌍둥이 형은 동생 대신 금감원 시험장에 갔다.

MBC

동생인 척 시험을 본 쌍둥이 형은 금감원 1차 필기시험에 합격했고 A씨는 한은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신분증 위주의 신원 확인 절차가 있었으나 비슷한 얼굴 덕분에 쌍둥이는 감독관의 눈을 쉽게 피할 수 있었다.

A씨는 이후 금감원 2차 필기시험과 1차 면접전형에는 본인이 응시해 통과했다.

동시에 한은 1차 실무면접, 2차 면접 등에도 모두 직접 응시해 최종 합격했다. 한은에 최종 합격하면서 금감원 마지막 면접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덜미가 잡힌 것은 그 뒤였다. A씨가 한국은행에 입행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금감원 시험과 면접 현장에서 A씨를 목격한 사람들 사이에 의혹이 제기됐다.

JTBC 보도 화면 캡처

그러나 초기 한은 측은 “불가능한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A씨의 대리 시험 의혹이 제기되며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다.

한은은 수사 결과에 따라 쌍둥이 동생 A씨에 대해 엄중 징계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A씨 말고도 그동안 또 다른 대리응시 사건이 있었을 가능성에는 한은과 금감원 모두 “이번이 매우 이례적인 것이고 평소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는 “신분증과 얼굴 확인뿐 아니라 필적 감정까지 거쳐서 매우 철저하게 관리 중”이라며 “대리응시와 같은 채용부정이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 또한 “이번 사안이 워낙 예외적인 경우”라며 금감원에서도 필적과 서명 확인 등 신분 확인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