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의에 빠진 철원 이재민들 힘내라고 밤새 끓인 설렁탕 400인분 제공한 식당주인

이현주
2020년 08월 12일 오전 11:21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전 9:33

강원도 철원에서 지난달 31일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수백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재민들은 당장 대피소 생활의 어려움 보다 복구해야 할 집 걱정이 더 컸다.

침수 피해를 입은 철원의 한 마을/연합뉴스

집에 두고 온 고가 가전제품은 다 망가지고, 키우던 가축들도 모두 죽었을거라며 실의에 빠진 주민도 있었다.

이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이재민들에게 따뜻한 나눔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대한적십자사는 철원에서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이천근 씨(56)가 지난 8일 이재민들이 모인 오덕초등학교에 설렁탕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철원의 한 초등학교에 설치된 대피소/연합뉴스

적십자에 따르면, 이씨는 가마솥 3개에서 400인분의 설렁탕을 밤새 고아 만들었다.

이씨는 고명으로 사용할 고기와 김치, 파 등 부재료까지 직접 차량에 실어 식사를 준비했다.

적십자는 이씨가 기부한 설렁탕으로 이재민과 복구인력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tvN

이씨의 식당도 코로나19에 수해까지 겹쳐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제2 고향인 철원지역 주민들의 비 피해 소식에 가슴이 아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씨는 “지역주민들이 식당을 찾아줬기에 이만큼 가게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천근 철원청정한우촌 사장/대한적십자사 제공

그러면서 “정성이 담긴 설렁탕을 드시고 힘내서 얼른 복구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적십자는 지난 2일부터 철원 이재민을 위해 재난구호쉘터 100동을 설치하고 긴급구호품과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500여명과 군인 공무원 등 800여명도 철원에 투입돼 이재민의 아픔을 달랬다.

수해 복구 작업 나선 군 장병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