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한 아내에게 ‘꽃향기’ 맡게 해주려고 30년간 꽃정원 가꾼 할아버지

김우성
2021년 02월 26일 오후 4:13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08

할아버지가 퇴직한 후 노부부는 일본 전역을 여행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할머니가 당뇨합병증으로 시력을 잃게 되면서 갑작스레 여행이 중단됐다.

실의에 빠져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며 우울해하는 할머니.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할아버지 역시 마음이 아팠다.

니시니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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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할아버지는 땅을 가꾸고 꽃을 심기 시작했다. 꽃을 좋아하는 아내에게 꽃향기를 선물하기 위해.

일본 미야자키현에 사는 할아버지 쿠로키 토시코 씨와 할머니 야스코 씨의 이야기다.

처음의 2평 남짓 작은 꽃밭은 30년이 지나면서 1500평이 넘는 꽃 정원으로 변했다.

할머니가 앞을 볼 순 없어도 꽃향기는 맡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30년간 할아버지가 정성을 쏟아부은 결과였다.

니시니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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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노력 덕분에 할머니는 매일 꽃향기를 맡으며 웃을 수 있었다.

노부부의 애틋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꽃 정원은 명소가 됐다. 해마다 봄이 되면 수천 명의 관광객이 꽃 정원을 찾았다.

꽃 정원은 할머니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선물했다.

니시니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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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90세가 되던 해, 할아버지는 아쉬운 소식을 전했다.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어 꽃에 물을 대고, 잡초를 뽑는 일이 힘들어졌다”며 “이번 봄을 끝으로 정원 관리를 그만둘 생각”이라고 밝혔다.

남은 시간은 꽃 정원 대신 과수원을 하며 보낼 생각이라고.

아름다운 정원은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사랑 가득한 노부부의 사연은 은은한 꽃향기처럼 오래도록 누리꾼들을 감동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