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직격탄 맞은 이란…최고지도자 측근 사망, 부통령도 감염

잭 필립스
2020년 03월 3일 오후 4:04 업데이트: 2021년 05월 16일 오후 12:34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측근인 고위 관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굴복해 사망했다고 2일(이하 현지시간) 이란 국영 라디오 방송이 보도했다.

사망자는 모하마드 미르모하마디(71)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게 조언하는 위원회 소속 위원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최고 지도자에게 조언을 해 줄 뿐 아니라 최고지도자와 의회사이의 분쟁을 해결한다.

마스메 에브테카 이란 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차관 등 국가 고위 지도층 인사들의 감염 사실도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란은 코로나19에 감염된 공직자 수가 가장 많은 국가로 알려졌다.

환경보호기구 대표인 마수메 에브테카 이란 부통령은 테헤란에서 프랑스 생태장관을 만나고 있다. 2016. 8. 28 | AFP=연합뉴스

이란 보건부는 2일 기준 이란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501명, 사망자 6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의 발표가 축소됐다는 폭로가 나오고 있지만, 당국의 발표대로 하더라도 사망자는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아 전 세계 치사율 평균에 비해 월등히 높다.

현재 중동 지역 최소 10개 국가에서 1150건이 넘는 코로나19 사례가 확인됐으며, 대부분 이란 방문과 연관돼 있다. 최근 며칠 동안 이란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자국내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후 국경을 폐쇄하고 항공 일정을 유예했다.

이란 정부는 이번 사태를 막기 위해 약 30만 명의 병력을 동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달 26일 영국 BBC는 사산 노하니 이란 대통령의 “어떤 지역이나 도시를 격리할 계획은 없다. 개인격리만 할 것”이라는 발언을 전했다.

이란 의회가 무기한 중단되고 대학과 학교가 휴교했으며 모든 대중 집회가 취소됐다고 관영언론은 보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이란 정부에 코로나19에 대한 투명성을 촉구했다.

이란 테헤란 북부의 한 도로에서 마스크를 쓴 보행자가 걷고 있다. 2020. 3. 1. | AP=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국제원조기구와 협력해야 한다”면서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 보고를 은폐하고 있다고 이란 정부를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이란을 돕겠다고 제안했다.

지난주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이슬람공화국에 도움을 주겠다는 제안했고, 미국이 이란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이란의 열악한 건강관리 시스템 등의 이유를 들어 왜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한 폼페이오 장관의 설명도 있었다.

지난달 28일 미 국무부는 스위스 정부를 통해 이란에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의사를 전달했지만 이란 외무부는 “웃기는 소리”라면서 단칼에 거절했다고 알려졌다.

한편 이란 정권의 한 소식통은 BBC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보도된 것보다 6배 정도 높은 210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 보도 이후, 키아누쉬 자한푸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 정부는 투명하다며 BBC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아바스 무사비 대변인은 “이란에 경제 제재로 압력을 가하고 의약품과 의료장비 도입을 막는 나라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맞설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정치 게임”이라며 폼페이오 장관의 지원 제안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