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공포에 갈 곳 잃은 크루즈 여객선, 5개국 입항 거부에 ‘갈팡질팡’

한동훈
2020년 02월 13일 오전 9:09 업데이트: 2020년 03월 5일 오후 1:56

태국 정부가 11일 홀랜드 아메리카(Holland America) 크루즈의 상륙을 허가한다고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입항을 금지한다고 바꿨다.

지난 1일 홍콩에 정박한 이래 홀랜드 아메리카사 소속 ‘웨스테르담'(Westerdam)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로 일본과 한국에서도 입항을 거부당한 데 이어, 태국까지 5개국이 입항을 거부했다.

아티랏 라타나사테(Atirat Ratanasate) 태국 교통부 차관은 소셜미디어에 “이 배가 부두에 정박할 수 없지만, 웨스테르담호가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태국이 기꺼이 연료, 의약품, 식량 제공을 도울 것”이라고 입장 표명을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누틴 샤른비라쿨 보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나는 명령을 내렸다. 정박 허가를 거부했다”고 짧게 언급했다.

대만, 일본, 필리핀, 미국령 괌은 모두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공포로 웨스테르담호가 부두에 들어서지 못하게 했다. 세계 최대 여행업체 중 하나인 글로벌 크루즈 기업, 카니발 코퍼레이션(Carnival Corp.) 소유의 홀랜드 아메리카 측은 크루즈 선에 공포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탑승했다는 믿을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홀랜드 아메리카사는 전날 성명을 통해 웨스테르담호가 13일 태국 람차방(Laem Chabang) 항에 입항해 승객들이 하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건강 검진 결과 휘스테르담호 승객들이 신종코로나에 감염됐다는 이유가 없다”며 “그 배는 항해가 끝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연료와 식량이 충분하다”고 발표했다. 또한 승객과 승무원이 친지와 연락할 수 있도록 무료 인터넷과 전화 접속을 제공했으며, 투숙객에게 전액 환불하고 향후 크루즈 크레딧을 제공한 조치도 덧붙였다.

그러나, 태국 아누띤 장관의 폐이스북 입장 발표에 따라 웨스테르담호의 항로가 어떻게 바뀔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홀랜드 아메리카사는 태국의 변경 사항에 대해 “웨스테르담이 태국 렘 차방 항구 측에 전화해 현황보고를 들었다”며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웨스테르담호에 승선했다고 밝힌 한 여성은 트위터에 다섯 번째 입항이 거절당하고 나니 “희망이 무너졌을 때 어떻게 절망이 시작되는 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게재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지난달 16일 싱가포르를 떠난 웨스테르담호는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홍콩, 필리핀, 대만, 일본 등을 거쳐 이달 12일 부산에 입항하고 13일 일본 사세보항에 정박한 뒤 15일 중국 상하이에서 일정을 마치는 한 달간의 아시아 바닷길 여행 코스다.

풀 코스 1일당 2만 달러(약 2300만 원)를 내고 꿈의 여행을 떠났던 승객들은 배 안에 갇힌 신세가 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태국의 웨스테르담호 입항 거부를 확인하고 “그들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배에 승선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1455명의 승객과 승무원 802명이 승선한 웨스테르담호는 현재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입항 및 정박을 허가받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선상 감옥이 된, 일본에 정박한 여객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전체 승선자 3711명 중 174명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진단을 받았다. 지난 5일 1차로 10명의 감염자가 확인되면서 잠복기를 고려해 2주 후인 19일 선상 격리 조치를 해제할 예정이었으나, 2, 3차 감염 등을 통한 양성 반응자가 속출함에 따라 전원 검사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공식 명칭을 ‘COVID-19’로 결정했다고 12일 발표했다. CO는 코로나(corona), VI는 바이러스(virus), D는 질환(disease), ‘19’는 발병이 처음 보고된 2019년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