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주한국 대만 대표로 총영사급 내정… 駐日 대표는 총리급

최창근
2022년 04월 29일 오후 3:48 업데이트: 2022년 04월 29일 오후 4:51

신임 주한국대만대표로 총영사급 내정… 종전 차관급, 대사급에서 격하
상호주의 원칙, 외교적 보복 두가지 해석
일본은 총리급 대표가 부임… 차기 대표도 전직 국회의장 거론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축하 사절단 파견 여부도 관건 

5월 10일, 한국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만 정부도 한국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친중(親中)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동아시아 자유민주국가이자 지난날 혈맹(血盟), 형제의 나라(兄弟之邦)로 불렸던 한국이 대만과 관계 개선을 도모할 것이라는 기대이다. 다만 양국의 공식 외교 관계에서는 반대 양상을 보인다. 실질적인 외교 관계가 격하됐기 때문이다.

대만 외교부는 임기 만료를 앞둔 탕뎬원(唐殿文) 주한국타이베이대표부 대표(대사)의 후임으로 량광중(梁光中) 외교부 조약법률사(條約法律司) 사장(司長·국장)을 내정했다. 량광중 신임 내정자는 대만 국립중싱대(國立中興大) 법학과 졸업 후 외교부에 입부하여 주바레인상무대표단(무역대표부) 3등 서기관, 주보스턴경제문화사무처 영사, 외교부 정무차장(차관) 기요비서(機要秘書·정책 보좌관), 행정원 대륙위원회(대중국 전담부처) 마카오사무처(澳門辦事處) 조장, 주베트남타이베이경제문화사무처 부대표(공사), 주호치민타이베이경제문화사무처 총영사를 거쳐 2018년 10월부터 외교부 조약법률사 사장를 맡고 있는 총영사급 직업 외교관이다.

량광중 주한국타이베이대표부 대표 내정자.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주호치민 총영사를 거쳐 현재 외교부 조약법률사 사장이다. | CNA.

반면 탕뎬원 현임 대표는 주한국타이베이대표부 부산판사처 처장(총영사), 대만의 공식 수교국인 주마셜군도 대사를 역임한 대사급 외교관이다. 전임 스딩(石定) 대표는 주뉴질랜드타이베이경제문화사무처 대표, 주벨리즈대만대사관 대사 역임 후 외교부 서열 2위인 정무차장(정무차관)을 거쳐 주한국대표로 부임했다. 1992년 한국-대만 단교 이후 부임한 최고위급 외교관이다.

한국 측 외교사절의 격도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2022년 2월 부임한 정병원 주타이베이한국대표부 대표는 제24회 외무고등고시 출신으로 1990년 외교부 입부 후 국제협약과장, 일본과장, 동북아시아국장을 거쳐 2019년 주밴쿠버총영사관 총영사로 부임했다 올해 주타이베이한국대표부 대표로 전임됐다. 이를 두고 한국-대만 관계가 종전 대사급에서 총영사급으로 격하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 것이다.

대만 정부가 주한국타이베이대표부 대표를 대사급에서 총영사급으로 격하한 것을 두고서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상호주의 원칙이다. 한국 정부가 신임 주타이베이한국대표부 대표로 외교부 본부 국장을 역임한 총영사 출신을 임명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외교적 보복 차원이다. 지난해 12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탕펑(唐鳳·오드리 탕) 행정원 디지털담당 정무위원(정무장관)의 화상연설을 행사 당일 아침에 이메일로 취소 통보하는 외교 결례를 범했다. 당시 한국 정부가 ‘양안(兩岸)관계’를 명분으로 자국 장관급 인사의 연설을 일방 취소 통보하자 대만 외교부는 주타이베이한국대표부 대리대표(부대표)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招致)해 강력한 유감을 표시했다.

1992년 단교 이후 한국 정부는 ‘비공식 외교관계 틀 속에서 최선의 관계를 유지한다’는 기조하에 주타이베이한국대표부 대표로 차관~차관보급 고위 외교관을 파견했다. 초대 대표로 단교 이전 주대만한국대사관 대사를 역임한 4성 장군 출신 한철수 전 브라질대사를 파견한 이후 전임 강영훈 대표까지 대사급 외교관을 대표로 임명했다. 민간 출신으로 임명됐던 구양근 7대 대표는 중문학자 출신으로 성신여대 총장 출신이다.

대만 측에서는 초대 린쭌셴(林尊賢) 대표 이후 5대 량잉빈(梁英斌) 대표까지 차관보급 외교관을 대표로 임명하다 6대 대표로 정무차장 출신의 스딩 대표가 부임했고 대사급인 탕뎬원 현 대표가 뒤를 이었다.

량광중 신임 대표 내정자가 한국 경험이 전무하고 총영사급 외교관이라는 문제 제기에 대하여 대만 외교부는 “외교관 인사는 업무 내용과 해당자의 능력에 따라 정해졌다.” “량광중 내정자는 주한국 대표를 맡을 만한 경력의 소유자이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어우장안(歐江安)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4월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량광중 법률조약사 사장은 한국어 구사 능력이 없기는 하지만 외교관으로서 경력, 법률·조약에 대한 이해, 아시아태평양지역 관련 전문 경험이 풍부한 직업 외교관으로서 신임 주한국대만대표부 대표로서 적임자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2016년 부임한 셰창팅(謝長廷) 타이베이주일경제문화대표처(臺北駐日經濟文化代表處) 후임자로는 민진당 거물 정치인 쑤자취안(蘇嘉全)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중국시보(中國時報)’ 등 대만 현지 언론들은 지난해 8월 리잉위안(李應元) 대표 귀임 후 공석인 주태국타이베이경제문화사무처(駐泰國臺北經濟文化辦事處) 대표(대사)로 쑤자취안이 거론 됐으나 공식 발표가 늦어지는 원인으로 대만 정부가 대만-일본 관계를 고려하여 주일본 대표로 임명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쑤자취안은 핑둥(屏東)현 현장, 내정부(행정안전부 해당) 부장, 행정원 농업위원회 주임위원, 민진당 비서장, 입법위원, 입법원장(국회의장), 총통부 비서장(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역임했다. 쑤전창이 주일본 대표로 부임할 경우 민진당 원로로서 당 주석, 행정원장(국무총리)을 거친 셰창팅 현임 대표에 이어 ‘총리급’ 대표가 될 전망이다. 이는 대만과 일본의 관계가 긴밀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총영사급으로 격하된 한국-대만 외교관계에 있어 또 하나의 관심사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파견할 대만 사절단이다. 지난 2007년 2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대만은 왕진핑(王金平) 입법원장과 천탕산(陳唐山)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을 축하 사절로 파견했으나 중국의 항의를 받은 취임식준비위원회는 행사장에 도착한 사절단의 입장을 막은 전례가 있다.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정부 시기인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는 왕진핑 입법원장을 비롯한 대만 여·야 입법위원 6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참석했다. 2016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취임 후 악화일로인 양안관계를 고려할 때 대만 사절단의 대통령 취임식 참석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