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편집인협 “언중법, 언론에 재갈 물리는 것”

2021년 09월 3일 오후 6:06 업데이트: 2021년 09월 3일 오후 6:41

韓, 해외 미디어에 이미 선진국…군부독재 시대로 되돌리면 안 돼”
언론계, 잘못된 부분 인정하고 자율적으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언론중재법’, 정확한 명칭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다.

2021년 6월 23일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외 9인이 발의한 이 법률안은 현재 정치·언론계에 가장 큰 논란으로 자리 잡았다.

여당은 8월 19일 언론중재법을 단독으로 국회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고, 25일 법제사법위에서 국민의힘이 반발로 퇴장하자 단독 처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8월 30일 본회의에서 법안 강행 처리하려 했으나,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법안 상정이 무산됐다.

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한국여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관훈클럽·대한언론인회 등 7개 언론단체는 지난달 30일 국회 본청에서 언론중재법 강행처리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에포크타임스는 2일 언론단체 7곳 중 하나인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서양원 회장(현 매일경제 전무이사)으로부터 ‘언론중재법’ 관련 의견을 들었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국내 일간신문·통신사 편집관계 간부 및 방송사 보도관계 간부들의 협동단체로 1957년 4월에 창립됐다.

서양원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ㅣ본인 제공

언론중재법, 언론사 존립(存立) 문제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

서 협회장은 언론중재법이 논란이 되는 이유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 즉 ‘독소조항’들이 다소 들어있다는 것”이라 말했다. 이어 “그런 조항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우리가 (언론중재법을) 반대하는 이유”라 밝히며, 해당 법률안 제30조 2항을 설명했다.

30조의2(허위ㆍ조작보도에 대한 특칙) 언론 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허위ㆍ조작보도에 따른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을 받은 자는 기준손해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배상을 언론사 등에 청구할 수 있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中

그는 “제30조 같은 경우는 ‘허위사실’이라고 했는데 어떤 것이 허위사실인지 그게 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또한 “제30조 2항에 ‘고의 또는 중과실’로 추정되어 있는데, 추정된다는 내용은 말 그대로 자의적(恣意的)인 판단이 가능한 것”이라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어 “언론에 나온 기사 중에 예를 들어 사생활을 침해했거나 명예 훼손됐다고 기사에 나온 사람이 일방적으로 주장을 한다면 그것은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를 빼줘야 한다, ‘열람 차단’이 바로 그것”이라 설명했다. 또한 “어떤 문제가 일어날 수 있냐면 국정농단 사건의 최순실이 그때 당시 내용의 기사를 빼라고 요청했는데 안 그러면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5배를 물리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 협회장은 “(소송에 대해) 언론사의 변호비도 변호비지만, 언론사 존립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결과적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법이라 규정하고 반대를 하고 있다”는 확고한 입장을 표명했다.

헌법적 가치를 지닌 언론 자유민주주의 기축(機軸)”

서 협회장은 언론중재법의 ‘징벌적 손해 배상’을 평가하는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만약 손해로 추정하는 것에 대해 어떤 사람은 500억, 어떤 사람은 1500억이라는 엄청난 논쟁이 있는데, 그 논쟁이 있는 숫자에 5배를 곱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헌법에는 죄지은 만큼 형벌을 가하게 되어 있다”고 설명하며 “언론은 일반 제조물하고 달리 언론 자유, 민주주의의 기축인데 헌법적 가치를 지닌 언론 자유를 이렇게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5배나 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이런 부분이 위헌적인 내용이다”고 말했다.

현재 현행 형법에는 ‘공연히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도 명예훼손죄로 형사 처벌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또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도 ‘허위 사실 유포죄’로 처벌을 받고 있으며, 민사상 손해배상도 가능해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언론중재법으로 손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또 처벌하게 되어 있어 이중 처벌이라는 것이 언론단체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서 협회장은 “이중 처벌이 바로 위헌이며 그런 조항들을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네거티브 미디어에 불만언론의 기본적 속성은 팩트 전달과 비판·견제 기능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언론중재법’을 계속 강행 처리하려는 까닭을 묻자 서 협회장은 “사실 여당은 기존 네거티브 미디어에 대한 불만이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언론의 기본적인 속성은 팩트를 전달하고 비판·견제 기능을 하는 것인데 (여당이) 권력을 가졌지만 계속 끊임없이 비판을 하니 불편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기존 보수 언론 중심으로 대형 언론사들이 많으니 언론사 입을 막아 놓은 것”이라 주장했다.

또한 1인 미디어나 유튜버들은 ‘언론중재법’에 해당이 안 되는 사실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기존의 신문사나 방송사는 기자들이 현장 취재를 하면 게이트킵핑(Gatekeeping, 뉴스 미디어 조직 내에서 기자나 편집자와 같은 뉴스결정권자에 의해 뉴스가 취사선택되는 과정)은 데스크에서 하고 또 팩트 유무에 대해 법률적인 조언도 구하면서 보도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1인 미디어나 유튜브에서 얼마나 많은 오보가 나오고 있나”고 물으며 “특히 한국은 진보와 보수가 나뉘어서 유튜버들 서로가 가짜뉴스를 많이 내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서 협회장은 “기존 미디어들만 이렇게 하는 것은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에 대해서 불편한 것이고, 그런 판단 때문에 언론중재법을 무리하게 실행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개인 유튜버는 놔두고 기존 언론만 제재하겠다는 것은 헌법이 명시한 정당성도 없다”고 덧붙였다.

언론 7단체, 들러리용이기 때문에 협의체에 참석 안 한다

한편, 여야는 ‘언론중재법’을 두고 31일 ‘언론중재법 8인 협의체’를 설치하고 9월 27일 본회의에 다시 상정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언론중재법 8인 협의체’는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의원 각각 2명과 양당이 추천한 언론계 인사 2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2일 언론단체 7곳은 공동 입장을 내고 여야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관련 서 협회장은 “우리 언론단체들에도 참여하라고 했지만, 아직 협의회가 실체가 있냐”며 반문했다. 또한 “만약에 협의체에 언론계나 전문가가 들어가 합리적인 의견을 냈어도 자기들(여당) 마음에 안 들면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가지고 그냥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김용민 의원 발언에서도 9월 27일까지 시간을 줬기 때문에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인데 그러면 협의체 자체가 진행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언론 7단체는 들러리용이므로 협의회 구성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언론중재법이 이달 27일 본회의에서 처리된다면 언론단체들은 강경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서 협회장은 “언론중재법의 위헌적인 요소가 많이 있어 그것을 바탕으로 헌법소원을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은 과잉처벌의 원칙에도 어긋나고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은 불명확함에 극치”라고 비난했다. 따라서 “이러한 법률안을 우리는 위헌적 폭거라 규정하고 철폐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언론중재법의 외신 적용 여부를 두고 여당과 문체부의 유권해석이 달라 혼란이 일고 있다. 문체부는 언론중재법은 신문법을 따르고 있어 국내 언론사에만 적용된다고 밝혔지만,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특위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김용민 미디어혁신특위 위원장은 “외신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30일 다시 “등록된 외신언론사는 해당되지만, 특파원만 파견했으면 해당되지 않는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이에 대해 서 협회장은 “문체부나 여당 안에서도 통일이 안 되고 혼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전 세계 신문협회나 국경 없는 기자회, 해외 미디어들에 한국이 이미 선진국이며 군부독재를 거친 민주주의 국가인데 다시 그런 시대로 되돌리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일부 언론 오보에 대해선 우리 스스로 노력해야하지만 언론에 재갈 물리는 것 안 돼

서 협회장은 언론도 잘못한 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우리가 짧은 시간 안에 팩트를 확인하고 거기에서 전체 큰 그림이 있으면 한 조각의 정보를 가지고 쭉 확인하고 기한에 맞추다 보니 덜 완성된, 일부는 확인이 안 된 팩트들이 나가서 기사 전체가 본의 아니게 오보가 될 수 있고 부분적으로 오해가 될 수 있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 우리 언론은 정정 보도나 일부 언론 피해자들 구제를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은 인정하고 스스로 자율적으로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고 다짐했다.

언론인 시각에서 언론중재법을 어떻게 보는지 묻는 질문에 서 협회장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험이고 언론 출판의 자유를 명시한 위헌적인 내용인 만큼 그것에 대해서 당연히 맞서 싸울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언론 자유를 위해서 전 언론계가 지금은 진보·보수 관계없이 ‘언론재갈법’이라 규정하고 전부 항의를 하고 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국민들과 양심 있는 이 땅의 지식인들은 같이 싸워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서 협회장은 에포크타임스 기자에게 “기자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열심히 도전해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과 언론 자유를 지켜달라”는 말을 남겼다.

서양원 회장은 매일경제 기자 출신으로 청와대 출입기자, 경제국장,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취재본부 이진백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