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백신 접종 의무화’에 시장-경찰노조 소송전

하석원
2021년 10월 16일 오후 12:26 업데이트: 2021년 10월 16일 오후 1:45

‘범죄의 도시’ 시카고에서 백신 접종 의무화 명령이 치안공백 우려로 번지고 있다.

15일(현지 시각) 시카고 최대 경찰노조인 경찰공제조합(FOP)을 포함한 4개의 경찰노조가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전날 라이트풋 시장이 백신 접종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경찰관들을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노조 측은 이번 소송의 목적에 대해 “라이트풋 시장을 협상 테이블에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라이트풋 시장은 지난 8월 말, 시카고의 모든 경찰관에게 올해 12월 31일까지 백신 접종을 2차까지 완료하고 10월 15일까지 진행 상황을 중간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지키지 않은 경찰관들은 무급휴가 처분을 받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경찰공제조합을 주축으로 4개 경찰노조는 자연면역 획득자에 대한 면제, 종교적 신념에 따른 면제, 자발적으로 백신을 접종한 경찰관에 대한 인센티브, 격주 음성진단서 제출로 백신 접종 의무 대체 등을 요구하며 협상을 시도했다.

결국 한 달에 걸친 협상이 결렬되자, 라이트풋 시장은 14일 경찰공제조합을 법원에 고소했다.

라이트풋 시장은 고소장에서 존 카탄자라 경찰공제조합 회장이 노조원들의 접종 거부를 부추겼으며, 시카고의 범죄율이 증가해 모든 경찰관들의 근무가 필요한 시점에서 불법 파업을 강행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일리노이 주(州)법에 따르면, 시카고 경찰은 파업이 허용되지 않는다.

경찰공제조합은 라이트풋 시장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경찰공제조합은 성명에서 “카탄자라 위원장은 파업을 지시하거나 지지한 적이 없다. 직무에 헌신적인 경찰관들에게 불법적인 명령을 내리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무급휴가로 집에 돌려보내겠다고 위협한 사람은 바로 라이트풋 시장”이라고 응수했다.

카탄자라 위원장은 협상 결렬 며칠 전, 유튜브를 통해 노조원들에게 라이트풋 시장의 불법적인 명령을 거부할 것을 독려했다. 그는 “노조원 절반은 명령을 거부하고 기꺼이 무급휴가를 받을 것”이라며 노조의 결속력에 자신감을 내보였다.

경찰공제조합 소속 경찰관은 1만1천명으로 시 전체 공무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지역 순찰을 담당하는 경찰관들이 많아 시카고 시내 치안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카탄자라 위원장은 “무급휴가를 받게 되더라도 30일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경찰 인력 50% 이하로 일주일 이상 사고 없이 지낼 수는 없다”며 라이트풋 시장이 버티지 못하고 포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트풋 시장은 당초 10월 15일까지 시 전체 공무원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2차까지(얀센은 1차) 완료하라고 지시했으나, 노조가 단체교섭권에 따라 백신 접종 외 대안 마련을 요구하자 2주마다 한 번씩 음성 진단서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시한을 12월 31일로 연장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라이트풋 시장은 2019년 5월에 취임한 직후부터 FOP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라이트풋은 계약 이행이 성실하지 않다고 경찰공제조합을 비난했고, 경찰공제조합은 시카고의 경찰관 처우 개선 문제로 시에 맞서왔다.

경찰공제조합은 지난 5월 순직한 경찰관에 대한 예우 문제로 라이트풋 시장과 데이비드 브라운 경찰청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실시해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