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연임 후 첫 고위직 낙마… 왕치산 측근 인민은행 부행장

최창근
2022년 11월 7일 오후 2:50 업데이트: 2022년 11월 7일 오후 5:03

시진핑 3기 출범 후에도 이른바 ‘호랑이 사냥’이라는 고위층 대상 반부패 사정 작업이 지속되고 있다.

첫 대상은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의 측근으로 알려진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 판이페이이다.

11월 5일, 중국 당정 양대 감찰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와 국가감찰위원회(감찰위)는 판이페이(范一飛) 부행장이 기율 심사 및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기율위·감찰위의 조사 사실이 공개되는 것은 ‘공직 낙마’를 시사한다. 따라서 판이페이는 시진핑 2기 집권 후 처음으로 낙마한 고위 공직자이다. 인민은행 부행장은 부부장(차관)급 예우를 받는다.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판이페이 부행장은 기율·감찰위 조사 사실이 공개되기 전날인 11월 4일 오전까지도 인민은행 회의에 참석하며 정상적으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11월 5일 오후 인민은행에서 비서와 함께 기율당국에 연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율위·감찰위는 판이페이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차이신(財新)’ 등 중국 경제 매체는 판이페이가 인민은행에서 핀테크, 전자결제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하면서 ‘디지털 위안화’ 사업에 관여해왔고 업무 관련 비위로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된 것으로 추정했다.

연행되기 이전에 이미 여러 차례 당국에 불려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조사받은 판이페이 부행장은 중국건설은행 출신이다. 중국건설은행에 20년 이상 근무하여 부행장까지 승진했다. 이후 2015년에 인민은행 부행장으로 전보됐다.

판이페이의 건설은행 근무 경력은 왕치산과 겹친다. 왕치산은 1994∼1997년 건설은행 부행장, 행장을 역임했다. 이후 판이페이는 왕치산 국가 부주석의 측근으로 분류됐다.

중화권 매체들은 판이페이가 지난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시진핑의 당 총서기직 3연임이 결정된 이후 처음으로 낙마한 고위급 인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홍콩 ‘명보(明報)’는 11월 6일, “중국 공산당 대회 이후 첫 부패 ‘호랑이’는 줄곧 어떤 풍향계로 여겨져 왔다. 20차 당 대회 이후 첫 부패 호랑이가 나타나면서 관련 동향이 관심을 끌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점에서 판이페이 인민은행 부행장의 낙마는 일단 시진핑 집권 3기에도 강도 높은 반부패 운동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기율위·감찰위는 판이페이 조사 사실을 공개하면서 별도 논평을 내고 “호랑이 사냥과 파리(부패한 하급 관리) 잡기, 여우(해외 도피 사범) 사냥이 힘을 합치는 것은 반부패 투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영원히 돌격 나팔을 불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방출한다. 제 20차 당 대회의 결정과 배치를 철저히 관철하고 무관용적 태도로 정치문제와 경제문제가 얽힌 부패를 단호히 조사·처리하고 지도 간부가 이익집단의 대변인이 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율위·감찰위는 제18차 중국 공산당 대회 이후 10년 동안 전국 기율·감찰 기관에서 464만8000여 건의 사건을 접수해 관리 간부 533명을 포함 모두 20만7000여 명의 관리를 처벌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