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25개 금융기관 조사 명령…헝다 등 유착관계 추적

김윤호
2021년 10월 12일 오후 2:34 업데이트: 2021년 10월 12일 오후 4:3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영은행 등 자국 내 금융기관에 대한 전면조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각) 시진핑 주석이 자국 주요 금융기관과 거대 민간기업 사이의 유착관계를 면밀히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WSJ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조사가 국유은행, 투자펀드, 금융감독당국 등이 민간기업과 “과도하게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보는 데 초점 맞춰졌다고 전했다.

특히 350조원 규모의 부채로 파산 위기에 몰린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와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 디디추싱, 알리바바 계열 핀테크업체 앤트그룹이 주된 타깃이다.

이번 조사는 중국 최고 반부패 조사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기위)가 주도하며, 25개 금융 기관이 조사대상으로 거론돼 시진핑 집권 이후 사상 최대규모가 될 전망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부터 25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대출, 투자, 규제 기록을 검토하고 민간 기업과 관련된 거래나 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관계자들은 조사를 통해 부당한 거래 혐의가 확인되면, 중국 공산당의 공식적인 조사를 받아야 하며 기소되거나 소속 기관의 예산삭감이나 인원감축 등이 이뤄질 수도 있다.

이번 조사는 모든 문제가 정치로 귀결되는 중국 공산당의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번 조사가 시작되기 전 열린 지난달 중기위 회의에서 조직의 수장인 자오러지(趙樂際·64)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기위 서기가 조사팀 파견을 발표하며 “어떠한 정치적 일탈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금융기관 관리라는 직책을 이용해 민간기업에 혜택을 주고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공산당에 대한 정치적 일탈’로 규정하고 당규에 따라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 1일 중국 공안부가 확대 간부회의에서 “당내 악성종양과 정치우환을 단호하게 제거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발언은 전날 중기위가 발표한 쑨리쥔(孫力軍·52) 전 공안부 부부장의 당적·공직 박탈 처분(雙開·쌍개)을 가리킨 것이다.

시진핑의 금융기관 조사 명령은 이미 엄청난 부채에 시달리는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부동산 업계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은행들이 부동산 개발업체를 포함해 다른 업종에까지 대출을 철회하기 시작했다며, 부동산 업계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말부터 민간 빅테크 기업과 민간 대형 부동산개발 업체 규제를 강화해 경제분야의 통제 고삐를 바짝 잡아당기고 있다.

여기에 금융기관에 대한 조사까지 더해지면서 민간기업의 영향력을 축소·통제하고 경제 전반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