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2015년 방미, 왜 돌아서 갔나…오바마 전 보좌관 밝힌 외교 비사

차이나뉴스팀
2021년 05월 18일 오전 8:50 업데이트: 2021년 05월 18일 오후 12:37

지난해 창간된 인터넷 신문 더와이어차이나(The wire china)가 지난 9일 오바마 대통령 시절 대니얼 러셀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를 인터뷰했다.

인터뷰에서 러셀 차관보는 중국 공산당 고위층이 어떻게 체면을 세우고 격식을 차려 시진핑이 빙빙 돌아 미국을 방문했는지 털어놓았다. 또한 미∙중 간 이른바 ‘새로운 대국관계’가 어떻게 나왔는지 등도 이야기 나눴다.

러셀은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wards Asia)와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Towards Asia) 정책을 도왔고, 오바마 시절 거의 모든 미∙중 고위급 회담에 참여해 미∙중 교류의 내막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레닌식 정당으로, 유독 편집증적이라 미국이 강한 면모를 보일 때만 화해와 협력을 내세웠다고 말했다.

중공 관리의 오만함과 무뚝뚝함

러셀이 2008년 금융위기와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첫 2년 동안 중국에서 얻은 정보로는 중국이 오만하고 자만하게(hubris and arrogance) 변해 약간 우쭐해하면서(smugness) 내려다보는 느낌으로 미국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벌거벗은 임금을 보는 듯했다”고 묘사했다.

또한 중국 공산당이 금융위기를 서양 자본주의 경제의 ‘결정적 약점’(clay feet)으로 판단하고 중국은 난관을 넘어 글로벌 경제 열차를 견인하는 것으로 여겼다고 했다.

당시 미∙중은 주기적인 전략∙경제 대화를 가져 러셀은 주로 다이빙궈(戴秉國), 양제츠(楊潔篪), 추이톈카이(崔天凱) 등과 교류했는데, 그는 이들 중공 관리들은 융통성이 없고 발언이 장황했다고 말했다.

러셀은 후진타오(胡錦濤)와의 대화는 대화의 요점들이 정장과 넥타이 속에 감추어져 있어 디즈니 월드에 있는 움직이는 대통령 로봇과 이야기하는 것처럼 진정한 소통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러셀은 후진타오의 말이 대본에서 벗어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며 한번은 오바마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인을 난타하자(kicking the shit out), 후진타오는 불안해하고 굉장히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노트에 무언가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를 지켜본 러셀은 후진타오의 이러한 반응이 그의 개인적 성품과 업무 스타일 외에 그가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지위 등이 섞여 나타난 것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대니얼 러셀 전 차관보 | VOA

공산당 지도자들, 체면과 의전 중시

러셀은 “중국 지도부는 격식 차리는 걸 중시해 미국 방문 시에는 반드시 외교적 대우가 가장 높은 국빈 방문이어야 하며 화려한 것(with bells and whistles)으로 영예를 더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들이 중국 대중들로부터 자신들이 A급 이하의 대우를 받는다는 오해를 받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2년 말 시진핑이 중공 총서기에 선출되고 러셀은 추이톈카이 당시 외교부 부부장과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시진핑의 미국 국빈방문은 불가능했으며 90분밖에 안 되는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은 너무 짧았고 오바마도 중국에 가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하여 워싱턴 밖에서 비공식적으로 만나는 것이 하나의 선택지가 됐다. ‘이틀 동안 허례허식 없이 정말 소규모로 친밀하게 하자’는 취지였다. 백악관이 캘리포니아 휴양지 서니랜드 애넌버그 별장에서 회동하기로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문제는 시진핑이 국빈 방문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에 불려간 듯 보이거나 열세에 놓인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다.

결국, 추이톈카이가 아이디어를 하나 냈는데, 시진핑을 중앙아메리카에 방문하게 한 뒤 방문길에 미국을 추가했고 미국 대통령은 서해안에서 기다렸다.

이렇게 해서 시진핑은 중앙아메리카로 가는 김에 미국 대통령을 찾은 것으로 바뀌었다.

러셀은 “그들이 그들 스스로 곤경에 빠뜨리긴 했지만(They tied themselves up in knots), 결국은 해냈다”고 말했다.

중공의 이른바 ‘새로운 대국관계’ 어떻게 나오나

더와이어차이나는 중국 지도부가 ‘미∙중 새로운 대국관계’ 구축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중국이 이를 외교의 ‘최고 수준 설계’이자 ‘전략적 기획’이고, 특히 2013년 여름 서니랜드 회동에서 합의된 미∙중 양국 지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이는 분명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러셀은 2013년 그가 서니랜드에서 시진핑과 많은 시간 함께하면서 그의 생각을 조금 알게 됐으며 그(시진핑) 주변에 있던 거물, 리잔수(栗戰書), 왕후닝(王湖寧), 왕치산(王岐山) 등도 만났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러셀은 중국 공산당이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적 가치 및 인권의 존중으로 전향하지 않은 채 그저 미∙중 관계에 있어 ‘상호존중과 공동이익, 윈윈에 기초한 대국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새로운 대국관계’ 라벨을 붙이겠다고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셀은 이 ‘새로운 대국관계’가 어쩌면 시진핑의 귀염둥이(baby)일 수 있으며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는 이미 협의에 달해 철회하게 되면 스스로 체면을 구기게 되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의심했다.

더와이어차이나에 따르면, 이 때문에 러셀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리 없다…새로운 대국관계는 중국인들이 하는 말이고, 당신네 슬로건이지, 우리가 할 일은 아니다”라고 하자 시진핑의 모든 부하들이 놀라 당황했다.

러셀은 중국이 주변국들에 자신들이 미국과 모종의 합의에 도달했으며, 소국 관계보다 더 중요한 대국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나쁜 중국이 아시아 국가들에 무슨 짓을 할 경우, 이들이 우방인 미국에 도움을 청하더라도 미국은 중국과 모종의 대국끼리 합의가 있어 개입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암시를 주려는 게 중국의 의도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셀은 중국이 대미 외교에서 자주 꺼내는 표현인 “태평양은 미국과 중국 양국을 수용할 만큼 충분히 크다”는 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이 말은 ‘미국이 태평양 건너편에 가만있으면 괜찮은데, 만약 온다면 중국의 규칙과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 이것은 중국의 영향권이니 오기 전에 전화를 해야 하고, 오더라도 저녁 식사를 하지 말고 가라’는 의미다.

러셀은 중국인들이 어릴 때부터 ‘미국인은 믿을 수 없고 우리를 전복하고 억제하려 한다’는 주장을 주입 받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이 이룩한 삶의 질, 창의력, 기술력, 군사력 등에 탄복하고 있다고 했다.

러셀은 적어도 2009년, 2010년 그리고 2011년에 본 것 중 하나는 다이빙궈(戴秉國)와 왕치산(王岐山) 같은 사람이 미국과 경쟁하려 하고, 말썽을 일으키려 하고, 최소 미국을 따돌리고 싶어 하는 중국 공산당 내부 매파와의 논쟁에서 이겼으며 이들 매파가 (잠시) 억압된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바라본 자금성 |  Feng Li/Getty Images

중공은 레닌식 정당, 힘만 알아들을 수 있어

러셀은 근본적으로 중공은 레닌주의 정당이고, 중공 지도부가 권력을 대하는 방식은 굉장히 레닌주의적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적∙문화적∙전략적으로 그들은 권력을 숭상하고 약점을 멸시한다. 그래서 미국 측이 약해 보이면 중공은 멸시와 모종의 자신감, 침략성을 갖게 된다. 중공은 기회주의로 가득 차 있어 공간만 생기면 점령하려 들 것이다.

그는 미국이 힘을 회복하는 단계에 들어서자 베이징은 초조해졌고, 중공은 피해자의 마음가짐을 갖게 돼 유독 고집스러워졌다고 말했다. 미국이 상당히 믿음직스럽고 강력한 힘을 보일 때만 중국(중공)은 양보하고 화해하는 쪽으로 물러서는 경향이 있다.

러셀은 미국의 힘이 떨어지는 단계와 회복하는 초기 단계 모두 위험하다고 봤다. 이런 때에 미국은 싸우고, 맞서고, 문제 있는 중국(중공)의 반응과 행동에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것이 좋다. 경쟁자로서 미국이 중국인(중공)의 눈에 충분히 강하지 않는 한 미국은 더 안정적이고 이상적인 균형을 얻을 수 없다.

*이 기사는 쑹탕(宋唐)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