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상하이 엑스포서 미국 무역정책 우회 비난 “장벽 허물자”

니콜 하오
2019년 11월 7일 오전 7:29 업데이트: 2019년 11월 7일 오전 7:29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상하이에서 11월 5~10일까지 열리는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의 개막식 연설에서 참가국에 다자간 무역 원칙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며, 미국의 보호주의 무역정책을 은근히 비판했다.

이달 말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를 앞둔 상황에서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겨냥해 개방확대와 보호주의 반대를 천명하며 자유무역 수호자를 자청했다.

시 주석은 어떤 나라도 세계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를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우리는 따로 일하기보다 손을 잡아야 하고 벽을 쌓기보다 허물어야 한다. 보호무역주의와 일방주의에 단호히 맞서고, 계속해서 무역장벽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미중 무역 분쟁이 시작될 때부터 중국 정권과 관영 매체는 미국이 중국 상품에 관세를 매기는 것을 ‘보호주의’와 ‘일방주의’라고 미국 행정부를 비난해 왔다. ‘벽 쌓기’에 대한 비유적인 표현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수입박람회를 개최한 것에 대해 비평가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제품의 대체 공급처를 찾아 중국인들이 미국산 상품 구매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중국의 경제와 시장을 계속해서 개방하고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원론적인 공약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비평가들은 1년에 한 번 1주일간 벌어지는 구매 잔치가 취약한 지식재산권 보호와 진입장벽, 중국 내 외국기업들이 높은 경쟁을 제치고 설 수 없게 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이런 문제로 미국이 지난해 7월부터 무역 분쟁을 시작했다.

시 주석은 “지식, 기술, 인재 등 혁신 요소의 흐름을 제한하는 장벽을 허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국가 간 혁신 기술 공유에 대한 협력을 당부했다.

미국과 유럽은 다양한 하이테크 산업에서 중국이 세계적인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서방 대학·기업· 연구기관의 지식재산 도용에 관여한 중국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또한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조건으로 외국 기업들이 국내 파트너들에게 기술을 이전하도록 강요했다.

엑스포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시 주석의 발언에 이어 미중 무역전쟁이 종식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외국인 투자 네거티브 리스트 2차 개정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중요 관세가 인하했다. 우리는 그들의 통합과 심화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2018년 6월 중국 당국이 정식으로 발표한 이후 올해 7월 개정된 외국인투자 ‘네거티브리스트’는 이 명단에 오른 기업을 제외하고 모두 개방한다는 조치다. 개정 내용에 따라 규제 항목을 축소하고 개방을 확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농·식품 분야에서 “중국과 중국 내수 시장의 개방이 더욱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 수입 박람회의 기업전에는 150개국 3700여 개 기업이 참가해 작년 첫 행사 때보다 규모가 커졌다. 작년엔 130개국 3천여 개 기업이 참가했다.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수입박람회에 불참한 가운데서도 올해 행사에 참여하는 미국 기업은 작년의 174개보다 많은 192개로 늘어났다.

참여한 미국 기업에는 보잉과 퀄컴,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이미 중국에서 큰 매출을 올리는 기업 외에도 페이스북처럼 중국 시장 진출을 제한당하는 기업도 포함됐다.

작년 1회 행사 때 중국은 수입박람회 기간 578억 달러(약 67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계약이 체결됐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