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반대’ 현수막 SNS 공유했다 실종됐던 은퇴 교수 석방

강우찬
2022년 10월 28일 오전 11:56 업데이트: 2022년 10월 28일 오전 11:57

친구 집 방문 중 경찰에 체포…열흘간 호텔 갇혀
“중국 공산당 없어지면 중국은 새로운 국가 될 것”

시진핑 비판 현수막이 베이징에 걸린 사건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가 실종됐던 상하이의 60대 은퇴 교수의 근황이 전해졌다.

그동안 경찰에 체포돼 상하이시 외곽의 한 호텔에 감금됐다가 열흘 만에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금 기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시물 삭제를 강요받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교수직 은퇴 후 상하이에 머물러 온 구궈핑 씨는 지난 16일 친구 집을 방문했다가 실종됐다. 그는 앞서 13일 베이징의 한 고가도로에 걸린 ‘제로 코로나’ 및 시진핑 비판 현수막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했었다.

이 현수막에는 “PCR 검사 말고 음식이 필요하다”, “봉쇄와 통제 말고 자유가 필요하다”, “거짓말 말고 존엄이 필요하다”, “문화혁명 말고 개혁이 필요하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독재자이자 나라의 도적인 시진핑을 파면하자”고 쓴 현수막도 있었다.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에 있는 고가도로인 쓰퉁차오에 내걸린 제로 코로나 및 시진핑 반대 현수막. | 트위터 캡처

사건 이후 중국에서는 시진핑에 대한 항의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지난 15일 베이징의 중국영화기록관 남자화장실에는 “반독재 반핵산”이라고 쓴 커다란 낙서가 발견됐다.

반핵산은 PCR 검사 반대를 뜻한다. 중국에서는 단 몇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해당 지역 거주민 혹은 전 시민을 대상으로 반복적인 PCR  검사가 강행했고, 이에 가혹한 처사라는 불만 여론이 고조됐다.

지난 23일 저녁 상하이의 한 거리에서 두 여성이 시진핑 연임에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며 구호를 외쳤다. 해당 문구는 베이징의 고가도로에 걸린 현수막에 사용된 문구의 일부였다. 이 장면을 찍은 영상은 소셜미디어에 확산했다.

구씨도 현수막 시위와 시진핑 비판 문구가 적힌 전단을 트위터에 올리며 베이징 시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도시 철거민의 법적 보호를 위한 시민운동에 종사해온 구씨는 중국 공산당이 설치한 인터넷 방화벽을 우회, 중국에서 접속이 차단된 해외 소셜미디어인 트위터를 이용해왔다. 전날에도 상하이시 공산당위원회 서기(당서기) 리창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렸었다.

베이징 중국영화기록관 화장실에서 발견된 낙서. 검은색 페인트로 ‘반핵산’이라고 적혀 있다. | 트위터

구씨는 중국 공산당의 검열을 받지 않는 외국 언론과의 취재에도 용감하게 응해왔다. 그는 지난 5월 14일 에포크타임스에 “오늘 아침 10시 반쯤 경찰관 2명이 최근 외국 언론과 인터뷰한 사실에 대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세계파룬따파의 날(매년 5월 13일)’ 다음 날이었다.

그는 “경찰은 내게 ‘지금 중국은 문화혁명 2.0이다’라고 했는지, 파룬궁을 지지하는지 물었다. 특히 5·13(세계파룬따파의 날)을 축하하느냐고 집요하게 캐물었다”라면서 “나는 그들에게 내 전화를 감청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항의했고 모든 질문에 대답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구씨는 2001년 자신의 가족을 포함해 부모, 처남 부부와 조카 부부 등 4가구의 합법적 사유재산이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지방정부에 의해 강제로 철거되는 사건을 겪은 후 시민활동가로 변신했다.

그는 2002년부터 상하이 창닝(長寧)구 지방정부를 상대로 20년에 걸친 긴 법적 싸움을 벌였으나 지금까지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했다.

2014년부터는 시민기자 활동을 펼치며 지방정부와 공산당 간부들의 부패를 폭로하고 독학으로 법률을 공부해 다른 사람들의 억울한 일을 해결해주기 위해 대신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구씨는 2019년 홍콩시민들의 송환법 반대 시위 당시, 본토에서 이를 공개 지지한 최초의 인물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1년 6개월의 부당한 수감생활을 겪었으며, 수 차례의 불법 구금과 구타, 향정신성 약물 주입을 당했다. 2019년 지방 경찰의 구타로 갈비뼈 4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야 했으며, 지난해 2월에도 이유 없이 30일간 구금됐다 보석금을 내고서야 풀려났다.

구씨는 지난 5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폭력에 굴하지 않겠다”며 “지난 20년 동안 권익보호 활동을 하면서 중국 공산당의 악독한 본질을 처절하게 목격했다. 폭정, 독재, 사악한 정권에 반대한다. 중국 공산당이 없다면 중국은 완전히 새로운 나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