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군에 대만 향한 압박 높일 것 지시” 日 매체

김윤호
2021년 10월 10일 오후 7:28 업데이트: 2021년 10월 10일 오후 7:57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중공군)에 대만을 상대로 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 교도통신은 중국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2~3일 미국·일본·영국·네덜란드·캐나다·뉴질랜드 등 6개국 해군이 오키나와 해상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벌인 점과 관련해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에 이같이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시진핑은 6개국 해군의 합동훈련이 중국의 대만 통일을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일본이 통제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봤다. 중국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시진핑은 군사위 회의에서 “중국은 대외적으로 언제든지 전투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면서도 미국의 직접적인 충돌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대만에 대한 압박을 주문한 것으로 소식통은 전했다.

이는 중공군이 지난 1~4일 역대 최대 규모인 149대의 군용기를 출격시켜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들여보낸 것과 관련해, 이는 대만에 대한 군사 위협인 동시에 전 세계를 향한 제스처일 수 있다는 중화권 평론가들의 분석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또한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이 대만을 미국의 대리인으로 보고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한 지점이다.

전투기만 100여대에 달한 총 149대의 중공군 군용기가 나흘간 대만해협을 오가며 ‘독립을 추구하면 죽음뿐’이라며 대만을 협박하는 사이, 미국·영국 등 6개국 해군은 총 17개 군함으로 오키나와 해상에서 훈련했다.

미국은 핵추진 항공모함인 칼 빈슨함과 로널드 레이건함을 파견하고, 영국은 퀸 엘리자베스함을 파견하는 등 총 3척의 항공모함이 대만과 가까운 오키나와 남서부 해역에서 ‘자유로운 인도-태평양’을 명분으로 전개했다.

중국의 심리전, 대만의 버티기

중국은 군용기를 내보내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는 것으로 일종의 ‘게임’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만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중공군은 지난해 380회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했고, 올해는 이미 500회를 넘어섰다. 지난 4일에는 하루에만 56차례 무단 진입해 지난해 9월 대만 국방부 공식 발표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대만 국방부 발표와 현지 언론 보도를 알고 있는 중국은 군용기의 침범 규모를 조절해가며 대만을 상대로 군사적,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게 대만 싱크탱크 위안징재단 국제관계 전문가 노라 황 연구원의 분석이다.

황 연구원은 차이잉원 정권이 심리적 압박에 흔들려 과격한 반응을 보이거나 중국을 상대로 공격적 언행을 하게 되면, 중국 공산당은 대만 내 친공 세력을 움직여 비난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고 봤다.

현재까지 차이잉원 총통은 흔들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중화민국(대만) 건국 110주년을 맞은 10일 기념 연설에서 차이잉원 총통은 “주권 확보와 국토 수호”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양안 갈등 해결은 반드시 평등한 대화를 통해야 함을 강조한다”며 중국에 대한 도발을 자제했다.

대만과 중국 관계가 험악하지만, 여전히 많은 대만인들은 중국과 교역에서 생계를 해결하고 있다. 중국 역시 대만에 반도체 등 주요 제품과 부품 공급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무역과 정치·외교는 분리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대만 연합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과 대만의 무역액은 1515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대비 34.8% 증가했다. 특히 중국은 대만에 대한 무역 적자가 지난해보다 35% 늘어났지만 중국의 수출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대만의 중간재가 필수적이어서 교역규모를 줄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차이잉원 총통 역시 중국에 대한 강경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기본적인 원칙에서는 벗어나지 않은 균형감각 유지가 필요하다는 게 황 연구원의 견해다.

그는 “중국이 무리한 군사적 압박을 가할수록 대만인들의 마음을 더욱 얻지 못할 것”이라며 차이잉원 정부가 군사력 차이에 의해 불안감을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내부적으로는 더욱 결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미국의 확고한 지지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산주의 중국에 맞서는 대만의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

젠 사키(Jen Psaki) 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4일 “미국은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ㆍ외교ㆍ경제적 압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 매우 확고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워싱턴에 있는 대만 외교공관 명칭을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부’에서 ‘대만 대표부’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베이 대신 대만으로 명칭이 변경되면 대만을 사실상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는 행위로 간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