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러시아 방문, 어떤 계산이 숨어 있나

탕하오(唐浩)
2023년 03월 20일 오전 11:24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8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으로 20일부터 22일까지 러시아를 국빈방문한다고 중국 외교부가 17일 밝혔다.

크렘린궁은 이날 언론에 시진핑이 20일 오후 푸틴 대통령과 1대1로 만나 비공식 만찬을 하고, 21일에는 공식 양자회담을 갖고 두 개의 중요한 문서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나는 양국 관계가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음을 선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향후 양국 경제 협력의 핵심 분야를 발전시키는 계획에 관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2월 24일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이라는 12가지 제안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진핑의 이번 러시아 방문의 목적이 과연 ‘중재’를 위한 것인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시진핑을 난처하게 만드는 일이 발생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17일 푸틴에 대한 체포영장을 전격 발부한 것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킨 ‘전쟁범죄’를 저지른 혐의다.

결국 시진핑은 전쟁범죄를 저지른 ‘국제전범’을 만나러 가는 셈이다. 따라서 그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으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공범으로 전락하기 쉽다.

시진핑이 정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재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일까? 필자는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 본다면 이 전쟁이 끝나는 것과 계속되는 것 중 어느 것이 이익일까? 필자는 후자라고 본다.

전쟁이 계속되면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크게 약화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투입한 군사원조는 460억 달러가 넘고 경제적·인도적 지원까지 합치면 800억 달러에 육박한다. 게다가 미국은 지금 내부적으로 은행 부도라는 금융 리스크까지 안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원조 규모는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크다. | 미국 외교협회 홉페이지 캡처처

전쟁이 장기화하면 미국은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하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대만을 방어하는 미군의 전력 배치에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 공산당의 대만 침략 전쟁의 승산이 커지게 된다. 다른 하나는 미국이 중국 공산당에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의 주도권을 양보하게 되는 것이다. 즉 중국 공산당에 전쟁 중재자로 나서거나 러시아를 지원하지 말 것을 요구할 상황이 된다.

미국이 이 두 가지 상황에 놓이면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챙길 ‘이득’이 많게 된다. 따라서 시진핑이 ‘중재자’ 역할을 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보기 어렵다.

필자는 시진핑의 이번 러시아 방문에 세 가지 목적이 있다고 본다.

◇‘스파이 풍선’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한 국제사회 시선 돌리기

첫 번째는 중국 공산당이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제사회의 시선을 돌리는 것이다.

중국공산당이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 운운하며 ‘평화 성명’을 낸 것이 언제인가? 스파이 풍선의 파장이 점점 커질 때가 아닌가? 이 사건으로 중국 공산당에 대한 경각심이 전 세계적으로 고조됐다. 중국 공산당은 이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평화의 비둘기’를 자처하며 러시아를 방문하려는 것이다.

◇미·러 양국의 국력 약화하기

두 번째 목적은 러시아를 통해 미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미국과 러시아를 함께 약화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용해 미국의 힘을 약화하는 것이 가장 큰 이득이다. 또한 이 전쟁은 러시아의 경제와 군사력도 동시에 약화할 수 있다. 이는 ‘미국 힘 빼기’에 못지않은 이득일 수 있다.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는 러시아가 너무 강해도 문제가 되고, 러시아가 지리멸렬해도 문제가 된다. 러시아가 계속 ‘강한 형님’으로 건재하면 중국에 위협이 될 수 있고, 러시아가 전쟁에서 패배하고 친미 국가가 되면 중국 공산당은 최악의 곤경에 빠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공산당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러시아의 힘이 약해지면서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는 중국 공산당에 위협이 되지 않고 오히려 중국 공산당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중국 공산당은 러시아의 석유, 천연가스 등의 자원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고, 북극권 내 러시아의 전략적 요충지를 점유해 북극에서 미국과 패권을 다툴 수 있게 된다.

◇러시아를 지렛대로 미국의 양보 얻어내기

세 번째 목적은 러시아를 지렛대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다.

러-우 전쟁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미국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내년에 대통령 선거가 있다. 따라서 미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거나 러시아에 휴전협상을 강요해 전쟁을 조속히 끝내려 할 것이다.

그래서 중국 공산당은 일부러 러시아와 애매모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푸틴이 전쟁을 계속할 수 있다고 느끼게끔 지원 의지를 보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이 지속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표명하고 있다.

이는 물론 미국을 압박하고 조바심이 생기게 해, 첨예하게 대립하는 미중의 신냉전 구도에서 중국 공산당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전략이다.

결론적으로 시진핑의 이번 러시아 방문의 목적은 평화를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중국 공산당의 선(善)을 위장한 이런 도박이 과연 성공할까? 그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렸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