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 봉쇄 장기화…반도체 공급망 타격한 차이나 리스크

이윤정
2021년 12월 31일 오후 11:09 업데이트: 2022년 01월 1일 오후 12:03

‘강력한 봉쇄’를 민주주의 국가에 앞서는 체제 우월성으로 포장해온 중국의 방역 불똥이 세계 반도체 공급망으로 튀고 있다.

중국 중부 산시성의 인구 1300만 대도시 시안의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시안에 공장을 둔 세계적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생산차질이 현실이 됐다.

지난 29일 삼성전자는 자체 온라인 뉴스채널인 ‘삼성 뉴스룸’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세 지속에 따라,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생산라인의 탄력적 조정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지난 23일 시안시의 도시 봉쇄 돌입 이후 시안 낸드플래시 사업장을 비상운영 체제로 전환했다. 시민들의 외출이 전면 금지된 상태에서, 사업장 인근 기숙사에 거주하는 임직원 등을 동원해 라인정상 가동에 총력을 다해왔다.

그러나 봉쇄가 일주일 가량 지속되면서, 직원들이 출퇴근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고 물류 반입마저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산라인 조정이 불가피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 역시 29일 성명에서 “23일부터 시작된 시안 봉쇄로 현지 근무인력이 감소해 D램 조립과 테스트 작업에 일부 영향을 미치게 됐다”며 D램 공급을 위해 글로벌 공급망을 조정하고 있으나 단기적으로 수급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트렌드포스는 시안 지역 반도체 생산라인이 유니버셜플래시스토리지(UFS), 클라이언트 SSD 등의 조립을 주로 담당한다면서 스마트폰·노트북·PC 등 제조사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재고를 보유해 단기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내년 1분기 D램 생산에 미치는 영향도 적고 통제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건은 시안 봉쇄의 장기화 여부다.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더라도 봉쇄가 길어지면, 시안 공장 생산차질의 여파가 커질 수 있다.

트렌드포스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다운사이클에 진입했다며 당초 내년 1분기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이 전분기보다 10~15%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감소폭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시장은 5개 글로벌 대기업이 지배하고 있다. 삼성 35%, 일본 키오시아 20%, SK하이닉스 13% 순이며 미국 반도체기업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이 각각 12%, 11%를 장악하고 있다.

시안 당국과 현지 보건전문가들은 “모든 감염자를 격리하면 1월 중순 쯤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오히려 봉쇄 기간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0명대를 넘어서며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내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9일 중국 산시성 시안의 한 도로. 한 남성이 주민들에게 나눠줄 식료품을 준비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

강압적인 봉쇄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도 잠재적 위험요소다.

봉쇄 초기에는 식료품 구매 목적으로 2일에 한번씩 외출이 가능했으나, 지난주말 확산 급등 이후 모든 외출이 금지되면서 분노한 시민들이 방역요원과 주먹다툼을 벌였다는 현지 소식통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식료품 등 생필품 공급난이 덮치며 여론이 급속히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30일 “시안에서 생필품 구하기가 어렵다”는 문구의 해시태그 게시물이 웨이보에서 3억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웨이보에는 시안시 주민들이 식료품 공동구매를 위한 채팅방을 만들고 정보를 공유하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해당 채팅방에는 “집까지 배달되지 않는다” “먹을 게 다 떨어졌다” “물물교환으로 먹을 것을 구하고 있다”는 하소연이 쏟아졌다.

엄격한 사회 통제 바탕으로 ‘제로 코로나’를 유지하는 중국 공산당의 C-방역이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과 지역 주민들의 생필품 공급망을 동시에 타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