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북한 사람들이랑 불닭볶음면 나눠 먹었습니다” (영상)

황효정
2020년 01월 13일 오후 12:06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29

남한 처녀가 나눠준 불닭볶음면 한 젓가락을 받은 북한 아저씨들은 밥, 빵, 채소 반찬부터 귀한 닭다리까지 너도나도 각자 챙겨온 음식을 꺼내 들어 권하기 시작했다.

지난 9일 유튜브 채널 ‘세나, 집순이의 세계여행 SENA’에는 ‘북한 사람들이 불닭볶음면을 처음 먹으면?’이라는 제목으로 영상이 공개됐다.

이날 세나라는 이름의 유튜버는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혼자 탔다가 우연히 같은 칸에서 북한 동포들을 만났다. 이들은 취업 비자를 받고 러시아에서 노동일을 하는 근로자들이었다.

서로 통성명을 하고 있자니 이윽고 식사 시간이 다가왔다.

유튜브 ‘세나, 집순이의 세계여행 SENA’
유튜브 ‘세나, 집순이의 세계여행 SENA’

북한에서 온 아저씨들과 유튜버는 다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다.

아저씨들이 “동포도 만나고, 자리를 진짜 잘 잡았다”며 좋아하는 사이, 유튜버는 한국에서 챙겨온 불닭볶음면을 꺼냈다.

북한 아저씨들은 냄새를 맡아보며 “불닭볶음면”이라고 소리 내 읽었다.

이에 유튜버는 “얘는 물 없이 먹는 거고 엄청 맵다”고 설명했고, 아저씨들은 “짜장면인가?”라며 신기해했다.

유튜브 ‘세나, 집순이의 세계여행 SENA’
유튜브 ‘세나, 집순이의 세계여행 SENA’

유튜버와 북한 아저씨들은 이후 다 함께 한 상을 차렸다. 아저씨들은 자기들이 챙겨온 음식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며 유튜버에게 너도나도 열심히 권했다.

“세나! 고기 좀 먹어. 닭고기”

“이거 러시아 음식이야. 이거는 생채야”

“이거 하나 뜯으라우. 고기”

“세나, 이 동포가 과자도 맛보래요”

유튜브 ‘세나, 집순이의 세계여행 SENA’
유튜브 ‘세나, 집순이의 세계여행 SENA’

닭 다리까지 직접 하나 뜯어주는 동포 아저씨들에 유튜버 또한 불닭볶음면을 드셔보시라고 권했다. 북한 아저씨들은 “고추, 고추”라며 빨간색 음식에 반가워했다.

“고추가 매운 거니까, 우리도 같잖아~”

그렇게 불닭볶음면을 덜어가면서도 “세나 꺼 다 먹겠다. 조금만 먹을게, 세나가 다 먹으라”라며 조금만 덜어간 아저씨들. 북한 아저씨들은 조금씩 덜어간 것을 오손도손 나눠 먹었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불닭볶음면은 과연 어땠을까. 북한 아저씨들의 반응은 격렬했다.

유튜브 ‘세나, 집순이의 세계여행 SENA’
유튜브 ‘세나, 집순이의 세계여행 SENA’

아저씨들은 열심히 손부채질하며 “한 입 먹었는데 맵구나”라며 놀라 했다.

“한국 사람들이 매운 걸 좋아한다”며 열심히 분석하는 아저씨도 있었고, “이거 다 먹으면 속이 뒤집어지겠어”라면서도 “고추장 맛이구나. 좋아요”라며 좋아하는 아저씨도 있었다.

아저씨들은 그러면서 “미안한데 같은 동포하고 딱 만났으니까, 우리 여행이 진짜 동포 챙길 만하지”라며 “이건 정말 완전히 복이야”라고 즐거워했다.

한 북한 아저씨는 “(내가) 세나 아버지 나이와 같애”라며 “아버지라 생각하면 돼”라고 자상하게 말을 건네기도 했다.

유튜브 ‘세나, 집순이의 세계여행 SENA’
유튜브 ‘세나, 집순이의 세계여행 SENA’

또 다른 아저씨는 “밥 먹고 싶나?”라고 물으며 북한에서 직접 챙겨온 도시락을 꺼내 들었다.

유튜버가 “제 젓가락이 더러워서…”라며 밥을 덜어가기 망설여하자, 아저씨는 “아니야 아니야, 일없어”라면서 “미안해하지 말고 들으라우”라고 따뜻하게 권했다.

한민족이 한반도가 아닌 타국에서 만나서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북한 아저씨들은 식사를 하면서도 아쉬워했다.

“판문점을 넘어가야지 다시 만날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