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중도 문화재 미발굴지역에 49층 호텔 기반공사”

이윤정
2021년 05월 1일 오후 3:23 업데이트: 2021년 05월 1일 오후 5:16

세계 최대 선사유적지로 알려진 춘천 중도에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49층 호텔이 들어설 예정인 가운데 아직 문화재 발굴조사를 하지 않은 지역에 기반시설 공사가 계속되고 있어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현재 강원도는 중도유적지에 레고랜드 호텔 리조트 사업 및 강원국제컨벤션센터와 함께 지하 3층, 지상 49층의 고급 호텔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15층으로 추진됐으나 49층으로 층고가 상향됐으며 명칭도 ‘레고랜드 생활형 숙박시설’로 변경됐다. 이 사업의 주목적은 중국인 럭셔리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다.

춘천시는 ‘춘천호반(하중도) 관광지 조성계획 환경보전방안검토서’에서 “중국 럭셔리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고급형 호텔 조성으로 중국 관광객을 유치해야 할 필요성’을 명시한 바 있다.

춘천시가 작성한 춘천호반(하중도) 관광지 조성계획(변경)에 따른 환경보전방안검토서. | 중도본부 제공

지난달 20일, 춘천중도선사유적지보존본부(이하 중도본부) 김종문 상임대표가 강원도 춘천 의암호의 섬 중도를 찾았다. 김 대표는 4년째 중도 유적지 보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김 대표는 “49층 호텔 공사를 위한 기반시설 공사가 너무 많이 진행돼 황당하다”며 “호텔 부지 중 절반 이상은 문화재청에서 발굴 후 개발을 심의 허가해야 하는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12일에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 “중도 레고랜드 워터파크 및 가족형 호텔 부지에 대한 유물, 유적 조사가 생략됐다”며 누락 부분에 대한 경위 파악과 추가 조치를 주문했다.

당시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그 자리에서 ‘재검토’ 의사를 밝혔고 이후 중도 북쪽에 발굴 신청이 이뤄져 문화재청이 발굴 허가를 했다.

하지만 지난달 5일 호텔 건립이 예정된 중도 북쪽 부지에서 멸종 위기종인 맹꽁이 서식지가 발견돼 환경부와 사전 협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화재청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환경부와의 조정이 끝나는 대로 5월 중 발굴(시굴)조사를 실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굴 결과 유물·유적이 확인되면 유적지 보존을 위해 고층 건물의 건설이 금지될 수 있는 것이다.

이날 김 대표는 호텔 사업부지에 세워진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을 가리키며 “저런 구조물은 매장문화재가 분포하는 지층까지 굴착해야 건설할 수 있다”며 “아직 발굴이 실시되지 않은 유적지를 불법적으로 훼손하는 범죄”라고 주장했다.

중도유적지 49층 호텔 부지 내 문화재 미발굴지역에 세워진 콘크리트 구조물. | 이시형/에포크타임스
레고랜드 개발을 위한 G1구역 발굴조사 약 보고서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세워진 위치(1,2)를 표시했다. | 중도본부 제공

에포크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문화재청에 논평을 요청했고 문화재청 관계자는 “기반시설공사는 문화재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조치 후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49층 호텔 사업에 대해서는 “중도 북쪽에 어떤 개발 행위도 신청된 게 없다”며 “현재 북쪽 일부는 시굴 조사가 예정된 곳으로, 발굴조사 결과에 따라 보존 조치가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호텔 사업부지를 매각한 강원중도개발공사 관계자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업자가 아직 건축 승인을 받지 못해서 개발 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라며 “사업자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49층 호텔 사업은 호텔 디자인 공모, 현상 설계, 발주 등이 이미 이뤄졌고 부지 내 기반시설 공사는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26일 간삼건축은 시행사인 (주)중도디엔씨에서 현상 공모한 ‘춘천 레고랜드 관광단지 내 생활형 숙박시설’에 참여해 당선됐다고 밝힌 바 있다.

간삼건축이 공개한 49층 호텔 조감도. | 사진=간삼건축/중도본부 제공

호텔이 건립될 위치는 유적지가 발굴된 곳까지 포함된다.

김 대표는 “호텔 조감도를 보면 이미 발굴조사를 통해 유적지가 발굴된 곳에도 호텔이 지어질 예정”이라며 “이는 매장문화재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매장문화재법 제31조(도굴 등의 죄)는 이미 확인되었거나 발굴 중인 매장문화재 유존 지역의 현상을 변경한 자, 매장문화재 발굴의 정지나 중지 명령을 위반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하중도 북서쪽에 위치한 호텔 사업 부지는 2013~2017년에 실시된 레고랜드 사업을 위한 발굴조사에서 선사시대 유물유적이 확인된 고려 H3, 한백 H4, 강원순환도로부지구역이 포함된다.

김 대표는 “강원도와 문화재청이 중도 관광지 개발을 허가하면서 유구 보호층 1m 아래로는 개발하지 않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면서 “49층 호텔을 지으려면 안전을 위해 9m 이상 땅을 파고 암반에 파일 시공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전체가 모래 토질로 돼 있는 중도 유적지는 완전히 파괴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도는 한국 고고학 사상 유례없는 선사시대 도시 유적”이라며 “중국의 동북공정을 막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266기의 선사시대 반지하 움집과 149기의 선사시대 적석무덤은 세계에서도 유일무이하다. 중도유적지는 영국의 스톤헨지나 페루의 마추픽추를 능가하는 세계적 관광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중도 유적지를 보존하면 중국의 역사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와 문화를 회복할 수 있다”며 “반드시 원상복구 해서 후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중도본부는 “30일 문화재청에 해당 콘크리트 구조물에 관해 신고했다”며 “문화재청에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미발굴 유적지를 훼손했다면 개발사업을 중단시키고 정확한 실태를 파악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