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가 불 질러 활활 타버린 내장산 대웅전, 신속한 대처가 더 큰 피해 막았다

이현주
2021년 03월 8일 오후 2:31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06

‘천년고찰’ 내장사 대웅전을 덮친 화재에서 소방당국의 신속 대응이 빛을 발했다.

화재 초기부터 빠르고 침착한 대처로 호남 금강으로 불리는 국립공원 내장산으로 불이 확대되는 사태를 막아냈다.

7일 전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내장사 대웅전 화재는 지난 5일 오후 6시 37분 승려 최모(54) 씨에 의해 신고가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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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은 전북도 재난상황실, 한국전력공사, 경찰 등에 신고상황을 즉시 통보했다.

이어 오후 6시 50분께는 관할 소방서 인력을 모두 동원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문화재 소실 등에 대비해 도청 문화유산과에도 이 사실을 전달했다.

선착대가 대웅전에 도착한 시간은 신고 20분 만인 오후 6시 57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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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내장산과 인접한 순창과 고창, 부안소방서 등에서도 인력 85명과 펌프·탱크차 등 장비 21대가 속속 도착했다.

당시 불은 대웅전 전체를 휘감은 상태였으며, 인화 물질이 탈 때 나는 매캐한 냄새가 사찰 안에 가득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주변을 통제하고 화재 발생 1시간 20여 분 만인 오후 7시 53분께 큰불을 잡았다.

잔불 정리와 인명 수색까지 마친 시간은 오후 9시 10분이다.

진화가 신속히 이뤄진 덕에 2012년 화재로 새롭게 지어진 대웅전이 전소한 것을 제외하고 추가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화재로 전소된 대웅전/연합뉴스

대웅전 건물은 지정 문화재가 아니며 내부에 주요 문화재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찰에 있는 전북도 문화재인 ‘조선 동종’도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대웅전을 감싸고 있는 국립공원 내장산으로 불길이 번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건조한 날씨에 산불이 발생했다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내장산 국립공원/연합뉴스

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인명 피해가 없어서 다행”이라며 “추가적인 피해 규모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웅전 화재는 신고자인 승려 최 씨가 사찰 관계자와 갈등으로 술을 마시고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최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