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리커창이 당한 굴욕과 시진핑의 베이다이허 회의

스산(石山)
2020년 08월 9일 오후 1:09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9

최근 1년 사이 국제 정세는 이상하리만치 급변했다. 중국 공산당 고위층의 권력 투쟁도 나날이 격화되는 조짐을 보인다. 

특히 중국 공산당 서열 1위인 시진핑(習近平)과 2위인 리커창(李克强)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징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런 고위층 갈등의 해결 과정과 그 결과에 따라 중국의 미래, 나아가 글로벌 트렌드가 좌우지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징후는 리커창 총리가 지난 5월 말 열린 양회(兩會)에서 중국 내 6억 인구의 소득이 불과 매달 1000위안(약 17만원)에 그치는 문제를 거론하면서 드러냈다. 이 같은 사실은 중국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을 놀라게 할 수 있지만, 중국 사회의 현주소를 비교적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상식이다.

현재 중국 대륙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1, 2급 도시에서 일하는 사람은 한 달에 3천~4천위안(약 50~70만원) 정도를 번다. 이 정도 월급에서 월세 집을 구하고 나면 2천위안 정도 남는다. 여기에 식비, 통신료, 의료비, 여가 비용을 제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 

이들이 바로 월급날이 돌아오기 전에 생활비가 바닥나는 ‘웨광쭈’(月光族·월급을 한 푼도 저축하지 않고 다 쓰는 부류)다. 물론 소득이 높은 업종도 있지만, 대체로 이 정도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중산층의 상황이 이러하다.  

일반적으로 2, 3급 도시에서 월수입이 2천위안(약 35만원) 정도면 괜찮은 편이다. 저소득층은 월수입이 천위안 정도 된다.

그러나 이는 중공의 목표와 일치하지 않는다. 시진핑은 집권 후 2020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사회’(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를 이룩하겠다는 단계적 경제 목표를 세웠다.

샤오캉의 기준은 빈곤선보다 약간 높은 편이다. 2020년 중국의 빈곤선 기준은 연간 4000위안(약 70만원)이다. 이 기준은 매우 낮은 편이다. 유엔의 빈곤선 기준에 따르면 중저소득 국가의 경우 1인당 하루 생활비가 3.2달러(3800원)이며, 중위소득 국가는 5.5달러(약 6천5백 원)로 나타났다. 그 이하가 바로 빈곤층이다.

비록 중국이 이미 부상했고 세계 2위 국가에 올랐다고 하지만, 만약 우리가 중국을 중저소득 국가로 본다면 1인당 하루 생활비는 3.2달러, 한 달에 96달러(약 669위안)에 해당한다. 중위소득 국가라면 하루 생활비는 5.5달러, 한 달에 165달러(약 1150위안)다.

이것은 소득 기준이 아닌 생활비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올해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는 ‘2020년 전면 샤오캉 결승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올해에 달려 있다. 하지만 2019년 미·중 무역전쟁, 2020년 중국발(發) 전염병의 악재가 겹쳤다. 사람의 계산은 하늘의 뜻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처럼 중공은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공식 발표 수치는 그들이 원하는 데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리커창은 아직 6억 명이나 되는 중국인이 빈곤선 아래 있다고 밝혔다. 아무리 공식 데이터를 조작한다 해도 중국 정부가 ‘전면적 승리’를 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의 발언은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의 눈에 확실히 시진핑의 뺨을 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후 리커창에 대한 중앙선전부의 태도는 달라졌다. 예를 들어 리커창이 언급한 노점경제, 영세기업 등에 대해 중공 관영 언론들은 찬성하지 않았다. 

리커창 총리는 29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농민공의 취업과 창업을 도와야 한다고 특별히 강조했다. 동시에 중서부와 동북부 지역이 우세한 장점을 십분 발휘하도록 장려하고, 노동집약적인 대외무역 산업을 맡아 대외무역과 외국인 투자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는 ‘6대 안정’(六穩: 고용·금융·무역·외자·투자·전망치 안정)을 언급했지만, 대외무역의 주체와 산업 체인의 공급망을 안정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수주 취소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데 중점을 두었다. 

관영 매체는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국무원이 주관하는 중국 정부망(중국 정부 웹사이트)은 상세히 보도했다. 회의에서 리커창은 경제 참상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했다. 주요 쟁점은 외국인 투자 안정, 농민공 고용 및 창업 등 기타 경제 문제였다. 그의 발언은 중국 경제의 실상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리커창 발언의 핵심 중 하나는 수출과 외자 유치 안정이었는데, 이는 시진핑이 누차 강조해온 ‘경제 내(內) 순환’과 충돌한다. 그는 또 고용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현재 천재와 인화가 겹치면서 중국 공산당은 안팎으로 곤란에 처했다. 외자 이탈로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사회 갈등이 중국 공산당을 분화구로 몰아넣고 있다.  

리커창은 국무원 기업인 회의에 참석해 모두에게 고용을 보장하고 대외무역을 더 많이 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시진핑과 류허 부총리는 내부 순환을 강조했는데, 이는 완전히 반대되는 논조다.

사실 지난 2, 3년 동안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 과거에는 중공 국무원 총리가 경제를 담당했지만, ‘중국제조 2025’ 계획과 관련된 기업, 일대일로 대외 확장, 금융 및 자본 관리 등은 모두 국무원과 분리돼 시진핑이 직접 챙기고 있다. 이에 리커창은 미시경제 총괄이 됐으며 산업 정책, 기획 재정, 재정·금융정책 등과 관련된 경제권을 대부분 박탈당했다.

가장 두드러진 날은 7월 31일이었다. ‘베이더우 3호’ 글로벌 위성항법시스템 개통식이 베이징에서 열렸다. 시진핑과 리커창, 한정(韓正) 등 정치국 상무위원 3명이 참석했고, 류허 부총리가 회의를 주재했다.

생방송에는 류허가 시진핑을 소개한 뒤 5초간 멈추고, 박수를 치는 관리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시진핑이 일어나는 모습이 담겼다. 류허가 리커창을 호명할 차례가 되자, 리커창은 양복 단추를 채우고 일어나 인사하려고 했다. 하지만 류허는 그에게 인사할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이어서 한정을 소개했다. 반쯤 일어선 리커창은 몹시 난감해했다. 

이후 시진핑이 리커창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는 장면은 각종 매스컴을 통해 슬로우모션으로 반복적으로 방송됐다. 이러한 시진핑의 눈빛은 리커창에게 “누가 절대적인 왕이고, 누가 ‘일존’(一尊·최고 존엄)인지 잊지 마라”고 명백히 알린 것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최근 인터넷에는 중국 공산당 원로들이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끌어내릴 음모를 꾸미거나, 미국 측에 ‘밀사’를 보내 비밀리에 접촉하고 시진핑의 퇴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도 흘러나오고 있다. 

중공의 정치 원로 곁에 있는 비서가 최근 미국의 밀사를 만났다는 것이다. 이 밀사에 따르면 한 사람만이 아닌 미국 정부를 대표하는 각 분야의 사람들인데, 이들은 중공의 정치 원로들과 시진핑의 거취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심지어 시진핑이 단시일 내에 다른 형태로 정치무대를 떠나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즉 이들 정치 원로들은 조만간 쿠데타를 일으킬 기회를 잡아, 중국 공산당 내부의 메커니즘을 통해 시진핑을 끌어내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당시 화궈펑(華國鋒) 전 주석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당시 화궈펑은 공산당 내부로부터 질책을 받았고 잇달아 퇴진을 압박받았다.

소식통에 따르면 시진핑의 상황은 당시 화궈펑보다 더 심각하고, 중국 공산당은 정권 수립 이래 가장 심각한 충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왜냐하면, 자극하지 말아야 할 미국을 화나게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로 인구 13억의 중국과 직접 전쟁을 벌이지는 않겠지만, 중공(中共)을 변화시키겠다는 굳은 결심을 한듯하다. 더불어 미국은 외교, 경제, 군사 등 측면에서 많은 움직임을 보인다.

최근 리커창의 잦은 활동에는 정치 원로들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리커창의 행보는 시진핑과 완전히 다른 경우가 많았으며, 이는 중국 국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당내에서는 리커창이 시진핑의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진핑에게 실권이 없는 국가원수 자리만 남겨주고, 군사위 주석에서도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곧 열릴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결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이 소식의 진위를 구별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유언비어가 끊이지 않는다면, 내부의 문제를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한동안 시진핑이 베이다이허 회의를 원치 않는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하지만 이 소문에는 문제가 있다. 

허베이성에 위치한 칭황다오에는 다이허(戴河)라는 강이 있는데, 이 강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보하이해(渤海)로 흘러 들어간다. 바다 입구 근처에는 좋은 모래사장이 잘 갖춰져 있고, 수질 또한 매우 좋다. 중국 공산당은 다이허 입구 북쪽 지역을 선정해 당정(黨政) 기관 고위 간부들을 위한 피서 지역으로 삼았다. 다이허 바다 입구 남쪽에는 모래사장이 있는데, 이곳은 일반인이 출입할 수 있다. 따라서 북쪽의 이름은 베이다이허, 남쪽은 난다이허라고 부른다. 정식 명칭은 베이다이허 리조트, 난다이허 리조트다. 

베이다이허에는 항상 고급 결의가 나오기 때문에 베이다이허가 유명하고, 난다이허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베이다이허를 강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베이다이허는 강이 아니며, 중난하이도 바다가 아니다. 그러나 모두 중국공산당 권력의 사활이 걸린 곳이다.

시진핑의 베이다이허 회의 불참설은 왜 문제가 될까?

사실 베이다이허에서 휴가를 보낼 때, 회의가 열릴 수도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중국 공산당 간부 출신 및 현직 고위층 2300여 가구가 휴가를 갈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함께 먹고 마시고 운동도 하고 마작도 하면서, 서로 집안일이나 국사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사실 중공 최고 권력층의 비공식 모임이다. 이런 모임은 하나의 대형 이벤트다. 

회의가 없다 해도, 다른 사람이 휴가를 가거나 방문하는 것을 막을 길은 없다. 홍콩 정부처럼 전염병을 이유로 베이다이허에 못 가게 하지 않는 한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베이다이허에서 회의하든 말든 상관이 없다. 

중공의 늙은 원로, 새 원로, 정치국 전현임 관리가 대략 100명이며 인민대표대회, 정협, 국급 전·현직 관리에 중공군 원로들이 또 거의 100명에 달한다. 이 200여 명과 그들 가족 구성원들은 각각의 계파를 대표하고 있으며,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다. 그들이 한데 모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떤 공감대가 형성될까?

두 달 전, 덩샤오핑의 장남 덩푸팡(鄧樸方)이 전인대에 보내는 서한이라고 주장하는 글에는 관련 기관이 원로들을 엄하게 통제하고 감시하고 있다고 특별히 언급했다. 이 원로들이 가택 연금 상태에 있다는 뜻이다. 그들의 태도는 물론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는 의심할 여지 없이 시진핑에게 험악할 수밖에 없다.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은 미국과 홍콩, 남중국해, 신장 등 대외적인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또 중국 경제와 민생은 딜레마에 빠졌고, 중공 폐렴이 잇따라 발생하고, 중국의 절반이 홍수로 범람하는 등 내부적으로도 곤경에 빠졌다. 

이 때문에 시진핑이 원로들의 문책을 피하고자 베이다이허 회의를 열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과 같은 현대 전체주의 체제가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는 바로 최고 권력 이동이다. 황제처럼 세습하는 것도 아니며, 서구처럼 선출되지 않으며, 공개적이고 공정한 법적 메커니즘이 없다. 

여론 지지가 없기 때문에 중공 정부의 합법성은 모두 공산당 내부에서 나온다. 공산당 자체는 매우 방대한 조직으로, 당내에서 계파 간 타협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종류의 타협은 보통 비교적 유연한 지도자를 찾아,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식으로 모두가 같이 돈을 벌게 한다. 그래서 리커창은 매우 합리적인 대체자라고 할 수 있다. 잘못하면 올해 베이다이허가 시진핑의 워털루가 될 수도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고위관리들이 모습을 별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보도가 있다. 모두가 짐을 싸서 베이다이허로 휴가를 떠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원로와 시진핑 반대 세력 모두가 ‘베이다이허 회의’를 열려고 서두르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시진핑과 직접 ‘얘기’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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