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국가부도에 中 매체들 “돈 대신 땅으로”

앤 장
2022년 07월 25일 오후 3:41 업데이트: 2022년 07월 25일 오후 6:10

한때 ‘인도양의 진주’로 불리던 스리랑카가 지난 5일 국가부도를 선언한 가운데 중국 매체들이 사태 해결안을 제시하고 있다.

스리랑카가 외국에 진 빚 510억 달러(약 66조원) 가운데 중국에 진 빚이 약 10%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문가에 따라서는 17~22% 정도로 예측하기도 한다.

스리랑카가 중국에 진 빚의 상당 부분은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확대 사업인 ‘일대일로’에 참여했다가 생긴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대일로가 참여국에 감당할 수 없는 차관을 제공해 항만·도로·다리·댐 등 인프라를 건설하도록 하고, 갚지 못하면 해당 인프라를 자신의 것으로 하기 위해 설계된 사기극으로 보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중국이 채무를 조정해주지 않으면 스리랑카 자력으로는 빚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포털사이트 ‘넷이즈(NetEase·網易)’가 “스리랑카는 경제특구를 몇 군데 더 조성하고 그것을 99년간 (중국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채무를 상환할 수 있다”는 논평을 게재했다.

스리랑카는 이미 수도 콜롬보 남쪽에 인공섬을 만들어 경제특구를 조성한다는 거대 프로젝트를 중국 당국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넷이즈에 실린 또 다른 논평에서는 “중국 공산당이 인민해방군 군함을 스리랑카에 보내 콜롬보 항구 지배권을 접수하고 중국 항구로 만드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논평은 중국 내 여러 매체에서 인용됐다.

논평은 또한 “스리랑카가 지부티의 전례를 따라, 항구를 내주는 대신 중국에 군사기지 건설권을 주면 중국은 이를 상환의 한 형태로 받아들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프리카 북동부의 아덴만 서쪽 해안에 위치한 지부티는 면적이 한국의 4분의 1정도인 2만3200㎢, 인구 90만의 작은 나라다.

지부티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소말리아 반도에서도 홍해의 가장 좁은 해역에 있다. 홍해와 인도양에 모두 접근할 수 있고, 유럽 아시아 태평양 페르시아만을 연결한다. 중국의 첫 해외 군사기지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중국 ‘진주 목걸이 전략’ 주요 거점 항구. | 연합뉴스=그래픽뉴스팀

99년간 사용권 넘어간 함반토타 항구의 교훈

스리랑카 정부는 이미 ‘일대일로’의 쓴맛을 본 적이 있다. 남부 함반토타 항만 건설에 들어간 빚 11억2천만 달러(약 1조5천억원)를 갚지 못했고, 이를 정리하는 조건으로 중국 국영항만기업 자오상쥐(招商局)에 99년간 항만 사용권을 내줬다.

이 항구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해상 항로와의 거리가 불과 6~10해리(약 11~18km) 정도로 전략적 영향력이 큰 곳으로,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의 핵심 지점이 됐다.

스리랑카는 인도 남쪽에 위치한 물방울 모양의 섬나라다. 인구는 2200만 명으로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815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 자원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산업 기반이 취약하지만 인도양 한가운데에 위치해 중동 원유 수송 항로에 접근하는 요충지에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공산당이 처음부터 항만사용권을 노리고 스리랑카에 ‘일대일로의 덫’을 설치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중국 공산당은 이를 여러 차례 부인했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의 도움이 없었다면 함반토타 항구를 건설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정권을 두둔했지만, 스리랑카는 아무런 혜택도 얻지 못한 채 빚만 졌고 항만사용권은 중국 공산당에 넘어간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팩트다.

반면, 중국 공산당은 총투자비용 20억 달러(약 2조6천억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99년간 인도양 주요 항로의 핵심 항구를 획득하는 매우 큰 이득을 얻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