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로 사람과 대화가 가능했던 고릴라가 수화로 “슬프다”고 말한 순간 (영상)

김연진
2021년 02월 1일 오후 5:59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37

인간과의 대화, 의사소통에 가장 성공한 유인원이라고 평가받는 고릴라 ‘코코’.

코코는 약 2천개가 넘는 영어 단어를 인지하고, 1천개 이상의 수화 동작을 구사했다.

감정 표현도 능숙했다. 기쁠 때나, 무엇이 필요할 때 사람에게 수화로 말을 걸었다. 그런 코코가 “슬프다”고 말하던 순간이 몇 번 있었다.

지난 197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에서 태어난 코코는 스탠퍼드 대학교 패터슨 박사에게 수화를 배웠다.

koko.org

어릴 적부터 ‘몸짓 언어’를 쉽게 터득하는 모습을 보이자, 전문가를 통해 본격적으로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수화를 배운 지 약 2년 만에, 코코는 150개의 단어를 이해하는 수준까지 됐다. 그때부터 사람의 말을 알아들었고, 수화로 대답도 했다.

코코는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자 이런 말을 했다.

koko.org

“인간을 사랑한다”

“지구를 보호해주세요”

어느 날, 코코는 “새끼를 가지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에 “같이 자란 수컷 고릴라는 어떠냐”고 물었다.

코코는 “걔는 동생이라서 안 돼”라고 거절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그래서 주인 잃은 유기묘 한 마리를 코코에게 전해줬다. 그러자 코코는 너무 기뻤다. 스스로 ‘올볼(All Ball)’이라는 이름까지 고양이에게 지어주고, 직접 정성껏 돌봤다.

Gorilla Foundation

 

코코는 올볼을 키우면서 “회색 털뭉치 사랑한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6개월 만에 고양이 올볼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 사실을 이해한 코코는 처음으로 “슬프다”고 수화로 말했다.

온몸으로 ‘울다’, ‘슬픔’, ‘아프다’ 등을 의미하는 몸짓을 하며 감정을 표현했다.

또한 코코는 미국의 영화배우 故 로빈 윌리엄스와도 각별한 사이였다. 코코와 로빈 윌리엄스가 오랜 시간 함께 지낸 것은 아니었다.

Gorilla Foundation

 

하지만 우연한 기회로 만난 자리에서 둘은 금세 친해졌다. 짓궂은 장난을 치고, 포옹을 하는 등. 코코와 로빈 윌리엄스는 서로 친구가 됐다.

이후 코코는 패터슨 박사에게 “로빈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듣게 됐다. 그 말을 이해한 코코는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뚝뚝 흘렸다.

“슬프다”

코코는 이렇게 말하며 친구의 죽음을 추모했다.

 

사람과 가장 완벽하게 교감하고, 소통했던 고릴라 코코는 지난 2018년 6월 19일 미국 캘리포니아 우드사이드에서 눈을 감았다. 세상을 떠났을 때 코코는 46살이었다.

코코는 죽기 전에 ‘죽음’에 관해 이런 말을 남겼다.

“편안한 곳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