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료 제때 안 냈다고 ‘졸업 3일’ 남은 80대 할머니 퇴학시킨 중학교

김연진
2020년 03월 29일 오전 9:17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4:55

만학의 꿈을 이루기 위해 중학교에 입학했던 80대 할머니는 학교 측으로부터 퇴학 통보를 받았다.

수업료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졸업을 3일 앞둔 상태에서 퇴학을 당한 80대 할머니는 눈물만 흘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1월, 만학도 권옥자(80) 할머니는 대전 예지중고등학교로부터 퇴학 통보를 받은 뒤 대전시교육청 앞 집회 현장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권 할머니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억울해…”라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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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입학했던 예지중고등학교는 만학도와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을 위해 설립된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이다.

권 할머니는 만학의 꿈을 이루고 싶어 이곳에 입학해 중학교 과정을 거쳤다. 공공근로로 한 달에 27만원을 받아, 20만원을 수업료로 내왔다.

그러나 연말에는 일거리가 없어 수업료를 제때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권 할머니는 “친구에게 1분기 수업료 58만 9천원을 빌려서 어제 냈는데, 학교에서는 이미 퇴학 처리를 해서 소용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졸업 전에만 내면 된다고 했는데, 이렇게 퇴학시키는 게 어딨냐”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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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대전 예지중고등학교 측은 “수업료 미납자에게 내용 증명, 구두 전달 등으로 수업료를 내라고 수차례 요청해왔다”라며 “이를 지키지 않아 학칙에 따라 퇴학 처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지중고등학교는 수업료를 내지 않은 만학도 학생 9명을 포함, 총 27명에게 퇴학 통보서를 보냈다.

해당 사건이 알려진 뒤 비난의 여론이 일자, 학교 측은 “퇴학 처분을 철회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예정된 졸업식은 이미 끝난 뒤였다. 퇴학 통보를 받았던 만학도 학생 27명은 졸업식에 참석하지도 못했다. 또한 퇴학 처분이 취소됐더라도 그 과정에서 만학도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매우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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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만학도들을 위해 대전시와 교육청이 협조해 만학도들이 배움을 이어갈 수 있는 ‘늘봄학당’을 개원했다.

늘봄학당에는 주야 총 9개 학급에 160여명의 학생이 참여했고, 학습권을 위협받은 학생들의 학습을 보충해준 바 있다.

한편 내부 갈등 등으로 수년간 학사 파행이 심화되면서 예지중고등학교와 관련된 논란은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