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떨리는 중국 경제 4월 성적표…코로나 봉쇄 충격 본격화

한동훈
2022년 05월 7일 오후 3:44 업데이트: 2022년 05월 7일 오후 3:44

봉쇄에 불확실성 급증…외국기업들 해외로 눈돌려
투자 위축에 공산당 목표 삼은 연5.5% 성장 멀어졌다

상하이 등 중국 주요 지역 봉쇄로 이어진 중국 공산당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경제 충격이 4월 본격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차이신은 4월 서비스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36.2를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낮았던 전월(42)보다 떨어진 것으로 차이신 PMI 발표가 시작된 2005년 이래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가장 낮은 수치는 우한이 봉쇄됐던 2020년 2월의 26.5였다.

PMI는 기업 구매자들을 상대로 신규 주문과 생산·고용 등을 설문조사한 지표로 경기동향을 가늠하게 한다. 50보다 크면 경기 확장으로 보고,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파악한다.

이날 발표된 4월 민영기업 취업자 수도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동부 연안 중소기업의 고용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영기업은 중국 경제 주체인 가계, 기업, 정부 가운데 약 60%를 차지한다. 주로 도시 지역 일자리 유지와 창출을 책임지고 있다.

차이신의 서비스업 PMI는 앞서 발표된 중국 공산당 당국의 4월 구매자 PMI와 일치한다. 지난달 국가통계국은 제조업·비제조업 PMI가 50 이하로 떨어졌고, 서비스 구매자 PMI는 40까지 떨어지는 등 상하이 봉쇄로 인한 타격이 심각했음을 나타냈다.

중국 서비스업계의 영업이익은 감소세를 보였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봉쇄가 겹치면서 원가가 꾸준히 상승하는 반면 수요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어서다. 서비스 업계가 매출 회복을 위해 요금 인하를 단행하면서 이윤율도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차이신 인사이트 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왕철은 “수요 압박, 외수 악화, 공급망 위축 및 중단, 납품기간 연장, 일감 누적, 노동자의 일터 복귀 난항, 인플레이션 압력이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경기에 대한 신뢰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무라 증권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중국은 상하이를 포함한 43개 도시가 전면 또는 부분 봉쇄가 진행됐다. 봉쇄 지역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약 절반에 이른다.

중국 ‘경제수도’로 불리는 인구 2500만의 상하이는 봉쇄 기간이 6주 차에 접어들면서 심각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 베이징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중국 공산당 당국은 방역 통제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추산한 중국의 봉쇄지수는 지난 3월 10포인트 전후에서 머물렀으나, 4월 들어 평균 14포인트 이상 급증했다.

주중 영국상공회의소의 정책 분석가 샐리 쉬는 알자지라 TV와의 인터뷰에서 “상하이 봉쇄에 기업들은 투자를 늦추거나 줄일 수밖에 없다. 만약 베이징에서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투자 위축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기업들은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쉬 분석가는 “지속적인 봉쇄와 불확실성은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기업들은 중국 시장 발전 가능성과 확장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약화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이 제2의 상하이 사태를 피하더라도 글로벌 기업과 인재를 흡인하는 파워 측면에서 상하이가 입은 손실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하이에서 수의사로 일하는 메리 펑은 “외국인 고객이 줄고 있다”며 “베이징을 떠나려는 고객들에게 5만 위안(약 950만원)을 들여 동물 휴대가 가능한 항공편을 확보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하이의 강압적인 방역 통제와 그에 따른 가족, 반려동물의 고통을 경험한 외국인들이 외국으로의 이주를 희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펑은 “수시로 변하는 중국 당국의 정책이 외국 기업 직원들에게 불신감을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중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가 이날 발표한 기업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23%가 중국 공산당 당국의 방역 통제로 인해 계획했던 투자를 중국에서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초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나타난 응답 비율의 2배이자, 2012년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응답 기업 중 60%는 올해 매출 전망을 봉쇄 전 예상했던 것보다 낮췄고, 4분의 3 이상이 봉쇄로 사업에 막대한 불확실성이 초래됐다고 답했다.

외르그 부트케 EU 상공회의소 소장은 “중국 시장의 강점 중 하나였던 예측 가능성이 사라져버렸다”며 기업들이 더 비싸더라도 예측 가능하고 항상 작동하는 시장을 찾아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주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기업과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한 조치를 내놓겠다고 약속했지만, 극단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한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중국의 2022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월 4.8%에서 4.4%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올해 약 5.5%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수의 경제학자와 분석가들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