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엉덩이에 ‘부리부리한 눈’ 그렸더니 맹수들이 사냥을 포기하고 내뺐다

이서현
2020년 08월 13일 오전 11:52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전 9:32

소 엉덩이에 눈을 그려 넣었더니 맹수의 공격이 급감했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UNSW) 진화·생태학 부교수 트레이시 로저스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최근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4년여에 걸쳐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가 진행된 보츠와나의 오카방고델타는 풍요로운 생태계를 자랑한다.

아프리카 보츠나와의 오카방고델타 | EPA=연합뉴스

대지와 인간, 동물과 식물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곳으로 1000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사자와 표범 등 대형 육식동물이 가축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 고민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로저스 박사 연구팀이 나섰다.

연구팀은 사자나 표범 등 고양잇과 동물이 기습공격을 할 때 목표물과 눈만 마주쳐도 사냥을 포기하는 사례에서 착안해 실험을 진행했다.

바로 맹수의 공격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소의 양쪽 엉덩이에 눈 그림을 그려 넣는 것.

엉덩이에 눈 그림을 그려 넣은 소 | Bobby-Jo, The Coversation

실험은 소 2천61마리를 14개 무리로 나눠 진행했다.

각 무리는 다시 눈 그림, 십자 그림 그리고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은 세부류로 나눠 방목했다.

이들은 거의 비슷한 지역에서 방목돼 사실상 같은 위험에 노출됐다.

실험을 위한 소를 세 무리로 나눴다 | Communications Biology

그 결과 4년 가까운 기간 동안 눈 그림을 그린 소 683마리는 사자 공격으로 죽은 개체가 없었다.

반면, 십자 표시를 한 소는 543마리 중 4마리가 공격을 당해 죽었다.

아무 그림도 없는 소는 835마리 중 15마리가 희생됐다.

황게국립공원 페이스북

이는 사냥감에 들킨 사자가 사냥을 포기한다는 점을 뒷받침해주는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눈이 아닌 십자 그림만 가진 소가 아무 그림이 없는 소보다 공격을 덜 받았다는 것은 의외의 결과였다.

연구팀은 다만 모든 소에 눈 그림을 그려 넣었을 경우에도 눈 그림이 효과가 있을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장기적으로 사자가 소 엉덩이에 있는 가짜 눈에 익숙해졌을 대 예방효과가 지속할지도 불투명하다고 인정했다.

연구 성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