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최대 부담된 중국 투자…본질은 ‘공산당 리스크’

2021년 08월 15일 오후 3:14 업데이트: 2022년 05월 31일 오후 1:19

일본 최대 IT기업이자 세계적 투자회사인 소프트뱅크는 중국 기업에 투자해 막대한 이익을 거뒀지만, 최근 중국발 규제 리스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프트뱅크 주가는 지난 10일 올해 최고치였던 지난 3월 대비 36% 폭락한 채 거래가 마감됐다. 소프트뱅크 그룹의 ‘비전 펀드’는 지난달 40억 달러(약 4조6천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의 IT 업계 규제 강화가 주가 하락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에 대해 사이버 보안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중국인 개인정보가 미국 정부에 넘어갈 가능성을 문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국 정부는 자국 내 모든 앱 마켓에서 디디추싱 앱을 삭제하도록 명령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디디추싱은 중국 정부의 규제 발표 직후 6월 공모 가격 대비 32% 하락했다. 소프트뱅크는 디디추싱의 최대 투자자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중국 트럭 공유 서비스업체 만방그룹(YMM)도 데이터 보호 규정 위반으로 조사 대상이 됐다. 만방그룹의 앱 윈만만은 조사 기간 신규 사용자 등록이 금지됐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정부의 감독이 진행되는 동안 중국 IT기업에 대한 투자 잠정 중단 방침을 밝혔다.

손 CEO는 “상황이 긍정적으로 변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1~2년내 새로운 규정이 나와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지나치게 부정적 전망으로 흐르는 것을 차단했다.

지난 5월 소프트뱅크가 역대 최고 매출·수익 기록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회사 임원들은 디디추싱과 만방그룹에 대한 투자와 비전 펀드 운용으로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6월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와 징둥 등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발표하면서, 소프트뱅크의 중국 리스크도 수면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소프트뱅크가 지분 약 25%를 보유한 알리바바는 소프트뱅크의 최대 자산이다.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에 투자한 초기 투자금액은 6천만 달러로 거둔 이익은 2500배가 넘는다. 손 회장이 평생 번 돈 80%가 알리바바에서 나왔다는 분석까지 있다.

중국 정부의 알리바바 규제는 소프트뱅크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이제 알리바바는 소프트뱅크의 최대 부담이 됐다.

지난해 11월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를 중단시킨 여파로 지금까지 알리바바의 주가는 3분의 1가량 하락했다.

당국의 직접 타격도 받았다. 알리바바는 자사 플랫폼과 경쟁사 플랫폼에 동시에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들에게 벌금성 수수료를 부과하는 관행이 적발돼 28억 달러의 기록적인 벌금을 부과받았다.

여기에 알리바바에 근무하는 한 여직원이 상사에 의해 술자리에 끌려나갔다가 취한 뒤 성폭행을 당했다는 고발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경찰 조사가 다른 임직원에게까지 확대될 조짐이다. 대중의 비난여론도 격렬하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6월까지 총 226억 달러(약 26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프트뱅크 주가가 폭락하자 내놓은 대책이었다. 매입 자금 일부는 알리바바 주식을 현금화해 확보했다.

손 CEO는 최근 주가 하락세와 관련해 아직 새로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선택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기로에 선 소프트뱅크, 중국 투자 멈출까

당국의 규제에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고삐를 다시 잡아 쥐려는 중국 공산당의 이념적 동기가 깔려 있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에 따르면, 국유기업은 당의 통치를 수호하기 위한 물질적 기반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국유기업들이 낮은 생산성과 정치적 결정에 따른 경영으로 쇠퇴하는 사이, 창의성과 유연성으로 무장한 민간기업들이 약진했다.

이제 중국 공산당은 황금알을 낳는 민간기업의 배를 갈라 당의 통치를 뒷받침하고 고위 권력층의 자금줄인 국유기업을 살찌우려 한다. 이것이 최근 몇 년간 금융·에너지 등 대형 민간기업에 대한 과격한 규제, 경영권 박탈 등 ‘국진민퇴’ 정책으로 드러났다.

일례로 지난해 7월, 자산총액 1조2천억위안(약 206조원)에 달하는 금융밍톈그룹 주요 계열사 경영권이 박탈됐고, 경영권은 국유기업에 넘어갔다. 당국은 “지배구조에 문제”를 이유로 들며 투자자 권익 보호를 내세웠지만, 국유기업 강화를 위해 잘 나가는 민간기업을 해부했다는 게 진짜 이유라는 게 시장의 견해다.

이제 중국 정부의 칼날은 IT기업 분야로 향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금까지 중국 IT기업에 투자한 효과를 톡톡히 누려왔으나, 이 전략은 이제 끝물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와 디디추싱 등 차포 떼고 여전히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지 투자자들은 지켜볼 것이다.

/이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