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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윈 따라가기]벽산구모(劈山救母)에 얽힌 신화와 전설

2010년 02월 26일

2010년 미국션윈예술단 전 세계 순회공연 중 많은 이들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한 작품 중에 산을 쪼개 어머니를 구한 ‘벽산구모(劈山救母)’ 이야기가 있다. 이 작품은 침향이 산을 갈라 모친을 구했다는 벽산구모 신화에서 유래한 것이다. 중국의 벽산구모 신화에는 다양한 변형이 존재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션윈 공연 줄거리와 비교적 유사한 내용을 지닌 ‘침향태자전전(?香太子全傳)’을 중심으로 일부 다른 판본들을 참조해 설명해 본다.

 

1. 벽산구모(劈山救母)는 어떤 내용인가?

천상에서 서왕모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한 반도회(蟠桃會)가 크게 열리자 수많은 신선들이 연회장을 찾아와 생신을 축하했다. 이때 옥황상제의 딸인 삼성모(三聖母)와 대전(大殿)에서 시중을 드는 금동(金童)도 왔다. 축하연에서 둘은 서로 미소를 지었다. 장엄한 반도회에서 이런 경박한 행동을 한데 대해 많은 신들의 의론이 분분해졌다.

 

옥황상제가 이 사실을 알고 크게 노하여 삼성모를 화산(華山)에 있는 설영궁(雪映宮)으로 귀양 보내고 금동은 속세로 내려가 인간이 되게 했다.

 

금동이 유(劉)씨 성을 가진 집안에 전생하니 이름을 새(璽),자(字)를 언창(?昌)이라 했다. 어릴 때부터 글을 배워 20대에 수재(秀才)가 되었다. 마침 이 해에 서울에서 황제가 주관하는 전시(殿試)가 열려 유언창도 시험을 보기 위해 서울로 떠났다. 마침 화산 근처를 지나다 우연히 선녀들을 만난다. 션윈 공연은 바로 이 장면부터 시작한다.

막이 오르면 8선녀를 거느리고 계곡에 내려온 삼성모가 자주색 날개옷을 벗어 놓은 채 노닌다. 선녀들의 손에 불진(拂塵 먼지 털이)이 들린 것은 이들의 도가(道家)에 속함을 나타낸다. 무대 왼쪽 뒤에서 초록색 당나라 유생 복장을 한 유언창이 등장한다.

 

그는 화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선녀들의 고운 자태에 넋을 잃고 보다가 문득 자주색 날개옷이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 이를 집는다. 갑작스런 인간의 출현에 놀란 선녀들이 하늘로 날아올라갔지만 날개옷이 없었던 삼성모는 하늘로 날아가지 못한다.

유언창의 구애와 전생의 숙연(宿緣)으로 인해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져 밀월여행을 떠난다. 삼성모의 행방을 알 수 없었던 선녀들과 천병(天兵 하늘 병사)이 나서 삼성모를 찾아 나섰지만 어디서도 종적을 찾을 길이 없다. 여러 신들의 눈을 피해 꿈같이 달콤한 신혼을 보낸 두 사람에게는 침향이란 아들이 생겼다.

하지만 이들 부부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삼성모의 오빠 이랑신(二郞神)이 동생이 하늘의 법을 어기고 함부로 속인과 정을 통해 아들까지 낳은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랑신은 크게 노해 몸소 천병들을 이끌고 삼성모를 잡아다 화산 아래 동굴에 감금시켜 버렸다. 그리고는 신통을 발휘해 거대한 산봉우리를 옮겨다 눌러놓았다.

몰래 숨어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어린 침향은 흐느껴 울며 외삼촌에게 복수해 모친을 구하고자 다짐한다. 하지만 힘없고 연약한 아이인지라 눈물만 떨군다. 이때 마침 화산을 지나던 신선[보통 벽력대선(霹靂大仙)이라 하는데 판본에 따라서는 팔선의 한명인 여동빈이나 하선고가 등장하기도 한다]이 가여운 침향의 모습을 보고는 자비심을 내어 침향을 제자로 삼는다.

침향은 훌륭한 사부의 인도 하에 10여 년 간 열심히 무예를 갈고 닦아 마침내 큰 성취를 이룬다. 대선(大仙)은 삼성모의 재앙이 끝날 때가 온 것을 알고는 침향에게 이랑을 상대할 수 있는 법기(法器)인 큰 도끼를 하사한다.

 

사부로부터 황금색의 큰 도끼(神斧)를 전해 받은 침향은 곧장 화산으로 달려가 그곳을 지키고 있던 이랑신과 천병을 물리친다. 모친이 감금된 산 아래로 달려간 침향은 마침내 큰 도끼를 휘둘러 산을 쪼갠 후 모친을 구출한다. 오랫동안 갈라져 있었던 모자가 다시 상봉하며 해피엔딩으로 공연이 끝난다.

 

2. 모친에 대한 침향의 간절한 효심

후일담이지만 옥황상제가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는 침향을 크게 칭찬하며 하늘로 불러 태자로 봉하니 이후 침향을 ‘침향태자’라고 부르게 됐다.

침향이 산을 쪼개 모친을 구한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중국 민간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의 나무꾼과 선녀, 금도끼 은도끼와 흡사한 부분도 있어 한국인들에게도 그다지 낯설지 않다. 중국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무대극 및 TV 드라마,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이번에 션윈뉴욕예술단이 선보인 무용극 ‘벽산구모’에서는 아주 짧은 시간에 방대한 스토리를 엮어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초등학생 아이들까지도 누구나 특별한 설명 없이 춤과 음악만으로 극의 스토리를 알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연출의 탁월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는 일단 동서양 악기가 조화를 이룬 현장 반주 오케스트라의 음향효과는 논외로 하고 극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많은 한국 관객들이 이 작품에 공명해 큰 박수가 나온 이유를 생각해보면 가장 먼저 모친에 대한 침향의 간절한 효심을 꼽을 수 있다. 어린 침향은 모친을 구하려는 굳은 결심을 품고 강력한 상대인 이랑신을 꺾기 위해 노력한다.

 

비록 그의 모친 역시 신적 존재이긴 하지만 인간의 몸으로 용맹하기로 유명한 이랑신을 상대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었지만 침향은 사부님의 도움과 강인한 의지로 극복할 수 있었다.

바로 이점이 장기간 유가 사상의 영향을 받아 유난히 효를 중시하는 한국 관객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도가에서 사부와 제자간의 엄격한 예절 , 천상과 인간세상의 연결 및 거대한 산을 쪼개는 신비한 힘을 지닌 법기(法器)의 등장 등이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3. 동양과 서양의 신(神)

여기서 잠시 동양과 서양의 신(神)에 대한 개념의 차이를 짚어보자. 사실 기독교가 등장하기 이전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서양 신들은 동양 고전소설(예를 들면 ‘서유기’나 ‘봉신연의’)에 등장하는 신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동양에서는 보통 인간보다 높은 층차에 존재하는 천상(天上)의 존재를 모두 신이라 통칭했다. 이중에서 남색 곱슬머리에 노란 가사를 걸친 불가의 신을 특별히 부처(佛 붓다)라 칭했고, 고대의 장삼을 걸치고 긴 머리에 검이나 불진을 든 도가의 신을 도(道)라 했다. 그 외 그리스 인들이 입던 긴 천을 걸친 서양 신을 비롯한 다른 모든 천상의 존재를 신(神)이라고 부른다.

때문에 중국 전통문화에서는 이들을 함께 붙여 신불(神佛)이라 칭하거나 더 나아가 불도신(佛道神)이라 칭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점에서 신의 유일성을 믿는 기독교 문화와는 좀 차이가 나는데 이것도 엄밀히 따져보면 사실 개념상의 차이에 불과하다.

 

즉, 동양에서는 천국세계의 모든 생명을 다 신이라고 부르는데 반해 기독교에서는 그 세계의 주(主)만을 신이라 부를 뿐이다.

그렇다면 왜 동양 신의 세계는 서양보다 훨씬 복잡할까? ‘성경’에서는 여호와가 자신의 모습을 본떠 사람을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특성을 지닌 인종들에게는 그에 대응하는 각기 다른 세계와 각기 다른 창조주가 존재해야 한다.

 

기독교는 단지 서양 백인세계의 일부만을 대표할 수 있을 뿐이다. 불가에서는 하나의 불국토에 그 세계를 주재하는 부처(주불이라고 함)가 있고 그 외에 다른 부처나 보살, 나한, 중생들이 존재한다. 도가에도 또 별도의 세계가 있다.

물론 필자는 여기서 어느 종교가 옳고 그르다거나 혹은 어느 종교가 낫다고 못하고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며 단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방 전통문화에서 신의 개념이 아주 다양해 서양과는 다름을 말하려는 것이다.

 

4. 중국의 전통문화. 도가(道家) 불가(佛家)의 근본

중요한 것은 중국의 전통문화는 도가(道家)와 불가(佛家)의 바른 신앙을 근본으로 성립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도가에서는 진(眞)을 중시해 반본귀진(返本歸眞)을 말하고 불가에서는 선(善)을 중시해 본성의 일면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가와 도가를 막론하고 오늘날 속세에 온 많은 사람들은 그 내원이 청정무위하고 지극히 선량한 천상의 신이 전생한 것이다. 수련계에서는 상계(上界)의 고층생명이 죄를 지어 하계(下界)로 떨어졌다고 본다. 때문에 자신이 원래 왔던 세상으로 되돌아가려면 속세에서 고통을 겪으며 죄업을 씻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다시 ‘벽산구모’를 살펴보면 천상 세계의 고귀한 존재였던 삼성모가 죄를 짓고 옥황상제의 노염을 받아 천상과 지상을 오가며 근신한다. 또 금동은 아예 속인으로 전생한다. 이들이 다시 자신의 세계로 되돌아가려면 업을 갚아야 하며 그러자면 속세에서 고통을 겪어야 한다. 오빠인 이랑신이 삼성모를 화산 동굴에 가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세월이 흘러 기연(機緣)이 무르익자 화성모가 다시 천상 세계로 돌아갈 날이 왔지만 거대한 산밑에 눌려 혼자 몸으로는 벗어날 수 없다. 이는 속세의 무거운 질곡을 상징한다. 이때 천상(天象)의 변화를 읽은 도가 사부(벽련대선)의 도움을 받아 침향이 등장하고 신비한 힘을 지닌 법기로 산을 쪼개고 모친을 구한다.

관객들은 동굴에 갇혀 있던 삼성모가 아들의 도움으로 산을 가르고 속박에서 벗어나는 장면에서 마치 자신이 미혹에서 벗어나 해탈된 듯한 감동을 느낀다. 불가에서는 사람에게 불성(佛性)과 마성(魔性)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하는데 이 순간 마음속의 선량한 불성이 공명을 일으켜 불꽃처럼 타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