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가 대세? 치과에서 하는 ‘치아 미백’ 하나부터 열까지

이미령
2022년 06월 22일 오후 5:40 업데이트: 2022년 06월 22일 오후 5:40

치아 미백의 역사가 ‘치아교정기’를 사용하면서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1970년대에 미국의 치아교정 전문의들은 치아교정기를 착용한 환자 중 일부가 구강 위생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잇몸이 붓고 염증이 발생하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문의들은 이에 상처 소독제 및 치료제로 알려진 과산화수소수(H2O2)를 저용량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가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얻었다.

과산화수소수를 사용하고 얼마 뒤 치아가 이전보다 다소 하얗게 보인다는 것이다. 구강외과 전문의들도 수술 후 소독을 위해 과산화수소수를 사용했을 때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기업들은 이러한 현상에 주목해 치아 미백에 효과가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과산화수소는 면역체계에 필수적인 요소이며, 인체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과산화수소를 사용한 치아 미백 연구에서 별 부작용이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높은 농도의 과산화수소는 자칫 잇몸에 화학적 화상을 입힐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치아 미백을 위해 과산화수소를 사용하려면 치과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사람의 치아는 일생 동안 변색이 된다. 대부분의 치아 변색은 치아 바깥 에나멜층에 얼룩으로 남는 ‘외부 얼룩’이다. 옷에 묻은 음식물 얼룩을 통해 우리는 색상이 강한 음식일수록 착색 성질이 강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화학적으로는 색을 내는 분자인 ‘발색단(chromophore)’이 치아 변색의 원인이다. 발색단은 다양한 가시광선 파장의 빛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데, 분자의 크기가 클수록 더 많은 빛을 흡수하게 된다.

발색단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결국은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에나멜과 치아 속의 상아질 모두 변색을 일으킨다.

충치만? 치아 변색 앞당기는 플라그

발색단은 치아 표면에서 치아를 오염시키는 바이오필름(Biofilm·생물막) 혹은 치석에 포함된 단백질과 강력하게 결합하는 특징이 있다. 세균들이 뭉친 공동체인 ‘플라그’ 역시 바이오필름의 일종이다.

대표적인 예로 거의 모든 식물에 포함된 타닌이 있다. 타닌은 커피, 차, 레드와인 혹은 과일류 등에 함유됐다. 구리, 철, 마그네슘 등 색상을 지닌 금속성 이온도 색깔을 나타낸다.

치아의 에나멜층은 눈으로 보면 반질반질하지만, 실제로는 표면에 미세한 구멍들이 존재한다. 이 틈으로 발색단이 들어가면 일반적인 칫솔질로는 제거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치아를 다시 하얗게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치아 내부 변색은 치아 에나멜 하부층과 상아질층까지 이뤄지는데, 종종 치아 내부 출혈 혹은 테트로사이클린계 항생제 사용이나 플루오르화로 인한 변색이 일어나기도 한다.

외부 에나멜에 둘러싸인 상아질은 점점 더 어두워지며 노화가 진행함에 따라 한층 더 어두워지게 된다. 만약에 에나멜층이 손상된다면, 드러나는 상아질이 더 많아진다.

즉, 치아 변색은 치아 내부와 외부 발색단의 결합으로 일어난다. 이 밖에 치아 자체의 선천적인 색깔도 있다. 마치 사람의 눈, 머리털, 피부색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집에서 할까, 치과 갈까…치과 미백 시술은?

치아 미백은 보통 중간 농도나 고농도의 과산화수소수(과산화수소+물)로 이루어진다. 유럽에서는 6% 정도의 낮은 농도 과산화수소로도 충분한 미백 효과를 거두고 있다.

고농도 과산화수소를 사용하면 치아 미백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잇몸에 화학적 화상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치과에서는 잇몸에 보호제를 바른 후 과산화수소를 사용한다. 입술에는 보호제로 비타민E 오일을 바르기도 한다.

영구치 성장이 끝나지 않은 청소년이나 임산부는 치아 미백을 하려면 반드시 치과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청소년이나 임산부에게는 치아 미백을 권장하지 않는다.

치과에서는 치아 미백용 광선조사기를 사용한다. 다양한 기구가 있지만, 현재는 대부분 LED를 활용한다. 광선조사기는 가시광선이나 자외선 빛을 이용해 미백제 속에 포함된 과산화수소의 분해 과정을 촉진해 미백 시간을 단축한다.

과산화수소에서 방출된 수산화 이온(OH-)이 치아 표면의 에나멜과 내부 상아질 사이로 침투해 착색된 물질을 산화시켜 치아를 밝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어두운 발색단들은 더 작고, 색상이 더 약한 물질로 분해된다.

치아 미백은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시술 후 치아가 뜨겁거나 차가운 것에 예민해지거나 시린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이는 과산화수소가 치아의 상아질에 있는 미세한 통로인 상아세관에 스며들어 삼투 현상을 일으키거나 직접 치아 신경을 자극해서 발생한다.

이런 현상은 치료 후 3~4일 정도 지속되며, 심하면 더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 치과의사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아세관의 흐름을 막는 ‘비정질 인산칼슘제’를 추천하기도 한다. 이 약품은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다. 그 밖에 일반적인 진통제도 도움이 된다.

자가용 치아 미백제의 성분과 특징

과산화수소는 지속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따라서 가정용 치아 미백제는 지속 시간이 긴 과산화요소가 사용된다.

과산화요소는 과산화수소와 요소로 분해되면서 미백효과를 낸다. 이때 과산화요소의 보관성을 높이기 위해 카르보폴이나 글리세린 등이 사용된다. 치아 미백제는 냉장보관이 권장된다. 어떤 제품이든 사용 전 냉장고에서 꺼내 냉기를 식힌 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과거에는 과산화요소를 대량으로 쓰는 방식을 택했지만, 자칫 민감반응만 커진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소량을 사용하는 방법이 굳어졌다. 과산화요소를 치아 표면과 치아 사이에 골고루 바르고 6시간 혹은 하룻밤 그대로 둔다. 사용 후 2시간 이내에 가장 높은 효과를 낸다.

치과의 치아 미백은 종종 초기에는 병원에서 집중적으로 하고, 이후 집에서 자가 미백으로 이뤄진다. 치아 변색의 상태와 종류에 따라 미백에 4~6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치아 미백용 10% 농도의 과산화요소 제품은 일반적으로 3.6% 농도의 과산화수소 성능과 같으며, 16% 농도의 과산화요소 제품은 대체로 6% 농도의 과산화수소 성능을 낸다.

치아 변색은 치수 괴사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다. 치수는 치아의 가장 내부에 신경과 혈관이 모인 조직이다. 치아 괴사가 진행되면 치아가 검게 변할 수 있다. 이 경우 치아 뒤편을 열고 과산화제를 직접 삽입한 뒤 일주일간 밀봉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과산화제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시술도 필요하다. 미백이 끝나면 치아 뒤편을 다시 봉합해 치료를 마무리한다.

세월이 흐르면 치아 미백을 다시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몇 개월 만에 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수년간은 효과가 지속된다. 전문적인 치아 미백은 대부분 매우 성공적이다. 또한 가정에서도 미백 시술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

레진 치료를 받거나 계획 중이라면 미백 시술을 미뤄야 한다. 치아 미백 후 약 2주간은 레진 등이 치아에 결합하는 강도가 25~50% 정도 감소한다. 과산화수소에서 방출되는 활성산소 때문이다.

또한 치아 미백은 레진, 크라운 등의 색을 바꾸지는 않는다. 레진, 크라운 시술을 받은 상태라면 나중에 밝아진 치아 색깔에 맞춰 이를 교체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최근에는 사용하기 쉬운 펜 형태의 치아 미백 제품도 판매 중이다. 잘 알려진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성분이나 품질 관리에서 유리하다.

치약에 포함된 연마제도 치아 미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치아 미백을 원한다면 연마제가 많이 함유된 치약은 피하는 게 좋다.

* 이 기사는 치아 미백에 관한 정보 제공이 목적이며, 의료적 조언으로 이용될 수 없습니다. 의료 상담, 진단 및 치료는 신뢰할 수 있는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십시오.

* 이 기사는 40년 경력의 치과 개업의사인 테드 레스트랭의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