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리튬 공급 통제하려는 중국

FAN YU
2018년 05월 27일 오전 11:34 업데이트: 2019년 10월 23일 오후 4:48

중국이 첨단기술 제품에 들어가는 중요 광물인 리튬에 대한 전 세계적인 공급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5월 17일, 중국의 ‘티엔치 리튬’ 회사는 40억 달러(4조 3160억 원) 이상의 거액을 지불하고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 중 하나인 칠레의 지분 상당량을 매입했다. 티엔치는 캐나다 비료회사 뉴트리엔(Nutrien)으로부터 해당  SQM사 지분을 매입했다.

리튬은 대용량 배터리 생산의 핵심 광물이며, 대용량 배터리는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그리고 재생에너지 그리드에 동력을 공급한다. 전 세계 전기자동차 생산대수 예상치로 볼 때 리튬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리튬 생산을 통제할 경우 이러한 신기술의 가격과 공급망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SQM사가 전 세계 리튬 공급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이 회사가 가장 효율적인 생산업체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상업용 리튬 생산을 위한 두 가지 방법이 주를 이루고 있다.

유럽 최대 리튬 광산이 있는 독일 알텐버그 진발트에서 채굴된 리튬 함유 광석을 들고 있는 도이체 리튬 GmbH CEO. 2017년 12월 13일 | Sean Gallup/Getty Images

첫째 기법은 광석 채굴이다.  페탈라이트(Petalite, 엽장석), 레피도라이트(lepidolite, 인운모) 또는 스포듀민(spodumene, 리티아 휘석)과 같은 광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방법인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공정을 필요로 한다.

세계 최대 리튬 저장고인 볼리비아 우유니 평원에서 탐사 중인 볼리비아 엔지니어. | Martin Bertti/AFP/Getty Images

또 다른 방법은 살라르(salar)라고도 알려져 있는, 리튬이 풍부하게 함유된 염수(소금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것이다.

SQM사는 염수 풀을 사용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원가로 리튬을 생산하는 업체다. 이 회사는 염수를 지하 저수지로부터 펌프를 이용해 끌어올려 칠레 사막을 가로질러 거대한 직사각형 풀로 이동시킨다. 수분 증발 후에 생성된 액체상태 염화 리튬을 정제공장으로 보내 탄산 리튬으로 생산한다.

세계적인 리튬 과점

티엔치가 SQM사에 투자하기 전부터 이미 소수의 주요 광물 생산업자들이 전 세계 리튬 공급의 상당 부분을 통제하고 있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 본사를 둔 화학 생산업체 알버말(Albemarle Corp.)이 18%의 점유율로 리튬 생산에서 세계시장 선두업체다. 중국의 장시간펑 리튬 회사는 17%로 2위고, 그 다음이 칠레의 SQM사로 14%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티엔치는 4위 생산업체로 시장점유율은 12%다. 남은 점유율은 다양한 소규모의 생산자들이 나눠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지질조사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칠레가 750만 톤의 세계 최대 리튬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고, 뒤이어 중국이 320만 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르헨티나와 호주는 각각 3위와 4위다.

그러나, 이런 수치만으로는 전 세계 리튬 공급이 상호커넥션을 가지고 있는 소수 공급자들의 수중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과소 평가하게 된다. 호주의 그린부시 광산은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광산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린부시 광산은 알버말과 티엔치의 합작 벤처 소유인데, 2017년 전 세계 탄산 리튬 생산량의 약 35%를 생산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티엔치는 다른 메이저 글로벌 생산업체인 호주 탈리슨 리튬에 대해서도 지배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세계 5위권 안에 드는 중국의 메이저 생산업체 자시간펑과 티엔치는 상장 민간기업이다. 그러나, 두 기업 모두 ‘중국 제조 2025 프로그램’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부문에 속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들의 이해는 중국 정부와 일치할 것이다. 티엔치의 회장 쟝 웨이핑은 지난 3월에 있었던 2018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한 인민대표 중 한 사람이었다.

가격 저조와 엇갈리는 예측

현재의 시장환경은 업계 합병을 가속화하고 있다. 리튬 현물가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수년 간의 증가 후, 최근 생산량 증가 예측 때문에 가격이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리튬 생산업체 주가 역시 하락했다.

원자재 수입가를 추적하는 웹사이트 아시안 메탈에 따르면, 중국으로 수입된 순도 99%의 탄산리튬 현물가는 지난 6개월 동안 1.1% 하락했다. 지난 해는 약 1% 가격 상승이 있었다.

리튬 및 배터리 생산업체의 가치도 지난 6개월간 하락 추세였다. 리튬 채굴, 탐사, 그리고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에 종사하는 회사들로 구성된 ‘솔랙티브  글로벌 리튬 지수(Solactive Global Lithium Index)’에 따른 ‘글로벌 X 펀드 리튬 상장지수펀드’(Global X Funds Lithium ETF)의 주당 가격도 5월 18일 기준으로 과거 6개월 동안 거의 11%나 하락했다.

더 장기적으로는 칠레와 호주에서 가동되는 저원가 제품  공급 증가로 리튬가격은 훨씬 더 큰 하락을 보일 수도 있다.

모건 스탠리의 2월 26일 고객용 보고서는 “2018년은 세계 리튬시장 공급 부족의 마지막 해가 될 것이며, 2019년 이후는 계속해서 상당한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히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리튬 가격이 2018년 톤당 약 1만 3천달러 근처에서 정점을 찍고,  2021년까지는 톤당 7천 달러로 약 45% 가까이 하락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리튬 산업 전문가들은 수요가 계속해서 공급을 초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호주의 리튬 채굴업체 필바라 미네랄(Pilbara Minerals)의 CEO 켄 브리스덴은 금년 초 광업 컨퍼런스에서 월가가 “수요 측면에서 시장이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를 크게 과소 평가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폭스바겐 골프 전기차 충전 모습,  2018년 5월 8일, 독일 드레스덴 | Jens Schleuter/Getty Images

중국은 코발트, 니켈, 기타 희토류 금속에 대한 공급량의 상당부분을 이미 통제하고 있다. 중국의 리튬 생산에 대한 통제력 증가는 세계 전기차 산업에 불안을 초래하며, 제한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쟁탈전을 야기할 수 있다. 산업 원자재 시장에서 중국의 지배는 서방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달 초 배터리 공급 부족으로 테슬라가 월간 생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5월 16일 테슬라는 호주 광업회사 키드맨 리소시즈(Kidman Resources Ltd.)와 배터리 생산을 위한 수산화 리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키드맨사의 광산에서는 최소한 2021년까지는 생산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