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6명에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난 평생 환자밖에 몰랐던 ‘바보 의사’

이서현
2021년 01월 2일 오전 11:14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1:16

평생 사람을 살렸던 의사가 6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의사 김시균(60) 씨가 지난달 25일 삼성서울병원에서 간, 신장, 각막을 기증하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했다고 밝혔다.

혈관까지 모두 남겨 앞으로 50명 정도가 그의 도움을 더 받을 수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TV

김씨는 동해에 위치한 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일했다.

독실했던 기독교인이었던 그는 의사로서 남을 돕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평생 봉사하는 삶을 살았다.

세 딸과 함께 미용실을 같이 가는 자상한 아빠였고, 월드비전을 통해 15년간 5명의 아이를 후원했다.

누구에게나 친절했고, 쉬는 날에도 환자를 걱정하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함께 근무했던 병원 직원을 그를 “환자분이 어렵거나 힘들 때 절대 외면하지 않고 다 들어주는 환자밖에 모르는 바보”라고 표현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사고는 지난달 20일 발생했다.

가족과 함께 주말을 보낸 그는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급하게 119 응급차로 이송했으나 뇌출혈로 인한 뇌사 판정을 받았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치료를 위해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자 가족들은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평소 그는 후배들을 만약 본인이 죽게 된다면 의과대학 해부학 실습을 위해 시신을 기증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은 고인의 뜻을 지켜주고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는 “아픈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아픈 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내주셔서 기증자와 가족에게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