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자로서의 삶은 거짓말의 연속” 탈전환자 증언

재니스 아일(Janice Hisle)
2022년 12월 4일 오후 5:43 업데이트: 2022년 12월 4일 오후 5:43

생물학적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했다가 다시 원래 성으로 돌아온 ‘탈전환자’ 미국 여성이 그간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법정 증언했다. 이 여성은 ‘거짓된 삶’이 가장 큰 고통이었다고 털어놨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출신인 로라 스몰츠(40)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아칸소주 지방법원에서 ‘미성년자 성전환 금지법(Save Adolescents from Experimentation·SAFE) 법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 법은 미성년자의 외과적 성전환은 물론 화학적 성전환도 금지하도록 했다.

결혼한 지 7개월 된 신혼인 로라는 긴 갈색머리로 여성적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그러나 로라는 한때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주사요법을 통해 무성한 턱수염을 자랑하던 트렌스젠더 남성 제이크였다. 그녀는 남성적인 가슴을 얻으려 유방절제술을 받기도 했다.

로라는 자신을 트렌스젠서에서 탈피한 ‘탈전환자’라고 소개한다. 미국에서는 최근 성전환을 했다가 후회하고 원래 성으로 돌아오는 탈전환자들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4월 아칸소주에서 미국 최초로 ‘미성년자 성전환 금지법’이 통과된 이후 14개 주에서 유사한 법안이 발의, 통과됐다.

그녀가 법정에 선 것은 인권단체들이 이 법에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좌파성향의 시민권 옹호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은 ‘미성년자 성전환 금지법’은 위헌이라면서, 아칸소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 10월 재판을 열어 먼저 원고 측 증인들의 증언을 들었다. 법원은 한 달간 휴회 후 지난달 28일부터 피고 측의 증언을 청취했다. 로라는 피고(아칸소주) 증인으로 증인대에 섰다.

로라 씨를 비롯해 이번 법원 심리에 출석한 탈전환자 증인들은 모두 사춘기를 훨씬 넘긴 20대 중후반에 성전환 수술을 받았는데도 다시 본래 성으로 돌아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결정에 스스로 책임을 질 나이에 성전환을 실행하고도 결정을 철회하길 원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모두 현재 이성의 배우자와 결혼했다는 또 다른 공통점을 지녔다.

탈전환자들은 ‘미성년자 성전환 금지법’이 무효화될 경우 미성년자들이 마주하게 될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를 자신의 체험을 통해 재판부에 알려주려 애썼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했다가 다시 여성으로 돌아온 ‘탈전환자’ 로라 스몰츠(왼쪽)와 그녀의 남편. | 로라 스몰츠 제공

“성전환이 정답인 것만 같았다”

로라는 증언대에서 “어린 시절 대부분 내가 남성이라고 상상했다”고 말했다.

그녀에 따르면, 어머니는 남동생을 편애했고, 그녀는 이러한 어머니와 남동생의 관계를 부러워했다. 말괄량이였던 로라는 자신이 또래 여자 친구들과는 어울리지 않다고 느꼈다.

여덟 살 때 친구의 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한 로라는 “남자들만이 힘을 가졌다”는 무력감을 경험했고, 이후 점점 ‘강한 존재’인 남성이 돼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트랜스젠더’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 트랜스젠더 인권단체를 찾아다니기 시작한 그녀는 “머릿속에 온통 남자가 돼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남자처럼 옷을 입었고 여성으로 성전환한 남성(트랜스젠더 여성)과 연인 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남성이 되고 싶은 열망을 채울 순 없었다. 로라는 트렌스젠더 단체와 온라인을 통해 남성 호르몬 요법을 원하게 됐고, ‘성 정체성 장애’ 진단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치료사와 한 시간씩 3번 상담한 것만으로 남성 호르몬 요법을 시술받을 수 있는 진단서를 뗄 수 있었다.

로라는 “내 삶이 모두 이해되는 것 같았고 성전환이 답인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Courtesy of Laura Perry Smalts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로라는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커밍아웃’했다. 그 정체성에 ‘제이크(Jake)’라는 이름도 붙였다. 사람들은 이러한 행동을 “용감하다”, “영웅적”이라고 칭송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기분에 도취한 로라는 이제 진짜 남자로, 제이크로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침 가슴 수술을 승인하는 허가서가 도착했다. 제이크는 주저 없이 유방 제거 수술을 받았다. 행복했다.

몇 년이 지났다. 그동안 꾸준히 남성 호르몬을 복용했지만 다시 생리가 시작됐다. 제이크는 이번에는 자궁 및 난소를 들어내는 수술을 받기로 했다. 육체적으로도 더 완전한 남성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몸에 남은 마지막 여성으로서의 기관을 제거하고 난 뒤, 이전까지 몰랐던 것을 알게 됐다. 의학적 성전환 수술을 아무리 받는다 해도 진짜 남성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 느낌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다. 이미 사회적, 재정적으로 많은 투자를 한 상태였다. 감정적으로도 너무 많은 것을 소모했다.

이후 속으로는 성전환의 모순을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제이크로 사는 동안, 제이크 속에 살아있던 로라는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야 했다. 인공 생식기까지 착용했지만, 진실은 부정할 수 없는 법이었다.

제이크는 자신이 여전히 로라라고, 생물학적 여성이라고 느꼈다. 괴로웠다. 삶 자체가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그녀가 성전환 수술로 기대했던, 진정한 성 정체성을 찾은 만족한 삶이 아니었다.

로라는 제이크 속에 갇힌 채 두려움과 고통,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말았다.

생물학적 여성인 스콘 뉴전트가 남성으로 성전환 수술 과정에서 이식용 근육을 얻기 위해 근육을 잘라낸 자신을 팔을 들어보이고 있다. | 스콧 뉴전트 제공

보이지 않는 출구

로라는 고통 속에서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됐다. 혹시 외과 수술로 남성 생식기를 부착한다면 진짜 남성이라고 느낄 수 있을까.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한 트렌스젠더를 위한 남성 생식기 수술은 팔 근육을 희생시켜 생식기를 얻는다. 그러나 요로 문제, 성기능 상실 등 많은 합병증의 위험이 뒤따랐다.

로라에게는 이미 다른 건강 문제가 찾아오고 있었다. 남성 호르몬은 그녀의 혈관을 두껍게 만들었다. 그녀는 그저 집 안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마구 뛰는 증세를 겪고 있었다. 의사는 “뇌졸중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유방제거 수술을 받기 전 오랫동안 가슴 압박대를 착용하면서 얻은 만성적인 요통도 그녀를 괴롭혔다. 건강할 때는 몰랐지만 몸이 아프기 시작하자 정신적으로도 더 쉽게 무너졌다.

로라는 “주변 사람들 모두 나를 남자로 불러줬지만 오히려 내 인생은 망가져 있었다. 정신적 지옥에 홀로 갇힌 기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 무렵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생각도 잦아졌다.

자기 자신을 다시 창조하고 싶었던 로라는 결국 자신에게 진짜로 필요했던 것은 성전환이 아니라 치유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했다.

그녀는 “내가 믿었던 모든 거짓말을 버리고 내가 누구인지 포용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9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가짜 남성 제이크로 살았던 로라는 지난 2016년 남성 호르몬 복용을 중단했다.

여성성을 회복한 이후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도 했다.

로라는 “애초에 성전환을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후회하면서도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능력을 되찾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