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번-왕이, 빈에서 이틀간 회동… 양국 간 소통 채널 유지에 합의

최창근
2023년 05월 12일 오전 11:44 업데이트: 2023년 05월 12일 오후 12:31

미국과 중국 고위 외교 책임자가 유럽에서 비공개 회동을 했다. 미중 전략 경쟁 격화, 미국 내 중국 ‘정찰풍선(스파이 풍선)’ 논란, 미국 내 중국 비밀경찰서 발각 등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인 가운데 회동 결과가 주목 된다.

미국 백악관은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국가안보보좌관이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회동했다고 밝혔다. 회동은 5월 10~11일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백악관은 2월로 예정됐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 취소 이후 이뤄진 이날 고위급 회동에 대해 “미중 양측이 양국 관계의 핵심 쟁점, 세계 및 지역 안보 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양안 문제 등에 대해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회동은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소통) 라인을 유지하고 경쟁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미국과 중국은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약속을 토대로 이러한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이 중요한 전략적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도 했다.

양측은 “중국 정찰기구 사건이 더 이상 관계의 장애물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에도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양쪽은 기구 사건은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소통 채널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는 이 문제를 넘어 움직이기를 기대한다.”며 “백악관은 이틀에 걸친 빈 회동이 양국 사이에 더 많은 소통의 길을 열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왕이 전 외교부장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으로 영전하기 전에는 전임자인 양제츠(楊潔篪)와 고위급 소통 채널을 유지해 왔다. 두 사람은 2022년 3월과 6월 각각 이탈리아 로마와 룩셈부르크에서 회동하여 북핵 실험 등 현안을 논의했다. 이후 왕이 정치국 위원과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 방문을 앞둔 지난 3월 24일 비공개 통화를 했다.

미국 AP통신은 미중 관계가 올해 초 미국 상공을 횡단한 중국 정찰풍선을 미국이 격추한 사건 이후 더욱 악화됐고, 지난달 대만 차이잉원 총통이 미국을 방문하고 또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만난 데 대해 중국이 강력히 반발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양측이 외교적 소통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중 빈 회담은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위원 사이의 첫 대면 회담이다. 왕이는 국무원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으로서 중국 정부 외교 사령탑 역할을 약 10년간 수행했다. 그러다 지난해 제20차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하여 양제츠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24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중국 공산당 정치국은 당정 국가 체제인 중국에서 최고 정책 결정 기관이다. 왕이는 외교관 출신으로는 유일한 위원이다.

중국 측의 보도도 대동소이하다. 관영 신화사(新華社)는 5월 11일, “왕이 정치국 위원과 설리번 보좌관이 10일과 11일 양국 관계에 대해 솔직하고 심도 있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신화사는 “양측은 미중 관계 장애물을 제거하고 관계를 악화로부터 안정시키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며 “왕이 위원은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엄중한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회담 내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