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홍콩 경찰…실탄에 음향대포, 섬광수류탄 동원해 캠퍼스 포위 공격

에바 푸
2019년 11월 19일 오후 11:20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37

지난 일요일 대학 캠퍼스까지 진입한 홍콩 경찰이 시위대에 처음으로 소총 및 다른 유해 무기를 배치하는 등 시위대의 진압 전술을 강화했다.

토요일 이후 사흘째 계속되는 대치상태에서 경찰은 일요일인 18일 오전 최루탄과 발사체를 쏘기 시작했고, 물대포를 배치하는 등 폴리테크닉대학 캠퍼스를 포위했다. 이로 인해 수백 명의 시위자가 안에 갇혀 있었다.

홍콩의 헝홈(紅磡) 지역에서 한 시위자가 경찰을 피해 홍콩 폴리테크닉대학 캠퍼스에서 탈출하기 위해 다리에서 고속도로로 밧줄을 타고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다. 2019. 11. 18. | Anthony Wallace/AFP via Getty Images

월요일 내내 시위대는 수십 명 혹은 수백 명씩 무리를 지어 봉쇄된 캠퍼스를 탈출하려고 문을 기어오르거나, 육교 위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왔다. 하지만 시위대의 탈출 시도는 최루탄을 마구 쏘며 이를 막는 경찰에 의해 수포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시위대가 체포됐다.

폴리테크닉대학의 데릭 류킨관 학생회장은 월요일 저녁 약 500~600명의 사람들이 여전히 캠퍼스 안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홍콩 헝홈 지역 폴리테크닉대학 캠퍼스에서 안전한 통로를 찾으려던 한 시위자(왼)가 전경들에게 구타당하고 있다. 2019. 11. 18. | Ye Aung Thu/AFP via Getty Images

신형 무기

홍콩 경찰은 신형 무기를 배치했다. 18일 SNS를 통해 유포된 동영상은 캠퍼스에서 섬광 수류탄으로 보이는 폭발물을 보여 줬는데, 이는 일시적인 실명과 청각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무기로 군중을 교란하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기자 회견에서 한 기자가 경찰이 소지한 무기에 대해 묻자 경찰대변인은 그 무기가 섬광 수류탄이라는 데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으며 “경찰은 그런 무기를 소지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저격수와 특수부대를 동원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사용할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그 지역에 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시위대가 홍콩 폴리테크닉대학에서 경찰과 충돌한 뒤 도주하고 있다. 2019. 11. 18. | Laurel Chor/Getty Images

일요일부터 경찰들이 소총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목격됐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24일 “이 무기가 경찰이 이전에 사용했던 권총과 달리 실탄만 발사하는 소총”이라며 “홍콩 경찰의 무력 증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요일에는 음향 대포를 배치해 크고 날카로운 소리를 약 3초간 발사했다. 현장에 있던 에포크타임스 기자들이 고막이 막히는 느낌과 두통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성명을 통해 그것은 “무기가 아니라 방송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홍콩 폴리테크닉대학에서 시위대를 체포하고 있다. 2019. 11. 18. | Laurel Chor/Getty Images

홍콩 지역 국제앰네스티의 만케이 탐 소장은 “경찰이 폭력을 진압한다는 명분 하에 더 심각한 폭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캠퍼스를 포위하고 도주하는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한 것을 비난했다.

그는 성명에서 “홍콩은 권력자들의 분별 있는 지혜와 인도적인 대처가 필요한 상황에서 최루탄과 구타로 (시민을) 죽음의 위협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병원 당국에 따르면 월요일 발생한 충돌로 116명의 부상자가 병원에 왔다.

홍콩 시민들의 도움

월요일 저녁, 홍콩 시민은 캠퍼스 안에 갇혀 지쳐있는 시위자들에게 물자를 전달하기 위해 캠퍼스 근처 아시아 홍콩의 길(Jordan Road)에 인간 사슬을 엮었다.

홍콩 헝홈 지역 홍콩 폴리테크닉대학으로 행진해 가던 사람들이 인간 사슬을 만들어 자재를 전달한다. 2019. 11. 18. | Philip Fong/AFP via Getty Images

친중 정치인이자 전 시의회 의장이었던 재스퍼 티상이 법학자 에릭 청과 함께 중재자로 대학 캠퍼스에 들어갈 수 있었다. 현지 방송 홍콩라디오텔레비전(RTHK)은 화요일 아침 그들이 학생들을 약 20여 명 데리고 나왔다고 보도했다. 전날 밤 입법회 의원인 입킨웬 등이 어린 학생들을 데리고 나오려고 시도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었다.

월요일 점심시간에는 사무직 근로자들을 포함한 수백 명의 시위자가 캠퍼스 시위대와 연대한다는 의미로 “폴리유(Poly-U)를 구하라”는 슬로건을 외치며 센트럴 상업지구로 행진했다.

홍콩 헝홈 지역 홍콩 폴리테크닉대학으로 행진을 시도하다가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에 대응하는 시위대. 2019. 11. 18. | Dale de la Rey/AFP via Getty Images

복면 금지법 위헌 판결

월요일에 홍콩 고등법원은 지난달 홍콩 지도자 캐리 람 행정장관이 선포한 ‘복면 금지법’이 위헌이라고 선언했다. 법원의 판결이 발표된 후 경찰 측은 공개 집회에서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 금지령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경찰 측에 따르면, 마스크 금지 위반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세 명뿐이며, 한 명만 기소됐다. 이 기소 건에 대해 경찰은 법무부와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홍콩 폴리테크닉대학에서 시위대를 체포하는 경찰. 2019. 11. 18. | Laurel Chor/Getty Images

6월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발생한 이후 폭동, 공격용 무기 소지, 화재 설치, 경찰 공격 등의 혐의로 4491명이 체포됐으며, 구금자의 연령은 11~83세까지 다양하다.

외부의 반응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월요일에도 홍콩 당국에 대한 지지 의사를 거듭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폭력 범죄자들을 법에 따라 심판대에 세우며 법을 엄격하게 집행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또한 중국 당국을 비판하는 서방 관료들을 향해 ‘중상모략하는 자’ ‘내정 간섭하는 외국인’이라고 일축했다.

류샤오밍 주영 중국대사도 같은 날 런던 기자회견에서 “다른 국가들이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는 중국 정권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시민의 근심과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명백한 조치를 취하라”고 홍콩 정부에 촉구했다.

그는 “법 집행의 노력만으로는 사회적 불안과 폭력을 해결할 수 없다”며 “중국 정부가 약속했던 홍콩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