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함의 가면을 쓴 억압의 수단, 차별금지법

김봉수
2021년 09월 9일 오후 6:32 업데이트: 2021년 09월 9일 오후 6:32

지난 8월 31일 권인숙 의원 등 17인의 국회의원은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였다. 이와 유사한 일반적 차별금지법은 이미 여러 건 발의된 바 있다. 장혜영 의원 등 10인은 2020년 6월 29일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하였고, 이상민 의원 등 24인은 2021년 6월 16일 ‘평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였으며, 박주민 의원 등 13인도 2021년 8월 9일 ‘평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였다.

그런데 권인숙 의원은 위 네 법안 모두의 발의자로 되어 있고, 박주민 의원은 그중 세 개의 법안에 발의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유사 법안의 대표발의자가 자신이 발의한 법안을 철회하지 않은 채 다른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하는 것은 일종의 모순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는 중요한 법안을 발의하면서 소속 정당이나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깊이 있는 논의를 거치지 않고 실적 경쟁을 하듯 마구잡이로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차별을 금지한다는 것은 아마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원칙일 것이다. 헌법 제11조 제1항 역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시위 | 뉴스1

그러나 최근 발의되고 있는 이른바 ‘일반적 차별금지법안’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해당 법안들이 우리의 생활을 광범위하게 통제하고, 사회 전반에 걸쳐 어떤 행위가 차별인지 아닌지를 놓고 심각한 분쟁을 초래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법안이기 때문이다.

권인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에 의하면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유전정보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는 차별에 해당한다.

또 외견상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하였으나 그 기준이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야기하고 그 기준의 합리성 내지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한 경우에도 차별로 본다. 또한 성희롱도 차별로 간주하며,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분리·구별·제한·배제나 불리한 대우를 표시하거나 조장하는 광고 행위는 차별로 본다.

우리는 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일정한 선호를 가지고 있고, 대부분의 선호에 대하여 자유로이 표현하고 그것을 충족하려고 노력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반하지 않는 한 개인의 선호 추구는 자유권으로서 보호되어 왔다.

그런데 이제는 그러한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개인의 선호 추구 행위에 대해 누군가로부터 차별이라고 공격받으면, 그것이 차별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고, 만약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물어야 하는 불안한 사회에 살아가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선발하는데, A와 B가 비슷한 평가를 받았지만 A는 폭력 전과가 있고, B는 전과가 없다는 이유로 B를 직원으로 채용하면 어떻게 될까? 위 법안에 따르면 그 회사는 일단 차별행위를 한 것이 되고, 전과가 없는 지원자를 채용한 것이 합리적이고 정당하다는 것을 증명할 책임을 부여받게 된다.

그것이 일반인들 대부분의 선호 체계에 부합한다고 생각되지만, 과연 법원에서 합리적이고 정당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까? 만약 법원이 전과가 있더라도 이미 죗값을 치렀으므로 형벌이 종료된 이후에는 전과를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결론을 내리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뿐만 아니라 위 법안은 광범위한 통제를 예정하고 있다. 위 법안 제12조 제5호는 채용 전 응모자에게 건강진단을 받게 하거나 건강진단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만약 이를 요구하는 회사는 그 합리성과 정당성을 스스로 입증하여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이제 고용주는 건강한 직원을 채용할 자유도 빼앗기는 것이다.

또한 직무 배치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차이가 날 경우, 이는 위 법안 제15조 제1호에 규정된 “성별 등을 이유로 특정 직무나 직군에서 배제하거나 편중하여 배치하는 행위”에 해당할 위험이 있고, 결국 사업자는 그것이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설령 그것이 차별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법적 분쟁에 시달리는 자체가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필자가 근무하는 성신여대 근처에는 여성전용 고시텔 광고가 자주 보이는데, 이는 위 법안 제22조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위 조항은 “상업·공공시설의 소유·관리자는 성별 등을 이유로 시설물의 사용·임대·매매를 제한·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항공사가 승무원을 채용할 때 용모를 중요한 요소로 참고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 역시 용모·유전정보 등 신체조건을 이유로 한 차별이 될 것이다. 그러면 나아가 연예기획사에서 가수 지망생을 선발하면서 용모를 고려하여 선발하면 그것은 차별인가 아닌가? 합리성과 정당성이 있는가? 가수는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용모를 고려하여 선발한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여성들만 편히 쉴 공간 보호를 요구하는 시위대(좌)와 미국 LA 코리아타운 한 찜질방 여성 탈의실에 자신을 트렌스젠더라고 주장해 입장한 뒤 나체로 돌아다닌 남성(우) | 트위터 캡처

최근 미국 LA 한인타운에 있는 사우나에 어떤 남성이 자신의 성정체성은 여성이라고 주장하면서 여탕에 입장한 사건이 있었다. 그의 입장을 거부하는 것은 성정체성에 따른 차별인가 아닌가? 아니면 그를 남탕에 입장시키면 그것이 오히려 차별에 해당하는가? 사실 우리는 전통적 관념과 상식에 의해 그 답을 찾아낼 수 있다. 당연히 그 남성을 여탕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어야 한다.

그러나 전통적 관념과 상식에 반하는 급진적인 내용의 법률이 존재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이 상식에 의해 판단되지 않고 이제는 경찰, 검찰,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스스로 검열을 하기 시작한다. 위 사우나 사건에서도 직원이 그 남성을 제지하지 못하였는데, 그 남성이 스스로의 성정체성을 여성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그 직원은 법을 의식하여 상식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결국 차별금지법은 보통 사람들의 삶의 평온을 해치고, 법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선량한 시민들을 법정으로 불러내어 불법행위자로 만들게 될 우려가 있는 심각한 법안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법안은 특히 사회의 전통적 윤리와 질서를 중시하는 보수적 사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급진적인 사상을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차별금지법이 사상에 따른 차별을 강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어떤 교사가 수업시간에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르므로 그 역할도 다르다고 학생들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상황에 따라 차별금지법에 저촉될 수 있는데, 이는 성 역할에 대해 전통적 또는 보수적 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를 표현하는 것을 국가가 금지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국가가 국민을 사상에 따라 차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차별금지의 이상은 당연히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무엇이 개인이 자유로이 추구할 수 있는 선호이고, 무엇이 차별인지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이럴 경우 우리 사회의 통념에 비추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선별하여 차별로 정의하고 그것을 금지하는 것은 정당성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국가가 차별을 전면적,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국민들의 생활에 심각한 억압으로 작용할 위험이 매우 크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동성애 동성혼 합법화반대 전국교수연합 등 단체 관계자들이 나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차별금지만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울 경우, 주류적인 가치관이나 질서는 더 이상 우리 사회의 중심으로 작동할 수 없고, 예외적이거나 소수의 가치관과 동등하게 취급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사회의 혼란과 해체를 초래할 위험 요인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 다수가 공유하고 있는 가치관과 문화가 우리 사회를 결합시키고 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너무 쉽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차별을 해소하는 것은 문화적인 측면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할 일이지 포괄적 입법으로 해결하고자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양성평등기본법’,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등 중요한 차별 문제에 관하여는 이미 개별 입법이 이루어져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포괄적, 일반적 차별금지법은 수없이 많은 법적 분쟁을 초래하여 시민들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 위험이 크다. 그러므로 현 시점에서 포괄적인 개념을 사용하는 일반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일반적 차별금지법은 선함의 가면을 쓴 억압의 수단이다. 특히 보수 진영은 이 법안의 위험성을 직시하고 법안이 졸속으로 가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야당의 국회의원들이 대선 정국에 매몰되어 중요하고 위험한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을 방치하는 재앙이 벌어지지 않기를 희망한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