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 진료소 수백 미터 대기줄, 앞 사람 숨 닿을 거리서 전화통화…위험천만 베이징 방역 현장

장둔(張頓)
2020년 06월 22일 오전 11:43 업데이트: 2020년 06월 22일 오후 5:55

우한 폐렴(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의 재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베이징시 당국이 방역 관리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청년보 등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베이징시는 지난 13일부터 20일 오전 6시까지 229만7000여 명의 검체를 채취했다.

그런데 선별 검사소에서 마주한 현장은 보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중국 당국은 ‘1m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베이징 톈안먼 광장과 기차역 등과 같이 평소 시민들로 붐비던 장소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막상 가장 조심해야 할 검사소에는 1m는커녕 서로 다닥다닥 붙어 줄을 서 있는 감염 의심 환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집중적으로 한 검사소에 모이면 진료도 쉽지 않고, 교차 감염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방역을 핑계로 오히려 ‘밀집 시설’을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주 베이징 검역소 앞에 늘어선 대기줄 | 에포크타임스

당국이 가장 안전하다고 자부한 수도 베이징의 방제 시스템에 시민들은 충격을 받고 있다.

6월 초에 신파디(新發地) 시장을 다녀왔다는 베이징 시민 리밍(李明·가명)씨는 에포크타임스에 “검사소 현장에는 천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여러 동네에서 사람들이 왔고, 한 장소에 사람이 너무 집중됐다”며 “차라리 각 동네 주택 단지에서 검사하는 것이 안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리씨는 “일부 동네에서는 버스 몇 대를 대동해 사람들을 태워 왔는데, 전염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며 불안에 떨었다.

신파디 시장 내 과일 노점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시민 궈(郭)모씨는 “오히려 검사할 때 감염이 될까 두려워서 검사하러 가지 않았다”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래도 검사를 받아야 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궈씨는 “나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며 검사를 거부했다.

당국을 믿지 못한 주민들이 진단검사를 받지 않은 이른바 ‘숨은 감염자’가 될 경우, 방역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현상은 개별적인 몇몇 시민들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실제 중국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절대로 자발적으로 검사를 하지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면 몰라도”라는 내용의 글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적지 않은 주민들이 검사소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시 당국은 집단감염의 중심지인 신파디 시장 종사자와 인근 주민 외에도 요식업계, 슈퍼마켓, 재래시장 종자자, 베이징 내 36개 중·고위험 지역 주민 등에 대해 대규모 검사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베이징 보건부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위험군에 속하지 않더라도, 검사를 하지 않으면 베이징에서 식당 운영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검사에 대한 강제성이 확실히 부여된 상황이다.

소식통은 에포크타임스에 “한 사람이 한 달에 검사를 네 번 해야 한다. 매번 검사비 180위안(약 3만8천원)이 든다. 의료서비스 비용까지 합치면, 한 번 검사하는 데 200여 위안, (한 사람이 매달) 최소 800위안(약 14만원)이 필요하다”고 폭로했다.

수백만 명을 대상으로 이러한 검사가 이뤄진다는 소식에 중화권 온라인에서는 “보건부가 부자 되겠다”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중국 경제전문매체 차이신(財新網)은 18일 “베이징시가 전염병 대응 단계를 2단계로 격상한 뒤 핵산 검사 수요량이 폭증해, 개별 검사 예약조차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개인 자격으로 베이징 병원, 요우안(佑安)병원 등 베이징 소재 병원에는 모두 접수할 수 없다며, 114(생활정보 안내)에 전화를 거는 방법으로 예약할 것”을 권했다.

실제 베이징시에 있는 둥바원(東壩院) 샤오좡(小莊)병원의 검사 예약 창구는 9월 15일까지 예약이 찬 것으로 파악됐다. 민항총병원은 향후 6주간 예약이 꽉 찼다.

21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전날 하루 동안 총 26명이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해외 유입은 1명이며, 나머지는 국내 감염자다.

베이징의 신규 확진자는 22명으로, 신파디 시장에서 감염자가 보고된 이후 현재까지 총 227명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