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부터 집행까지 24일…시진핑, 왜 랴이샤오민 황급히 처형했나

류지윤
2021년 02월 4일 오전 8:50 업데이트: 2021년 02월 4일 오전 9:04

[뉴스분석]

제도적으로 부패해 타락하지 않은 관리를 찾아볼 수 없는 중국에서는 최근 경제 사범은 사형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원칙이 지켜져 왔다. 하지만 라이샤오민(賴小民)은 부정부패 사건에서 중공 창당 이래 가장 부패한 관리가 됐을 뿐 아니라 금기를 깨고 가장 빨리 처형된 탐관이 됐다.

선고부터 집행까지 24일 걸린 ‘초스피드’ 사형

중국 국영기업인 화융자산관리주식회사의 전 당서기이자 이사장인 라이샤오민은 뇌물수수, 횡령, 겹혼인으로 지난 5일 톈진시 제2중급법원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자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2주 뒤인 지난 21일 톈진 고급인민법원의 2심 공소기각 판결이 최고인민법원으로 넘어가자 대법원은 재빨리 사형선고를 승인했고, 지난 29일 오전, 라이샤오민은 59세의 나이로 톈진에서 사형당했다.

중공 관료 중 부패로 사형당한 것은 2012년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처음이다. 2019년 산시성(山西省) 뤼량시(呂梁市) 전 부시장 장중성(張中生)은 산시 고등법원 2심에서 부패 사범으로는 8년 만에 처음으로 사형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아직 대법원의 승인이 없어 사형 집행이 되지 않은 상태다.

어째서 라이샤오민은 황급히 처형했을까?

금융 위기에 대비해 ‘일벌백계’하려 즉시 참수

자유아시아방송 ‘야화(野話) 중난하이’ 프로그램에서 발표한 ‘허둥지둥 라이샤오민 처형, 누구에게 경고를 보내나? 보호하려는 건 누구인가?’라는 글에서 “CCTV는 라이샤오민의 결말을 ‘당을 엄중히 다스리려는 (시진핑 당국의) 의지를 과시한 것’이라고만 설명했고, 신화통신은 라이샤오민의 ‘사형 집행’을 시진핑 당국이 중점적으로 강조하는 ‘중대한 금융 위기를 해소하고 방비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차원으로 격상했다”고 이야기했다.

방송은 또한 “라이샤오민은 1심 판결을 앞두고 시진핑 당국의 연민을 사기 위해 중앙기율위원회의 반부패 특집 프로그램 ‘국가 감찰’ 제작팀에 협조해 하라는 대로 다 했지만, 애석하게도 이미 늦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정부 당국이 라이샤오민의 뇌물 범죄 22건 중 9건이 뇌물액이 4천만 위안을 넘고 심지어 2억, 4억, 6억 위안에 이르렀다고 밝혔는데, 뇌물을 준 9명의 사장은 왜 한 명도 공개되지 않을까? 법적 처벌은 받았을까?”라고 덧붙였다.

모든 죄를 자백하지 않은 라이샤오민

중공 정부 측은 라이샤오민이 국가 이익에 위해를 끼친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지 못했다. 현재 여러 매체에 따르면 라이샤오민이 투자한 미국 사이판의 카지노는 전 중앙은행 총재 다이샹룽(戴相龍)의 사위 처펑(車峰)이 관리하며 2017년 한 해에 5천억 홍콩달러(한화 약 72조 원)를 도박 자금을 통해 세탁했다.

라이샤오민은 제주도 카지노에도 투자했고, 역시나 검은돈을 세탁하고 있다. 자금이 바깥으로 도망가게 두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중공 집권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중공 사법부는 “1심에서 라이샤오민이 ‘중대한 공을 세웠다’고 주장할 때 부하 직원의 중대한 범죄 단서를 제공했는데, 조사 결과 사실임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즉 라이샤오민은 그의 상사를 신고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 인터넷 누리꾼들의 게시물에 따르면 라이샤오민은 관료 사회로 돌아가 관리를 하기 위해 상사들에게 많은 선물을 보냈다. 그는 화융(華融)에서도 법의 빈틈을 이용했는데, 목적은 역시 업적을 남긴 후, 돌아가서 관직을 얻기 위함이었다. 뜻밖에 관직을 얻지도 못한 채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어떤 누리꾼은 라이샤오민이 ‘의리’를 외치며 죽기 직전까지도 그의 배후를 자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앙기율위원회에서 살벌한 발언 날려

시기적으로 라이샤오민의 항소가 기각된 다음 날인 1월 22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기율위원회 5차 총회에 시진핑 등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참석했다.

시진핑은 담화에서 “부패는 여전히 당내 최대 위협”이라며 “당을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시진핑 담화의 중점은 금융 분야의 반부패 작업은 여전히 논의의 중심에 있으며, 금융 안보는 국가안보의 중요한 축으로, 금융을 통제하지 못하면 경제 안보를 위협하고, 나아가 정치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또 금융 관리 부서의 감독을 강화하고 금융 반부패와 금융 위기 처분의 연결고리 및 금융 분야의 내부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하며, 특히 각급 간부는 가족, 자녀와 측근들을 더욱더 엄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1년 1월 중앙기율위원회 전체 회의 발언을 2020년과 비교해 보면 단어 사용에 살벌한 기류가 감지된다.

라이샤오민의 ‘뜻밖의’ 처형을 떠올려 보면, 시진핑의 살벌한 행보는 라이샤오민과 그 배후에 있는 이익집단을 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신화통신 “권력을 훔치려는 터무니없는 계획”

중공 당수의 말이 막연하고 알아듣기 어려웠는지, 1월 23일 신화통신은 큰 헤드라인과 함께 사람들에게 명확한 해석을 주었다.

‘시진핑, 한 달 새 ‘정치 3력’ 세 번 언급’이란 글에서 소위 말하는 ‘정치 3력’이란 ‘정치적 판단력’, ‘정치적 통찰력’, ‘정치 집행력’이라고 했다.

이 글은 집권당으로서 당면한 가장 큰 위협은 부패라면서 “정치적 부패가 가장 큰 부패다. 일부 부패분자들은 이익집단을 결성해 당과 국가 권력을 탈취하려는 터무니없는 계획을 하고, 비조직 활동을 함으로써 당의 통일을 파괴하니, 당내에 이익집단이 형성되지 않도록 철저히 방지하고, 인민 정권의 성격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은 또한 “부패 문제 뒤에는 종종 정치적 문제가 있다”며 “첫 번째 ‘교착’은 바로 ‘정치 문제와 경제 문제가 얽혀 당과 국가 정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결국 라이샤오민의 진짜 죄는 부패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로 얽혀 국가 안보를 위협했다는 것이다.

샤오젠화(肖建華), 우샤오후이(吳小暉)와 2015년 재해를 일으켰다

2018년 11월, 홍콩의 행동주의 투자자 데이비드 웹(David Michael Webb)이 발표한 신작 ‘수수께끼 네트워크 26’은 샤오젠화(肖建華)의 밍톈(明天)그룹, 라이샤오민(融小民)의 화융(華融)그룹, 우샤오후이(吳小暉)가 관여한 민셩(民生)생명이 하나의 ‘골드 트라이앵글’로서 증권계에 도사리고 있다고 폭로해 홍콩 증권계에 소동을 일으켰다.

9개 상장사, 30개 금융기관을 지배하고 있는 샤오젠화는 총자산이 1조 위안에 육박하며, 중국 내 자산평가는 2조 위안(한화 약 340조 원)에 이른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데이비드 웹은 밍톈그룹과 화융그룹은 지난 몇 년 동안 홍콩 주식 시장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었고, 2014년 당시 화융은 처음으로 해외 상장 멀티 플렉스 금융지주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었고, 계열사가 필요해지자 4억 6,800만 위안의 자금을 들여 톈싱(天行) 배정 주식을 인수해 현재의 화융그룹으로 재편했다고 밝혔다.

인수 전 톈싱 인터내셔널은 펑샤오둥(彭曉東)이 지분을 갖고 있었으며, 관영 매체 ‘디이차이징’(第一財經)이 보도한 밍톈그룹 ‘발전지원부’ 관계자 중 한 명과 같은 이름을 올렸다.

밍톈그룹과 화융그룹은 다른 합작도 있었는데, 2014년 6월 화융이 출자해 만든 사모펀드 ‘바오화지아타이’(保華嘉泰)는 강산 홀딩스의 65억 3천만 주를 주당 0.36위안에 인수해 23억 5천만 위안을 출자할 계획이었다. 샤오젠화의 후배인 리하이펑(李海楓)이 현재 바오화지아타이의 일반 파트너인 ‘Pohua JT Capital Partners Limited’의 이사다.

화융의 또 다른 계열사인 화융투자(상장사 번호 2277) 역시 밍톈그룹에서 인수했다.

안방(安邦)보험과 화융의 관계는 이보다 앞선다. 2015년 화융이 홍콩에 상장됐을 때 안방보험이 29.98%의 지분을 가진 원양(遠洋)그룹을 통해 화융 IPO에 개입하며 53억 위안을 투자했다.

해외 여러 매체들은 중국 주식시장의 호걸이라 불리고 800억 위안을 넘게 굴리는 실력을 갖춘 샤오젠화가 2015년 여름에서 가을 사이의 ‘주식 폭락사태’에 연루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 ‘주식 폭락사태’는 반(反)시진핑 연맹이 계획한 ‘금융 쿠데타’로 지목됐으며, 배후로는 장쩌민파와 관련된 여러 신구(新舊) 상무위원과 장쩌민 가족이 지목됐다.

샤오젠화, 우샤오후이, 라이샤오민 등이 장쩌민파가 일으킨 시진핑 경제 전복을 위한 ‘2015년 중국 주식 폭락사태’에 모두 가담했고, 이들은 ‘당과 국가 권력 탈취’라는 쿠데타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샤오젠화는 2017년 중국 설 연휴 기간이었던 1월 30일 홍콩에서 중공 경찰에 연행된 뒤 4년째 실종 상태다. 샤오젠화가 베이징으로 끌려간 직후 장쩌민(江澤民), 쩡칭훙(曾慶紅), 류윈산(劉雲山) 등 ‘큰 호랑이’들의 부패 증거가 다수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샤오민이 처형된 지금, 시진핑은 그 배후의 검은손을 노릴까?

라이샤오민의 배후로는 장쩌민 전 공산당 총서기, 쩡칭훙 국가 부주석, 전 정치국 상무위원 류윈산, 장더장(張德江) 인민대회위원장, 뤄간(羅幹) 전 정치국 상무위원, 쑨정차이(孫政才) 정치국 위원, 다이샹룽 전 중앙은행 총재 등이 거론된다.

당을 지키려 쿠데타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시진핑

왕요우췬(王友群) 박사는 당시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중앙기율위원회 서기 웨이젠싱(尉健行)의 원고 담당자였다. 그는 에포크타임스 논평에서 “쿠데타의 그림자가 시진핑을 따라다니고 있다”며 “시진핑이 주석에 오르기 전부터 누군가는 쿠데타를 모의해 내쫓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2012년 2월 6일, 청두 주재 미국 영사관으로 도망친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重慶市) 공안국장은 저우융캉(周永康) 당시 정치국 상무위원과 보시라이(薄熙來) 당시 정치국 위원의 쿠데타 모의를 미국 측에 흘렸다. 이 모의는 중공 18차 당대회에서 보시라이가 저우융캉의 중공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와 중앙 정법위 서기 자리를 넘겨받은 뒤 기회를 봐서 정변을 일으켜 시진핑을 대신하는 거였다.

시진핑이 이를 알게 된 뒤 2013년 1월부터 부패 척결 호랑이 사냥이 시작됐다. 2017년 10월 중공 19차 당대회 전까지 성(省)급 이상 관리 440명을 차출해 권력을 공고히하고 쿠데타를 막으려 했다. 그동안 시진핑은 저우융캉, 쉬차이허우(徐才厚), 궈보슝(郭伯雄), 보시라이, 쑨정차이 등을 체포했으며, 이들은 중공으로부터 ‘당권 찬탈 음모를 꾸몄다’는 비난을 받았다.

중공 19차 당대회 이후 시진핑은 매년 쿠데타설에 휩싸였다. 2020년에도 ‘반(反)시진핑’, ‘시진핑 무너뜨리기’, ‘정변’, ‘군사 반란’ 등으로 시진핑의 사퇴 요구가 난무해 시진핑은 ‘정치 안보’를 입에 달고 살 정도였다.

저우융캉, 보시라이, 쉬차이허우, 궈보슝의 배후의 인물은 전 중공 독재자 장쩌민과 그의 ‘책사’ 쩡칭훙이다.

시진핑은 집권 초기 5년 동안 부패에 맞서 호랑이를 잡았고 한때는 장쩌민과 쩡칭훙까지 척결 대상으로 삼았다. 신화통신은 2016년 8월 12일 홈페이지에 ‘가장 큰 위협 제거… 시진핑, 반부패를 논하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발표했다. 텐센트, 왕이(網易) 등 포털사이트와 지역 언론들은 ‘시진핑이 당내 최대 위협 제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실었다. 이 때문에 장쩌민과 쩡칭훙의 검거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사람이 많았다.

19차 당대회 직전 시진핑은 장쩌민, 쩡칭훙과 타협했다. 시진핑의 호랑이 사냥은 가장 높게는 저우융캉까지 간 뒤, 마무리 지어졌다. 중공 19차 당대회 이후 지금까지 시진핑은 부(副國級, 부총리급) 이상 고위 관료를 단 한 명도 체포하지 않았고, 장쩌민과 쩡칭훙도 건드리지 않았다. 적을 잡아놓고도 우두머리를 잡지 않은 시진핑에겐 결국 쿠데타의 위협이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왕 박사는 논평에서 8년 동안 시진핑이 쿠데타의 그늘에 갇혀 있는 결정적 이유는 시진핑이 당을 지키려 하기 때문이지만 이 99년의 역사를 가진 당은 장쩌민 정부 시절 이미 전반적으로, 철저하게 부패했고, 수억 명에 달하는 파룬궁 수련생들을 박해하는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질러 구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현재 시진핑의 라이샤오민에 대한 신속한 사형 집행은 그 배후 세력에 보내는 경고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