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직접 찾아가 노숙자 할아버지 10년 만에 변신시킨 청년 유튜버들 (영상)

황효정
2020년 05월 21일 오전 10:55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3:29

노숙 생활 10년 만에 깨끗하게 이발을 받은 서울역 노숙자 할아버지가 처음 떠올린 생각은 “딸이 보고 싶다”였다.

지난 1일 헤어 스타일리스트 유튜버 ‘금강연화’ 채널에는 ‘노숙자 대변신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영상이 하나 게재됐다.

올라온 뒤로 85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한 해당 영상은 유튜버 금강연화가 직접 서울역을 찾아 이발이 필요한 노숙자에게 도움을 드리는 과정이 담겨 있었다.

이날 영상에서 금강연화를 비롯한 청년 세 명은 노숙자들에게 도움을 드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유튜브 ‘금강연화’
유튜브 ‘금강연화’

노숙자들은 쉽게 허락을 하지 않았다.

촬영 취지에 관해 설명하고, 오랜 설득 끝에 드디어 노숙자 한 명이 촬영에 응했다. 제대로 이발을 받지 못해 백발이 덥수룩한 할아버지였다.

노숙 생활이 추웠는지 오뉴월에도 옷을 많이 껴입은 할아버지는 어색하게 굳은 채로 청년들에게 “제가”, “예” 등 꼬박꼬박 존댓말을 사용하는 모습이었다. 연신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기도 했다.

“너무 감사합니다. 머리가 길어서 불편했어요”

유튜브 ‘금강연화’
유튜브 ‘금강연화’

이발을 진행하는 동안 청년들은 할아버지에게 “실례가 아니라면 예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라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다소 뜻밖이었다.

할아버지는 “충무로에서 신문 광고 회사에 다녔어요”라며 “컴퓨터가 나오면서 회사가 다 부도가 나 버렸어요”라고 답했다.

이에 청년들은 “(그렇다면) 노숙 생활은 어떠신가요?”라고 다시 질문을 건넸다. 할아버지는 곧장 “너무 힘들어요”라고 대답했다.

힘든 노숙 생활을 한 지는 어느덧 10년째였다. 할아버지는 “힘들어도 남한테 싫은 소리 안 들으려고, 실수 안 하려고 노력해요”라고 전했다.

유튜브 ‘금강연화’
유튜브 ‘금강연화’

그 후 한동안 말이 없던 할아버지는 가장 견디기 힘든 점으로 자식들이 보고 싶다는 점을 꼽았다.

할아버지의 자식들과 다른 가족들은 현재 아예 연락이 닿지 않는다.

할아버지는 “연락이 닿지 않아서 가족들이 저를 사망 처리를 한 것 같아요”라고 털어놓으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이발이 끝났다. 할아버지는 “감사합니다”라며 계속해서 고개를 숙였다.

유튜브 ‘금강연화’
유튜브 ‘금강연화’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청년들은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 회사에 출근하며 입었을 법한 멋진 정장과 신발을 선물했고, 옷까지 갈아입은 할아버지는 마침내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거울을 바라보던 할아버지는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

한참 뒤 할아버지는 환히 웃으며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라고 두 손 모아 고마움을 전했다.

헤어지기 전, 청년들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없는지 여쭈었다.

유튜브 ‘금강연화’
유튜브 ‘금강연화’

할아버지가 머뭇거리다 한 말은 이러했다.

“사랑하는 딸들아, 진짜 보고 싶다. 너무 보고 싶다. 꼭 한번 보고 싶다. 보고 싶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어…”

정착할 곳 없이 지내는 상황에서도 상냥한 말투와 겸손한 태도로 뭉클함을 전한 할아버지. 과거 신문 광고 일을 했다는 건 배움도 있었다는 뜻일 테다.

시대는 급변했고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어느새 나이까지 들어버렸다. 낡은 사람이 됐다는 생각에 모든 걸 내려놓았다.

10년 만에 새 신발을 신은 할아버지는 원래 신던 낡은 신발을 버리지 않고 소중히 챙겨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