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시진핑 자료실’ 그대로 둬야 합니까” 시민단체 문제 제기

남창희
2022년 10월 19일 오후 4:06 업데이트: 2022년 10월 20일 오후 2:35

‘CCP 아웃’·’트루스포럼’, 19일 서울대서 집회
학생들 모르는 경우 많아…알아도 “교류 기관”
주최 측 “시진핑 자료실은 통일전선…폐지해야”

중국에서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3연임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한국 서울대에서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 공작 거점의 퇴출을 요구하는 시민운동이 이어졌다.

19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본관 앞에서는 이 대학 중앙도서관에 설치된 ‘시진핑 기증도서 자료실'(이하 시진핑 자료실)의 철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반중(反中) 시민단체 ‘CCP(중국 공산당) 아웃’과 서울대 출신 기독교 보수단체 ‘트루스포럼’이 공동 주최한 이 기자회견에서는 서울대 교수와 학생들에게 시진핑 자료실의 실체를 알리고 이에 대한 대응을 촉구했다.

‘CCP 아웃’ 관계자는 “중국 공산당이 자국민은 물론 전 세계를 상대로 폭거와 만행을 저지르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독립과 주권을 무시하고 복종을 강요하는 망동을 태연하게 자행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럼에도 일부 대학과 교수들은 노골적으로 친중, 종중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중국 공산당이 뿌리는 돈에 중독된 것”이라며 “지성과 양심, 그리고 애국심을 포기하고 타락했다”고 말했다.

트루스포럼의 김은구 대표(서울대 법학과 96학번)는 중국 공산당이 동북공정으로 한국의 역사와 문물을 훔쳐가려는 상황을 언급하며 “서울대에 시진핑 자료실을 두는 것이 정말 타당한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통일전선전술의 도구로 각국 대학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통일전선전술 도구의 하나인 시진핑 자료실을 “민족의 희망을 자처하는 서울대에 존치하는 것은 역사의 큰 오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관악캠퍼스 중앙도서관 2층에 설치된 ‘시진핑 기증도서 자료실’ 전경. | 서울대 홈페이지

서울대는 2015년 10월 중앙도서관 본관 2층에 106.9㎡(약 32.3평) 규모의 별도 공간을 마련, ‘시진핑 기증도서 자료실’을 개설했다. 이는 2014년 7월 서울대에서 강연한 후 시진핑의 도서 기증 약속에 따른 것이다.

‘CCP 아웃’ 관계자는 “6·25전쟁의 침략자이자 오늘날 역사상 최악의 독재정권인 중국 공산당의 총서기를 기리는 자료실을 두는 게 도대체 웬 말인가”라며 서울대에 이의를 제기했다.

서울대에 국가원수의 이름이 붙은 시설은 시진핑 자료실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자료실 출입구에는 시진핑이 방문 당시 남긴 서명이 게시됐다. 한 대형 강의실은 ‘시진핑홀’로 이름 지어졌다.

CCP 아웃 관계자는 “(서울대에는) 대한민국 대통령은 물론 서방 각국 어느 누구의 자료실도 없다”며 “중국 공산당은 이 자료실을 성지(聖地)로 만들어 참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시진핑 자료실은 순수한 문화 교류나 연구 협력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 그 실체는 한국의 유명 대학과 교육계, 교수들을 겨냥한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공작의 한 사례다.

통일전선공작은 우호친선 혹은 더 큰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내세워 상대국에 침투한 후 첩자나 내통세력을 심고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전술이다.

이 전술은 전쟁이나 분쟁 없이 상대국을 무너뜨릴 수 있어 탱크나 미사일 같은 물리적 무기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진핑 스스로 통일전선공작을 ‘마법 무기’라고 극찬했다.

CCP 아웃은 연세대에 설립된 공자학원과 ‘연세-차하얼 연구소’ 역시 공산당의 통일전선공작 거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연세대는 2013년 공자학원을 유치했으며, 2019년 중국 민간 싱크탱크인 ‘차하얼 학회’와 합작해 차하얼 연구소를 설치했다.

공자학원은 2020년 미국 국무부에 의해 ‘외국정부 대행기관’으로 지정돼 그 활동 내역을 매년 2회 투명하게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제약을 받고 있다. 교육기관이 아니라 중국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기관이라는 의미다.

차하얼 학회는 중국 공산당이 공공외교 연구라는 명분으로 통일전선공작을 펼치는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정·재계에 영향력을 지닌 한팡밍 전국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 부주임이 2009년 10월 설립했다.

‘CCP 아웃’ 관계자는 “차하얼 연구소는 한국 정재계, 문화계 유력 인사들을 포섭하고, 학술 토론을 가장해 친중 여론을 전파한다”며 “연세라는 간판을 이용해 한국인들의 경계심을 해제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서울대 학생들은 시진핑 자료실에 대해 대체로 잘 모르는 분위기였다. 기자회견장 옆을 지나던 사범대 2학년생인 A군은 “잘 모르고 있었다”며 이날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현수막 문구를 보고서 무슨 일인지 궁금증을 나타냈고, 옆에 있던 동료 학생은 “시진핑이 자료를 기증해서 뭐가 생긴 건가”라고 추측했다. 이들 모두 이날까지 시진핑 자료실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집회 참가자가 본격적인 행사 전 국민의례에 따라 서울대 캠퍼스 내에 걸린 국기를 향해 경례하고 있다. | 에포크타임스

이미 알고 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긴 학생도 있었다. 인류학과 1년학생인 B양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면서 “중국과 교류가 활발하다고 생각했다”며 뭐가 문제냐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거부 반응을 보인 이들은 이날 우연히 서울대 견학을 온 고등학생들이었다. 광주 살레시오고에서 왔다는 이 학생들은 “나도 시위에 참가하고 싶다”며 시진핑 관련 시설이 서울대에 있는 것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이번 기자회견은 최근 이어진 중국 공산당의 침투공작 폭로 활동의 하나다.

앞서 지난 12일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앞에서는 서울대 시진핑 자료실과 연세대 공자학원, 차하얼연구소 폐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또한 지난달 28일과 이달 5일 두번에 걸쳐 인민망 한국지부인 ‘피플닷컴코리아’의 폐쇄와 그 대표 저우위보(周玉波·주옥파)의 추방을 요구하는 집회가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진행됐다. 인민일보 및 인민망 한국지부는 한국 주요 언론사와 방송·언론 관련 기관이 밀집한 이 건물 6층에 입주해 있다.

CCP 아웃 관계자는 “중국 공산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세계평화에 대한 사상 최악의 위협”이라며 “자유민주진영과 중국 공산당의 세기적 대결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산당은 곧 몰락할 것이라면서 한국이 공산당을 추종하는 일부에 의해 잘못 이끌려 피해를 입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CCP 아웃’은 보수 애국단체인 ‘나라지킴이고교연합’과 ‘자유수호포럼’이 중국 공산당의 행패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 출범한 운동이자 단체다. 지난해 10월 프레스센터에서 발대식을 개최한 바 있다.

이 활동에는 트루스포럼도 참여한다. 이 단체는 2017년 서울대 재학생과 동문이 조직했으며, 기독교적 가치관을 기반으로 한국사회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CCP 아웃’은 오는 28일 오후 2시 연세대에서도 기자회견을 열어 대학 측과 교수, 학생들에게 차하얼연구소의 정체와 심각성을 알릴 예정이다.

한편 서울대 교무처실 관계자는 시진핑 자료실에 대해 재검토 계획이나 입장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