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평화청원 22주년” 국내 파룬궁 수련자들, 전국 中 외교공관앞 기자회견

이정형 객원기자
2021년 04월 25일 오후 6:20 업데이트: 2024년 01월 16일 오후 5:50

신장 위구르족 탄압 등 공산주의 중국(중공)의 인권억압에 대한 국제적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 주재 중공 외교공관 부근에서도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국내 파룬궁(法輪功) 수련자들은 25일 중공 대사관이 있는 서울을 비롯해 부산, 광주, 제주 등 전국 4곳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파룬궁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중국의 심신 수련법인 파룬궁은 1999년부터 지금까지 22년간 중공의 탄압을 받아오고 있으며, 국내에도 수련자들이 있다.

서울에서는 이날 오전 11시께 중구 명동입구에서 사단법인 한국파룬따파불학회 주최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파룬따파(法輪大法)는 파룬궁의 정식 명칭이다.

중공 대사관 정문 앞은 맞은편 건물 공사가 한창이었다. 기자회견 장소를 대사관 정문에서 100미터 이상 떨어진 명동입구로 정한 것은 혼잡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명동입구 기자회견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에 맞춰 참여 인원이 9명 이내로 제한됐다.

학회 사무총장 오세열 법학박사는 기자회견에서 “하루빨리 중공이 해체되고 중국 공산당 때문에 신음하고 있는 중국 내 파룬궁 수련생들과 13억 중국인들이 자유를 되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 파룬궁 수련자들이 25일 서울, 부산, 광주, 제주 등 전국 4곳의 중공 외교공관 인근에서 4·25 평화청원 22주년을 기념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입구에서 열린 기자회견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이날 서울을 비롯해 전국 4곳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22년전 이날 중국 베이징의 지도부 집단 거주 및 업무지구인 중난하이 앞에서 열린 집회를 기념하는 취지이기도 했다.

1999년 4월 25일 베이징을 비롯해 인근 도시에서 중난하이로 모인 중국의 파룬궁 수련자들은 지도자들에게 자유로운 수련환경 등을 요구하며 만남을 요청했다.

조용히 대화를 기다리던 수련자들의 모습을 본 당시 주룽지 총리는 직접 중난하이 밖으로 나와 당신들의 대표가 누구냐고 물었다.

현재 미국에서 중국전문가로 활동하는 장톈량은 “주룽지 총리가 나왔다. 그는 경호원도 없이 혼자 나왔고, 얼굴은 미소를 띠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 총리가 이미 파룬궁 수련자들이 평화로운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 보였다”고 했다.

장톈량은 주 총리가 이야기를 들을 테니 대표를 정해 달라고 말했다고 했다. 수련생들이 손을 들자 주 총리는 3명을 지명했고, 이들을 데리고 중난하이 접견실에 들어갔다.

접견실에서 대표 3명의 이야기를 들은 주 총리는 관계 부처인 국가신문방송위원회와 국무원 서기에게 지시하겠다고 말하고는 자리를 떴다.

1999년 4월 25일 중난하이 맞은편 인도에 파룬궁 수련자들이 모여 있다. 오른편의 가로수 뒤편에 보이는 붉은 담장이 중난하이다. | 밍후이왕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또다른 수련자 쿵웨이징(孔維京)씨도 같은 상황을 증언했다. 쿵씨는 주 총리가 “누가 대표냐”고 묻자 수련자들은 “나는 혼자 왔다”고 답했다고 했다. 다들 누군가에 이끌려서가 아니라 제 발로 모여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주 총리는 ‘당신, 당신, 당신’이라며 3명을 가리켜 대표로 나서 달라고 요구했고 이들이 받아들이자 이들을 데리고 중난하이 내부로 사라졌다.

즉석에서 결정된 수련생 대표 3명은 이후 중국 정부 당국 관계자들을 만나 요구사항을 전달했고, 요구사항을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 중난하이를 빠져나와 이 소식을 알렸다.

정부 측이 요구사항을 받아들였다는 소식을 들은 수련자들은 이날 자진해산했다. 조용히 왔던 것처럼 갈 때도 조용히 떠났다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이들은 전했다.

당시 현장을 촬영한 중국 관영방송 영상을 보면, 수련자들은 경찰의 지시에 따라 나란히 줄 맞춰 서서 중국 지도부가 대화에 응해주기를 기다렸다. 영상에는 현수막을 들거나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없었다. 이는 참가자와 목격자 증언과도 일치한다.

광주·전라 지역 파룬궁 수련자들이 광주시 남구 월산동 중공 총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관련 성명서를 영사관 측에 전달했다. | 한국파룬따파불학회 제공

훗날 당시 중국 최고 권력자였던 장쩌민 총서기가 파룬궁 탄압을 결정하면서 정부 측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그러나 갈등을 평화로운 방식으로 풀어나간 이날의 ‘기적’을 수련자들은 ‘4·25 평화청원’으로 명명하고 매년 기념해오고 있다.

오 사무총장은 이날 “당시 청원 현장을 목격한 장쩌민은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고 선동해 상무위원 전원의 반대를 무시하고 1999년 7월 20일부터 본격적인 탄압을 강행했다”며 체포와 괴롭힘, 강제 장기적출 등의 끔찍한 방식으로 탄압했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 외에도 부산 해운대구 우동, 광주 남구 월산동, 제주 도남동에서도 각각 국내 파룬궁 수련자들이 주한 중공 총영사관 앞에 모여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맞춰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이메일 성명문에서 중국 공산당의 신장 위구르, 티베트, 홍콩 민주화 유혈진압 등을 언급하며 “(중국 공산당은) 전 세계적으로 지탄받고 있지만, 오히려 내정간섭이라며 세계 각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에서 파룬궁에 대한 박해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장쩌민을 비롯해 불법 탄압에 가담한 자들을 모두 처벌함으로써 중국 사회에서 22년 동안 잃어버렸던 정의와 도덕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